편의점 알바생만 본다는 하얀 그림자
처음 그 하얀 그림자를 본 건 딱 새벽 2시쯤이었다. 편의점 알바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였는데, 진짜 무서워서 손도 떨리고 숨도 막혔다.
그날 새벽, 평소처럼 매대 정리를 하고 있는데 카운터 맞은편 유리창 쪽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하얀 형체가 스윽 나타났다 사라졌다. 처음엔 지나가는 행인인가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사람 같진 않았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었다.
근데 더 이상한 건 그 그림자가 나를 향해 계속 머무르면서 가만히 있다는 거였다. 편의점 밖에는 아예 아무도 없었고, CCTV에도 아무도 찍히지 않았다. 분명히 진짜 사람이었다면 녹화됐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 뒤부터는 알바 시간 내내 그 하얀 그림자가 꼭 한 번씩 나타나서 가게 창문을 슬쩍 들여다봤다. 손님이 있을 땐 전혀 안 보이는데, 내가 혼자 있을 때만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손님 붙잡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누구한테도 말 못 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
같이 알바하는 친구한테 슬쩍 얘기했더니 “너 그런 것 좀 믿냐? 그냥 빛 반사 아니야?”라고 웃어 넘겼다. 하지만 그 친구도 새벽 근무 때 혼자 있을 땐 표정이 달라졌다. 결국 나만 본 게 아닌 것 같았다.
어느 날은 하필이면 그 그림자가 창문 앞에서 갑자기 모습을 확 드러냈다. 하얀 얼굴에 아무 표정도 없는 채로, 침묵 속에 나를 계속 쳐다봤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카운터 뒤로 숨었는데, 그때 딱 알았다. 그건 그냥 그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보니 예전 그 편의점 자리에서 몇 년 전에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한밤중에 알바생이 자꾸 이상한 사람이 나타난다며 그만두고, 결국 그 자리를 숨가쁘게 옮겼다는 소문이 돌았다. 공교롭게도 그 사람이 보았던 게 나랑 똑같은 하얀 그림자였다는 얘기였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그 이후로 새벽 혼자 일할 때면 자꾸 어디선가 하얀 형체가 비치는 것 같았다. 심지어 그 그림자가 내 이름을 속삭이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알바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그 편의점 알바 그만두고 다른 데 다니고 있지만, 가끔 지나가다 그 가게 앞을 보면 창문 저편에 또 하얀 그림자가 서 있을 것만 같아 오싹하다. 혹시 편의점 알바를 새벽에 한다면, 그 하얀 그림자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왜 하필 편의점 알바생만 그걸 보는지, 그게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 그림자를 봤을 때 느낀 건 분명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그리고 내가 알게 모르게 그와 연결됐다는 사실.
아직도 밤마다 내 귀에 그 속삭임이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