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뒷유리 스티커가 매일 다른 문구로 바뀌어
택시 뒷유리 스티커가 매일 다른 문구로 바뀌어. 처음엔 그냥 장난인 줄 알았어. 회사에서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늘 같은 노선, 늘 같은 기사님이 잡히던데, 이상하게도 그 택시 뒷유리 오른쪽 하단에 붙은 작은 스티커가 매일 아침 출근길에 다른 문구로 바뀌더라.
처음 본 문구는 “오늘도 안전하게”였어. 퇴근하면 비가 조금씩 오던 날이라 유리가 뿌옇게 흐려 보였고, 스티커 글씨도 번져 보였는데 분명히 저 문구였어. 다음날 같은 택시를 탔더니 스티커가 “뒤를 돌아보지 마”로 바뀌어 있더라. 난 평소에도 뒷좌석 타면 창문 틈으로 시선을 피하는 편인데, 그날은 괜히 더 목이 굳는 느낌이 들었어.
그 뒤로도 매일 바뀌었어. 어떤 날은 짧게 “멈춰”라고만 쓰여 있었고, 어떤 날은 “3번째 정류장” 같은 식으로 목적지가 찍힌 것처럼 보였어. 또 어떤 날은 “기사님도 못 본다” 같은 말이 적혀 있어서, 웃다가도 뒷목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었지. 난 스티커가 새로 붙는 건가 싶어서 기사님한테 묻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
가장 소름이었던 건 문구가 “그날의 상황”이랑 맞아떨어졌다는 거야. 예를 들어 “비 오면 노란 우산”이라고 적힌 날엔, 내리려던 건물 앞에서 하필 그 색 우산을 든 사람이 넘어지듯 비틀거렸어. 내가 급하게 손을 뻗어 잡아줬고, 그 사람은 고맙다고 웃었지. 근데 스티커가 그걸 예고한 것처럼 느껴져서, 집에 와서도 계속 그 문구만 떠올랐어.
또 “오른쪽 거울”이라고 적힌 날엔 택시 안에서 계기판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뒤늦게 보이는 뒷유리 각도 때문에 내 머리 뒤가 잠깐 어둡게 가려졌어. 유리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마치 누가 뒷좌석 뒤편에 서서 나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거든. 나는 그때부터 뒷유리 스티커를 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유리가 젖어 있으면 글씨가 더 진하게 번져서 오히려 더 잘 보였어.
며칠 지나서 나는 호기심에 뒷유리 스티커를 사진으로 남기려 했어. 다음 날 택시에 타자마자 스마트폰을 켰는데, 이상하게 카메라 화면에 글씨가 흐릿하게 보여.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초점이 자꾸 다른 데로 잡히더라. 결국 제대로 못 찍고, 기사를 내릴 때쯤 다시 봤더니 스티커가 “지금은 보내지 마”로 바뀌어 있었어. 그 문구를 본 순간, 내가 방금 뭘 하려던 건지 누가 아는 느낌이 들어서 손이 멈췄다.
나는 결국 택시에 탈 때마다 창문 밖만 보려고 했어. 그런데 그럴수록 스티커가 더 자주 내 마음을 건드리는 것 같았어. “창문 닫아”라고 적힌 날엔, 내가 잠깐 졸아서 팔을 움직이는데도 창문이 스스로 덜컥거리는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 기사님이 “바람 들어가니까 닫아두세요”라고 말했어. 그 말투가 농담이 아니어서, 난 그냥 고개만 끄덕였지. 택시는 그 뒤로도 평소처럼 달렸는데, 이상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면 늘 한 박자 늦게 현실이 따라오는 기분이었어.
어느 날은 문구가 거의 경고문처럼 보였어. “세 번만 참아”라고 적혀 있었고, 그날따라 유난히 기사님이 조용했어. 평소엔 라디오 소리나 가벼운 말이 있었는데 그날은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지. 나는 “혹시 앞에서 무슨 일 있었나요”라고 묻고 싶었는데, 뒷유리 스티커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띵해져서 질문을 삼켰어. 그리고 내릴 때, 기사님이 말없이 거울을 한번 보더니 손을 천천히 내렸어. 그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누군가에게 익숙하게 인사하는 느낌이 들더라.
그 뒤로 일주일쯤 지나자 스티커가 멈춘 날이 있었어. 아침에 택시에 타서 보니까, 어젯밤에 봤던 문구가 그대로 붙어 있었지. 난 그제야 안심하려고 했는데, 스티커 아래쪽에 얇은 기포 자국이 생겨 있더라. 마치 유리가 숨을 쉬듯, 안에서 공기가 올라오는 것처럼. 그날 문구는 “기다려”였고, 집에 가는 길에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거든. 넘어지기 직전에 귓가에 아주 작은 “딱” 소리가 난 것 같았어.
그 다음날부터는 스티커가 아예 없었어. 뒷유리가 그저 반사만 하고, 작은 글씨 자국도 지워진 듯 깔끔했지. 기사님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리기 직전 거울로 내 얼굴을 한번 더 확인하는 느낌은 확실히 남아 있었어. 지금도 가끔 그 노선을 타면, 뒷유리 각도가 살짝만 바뀌는 순간 어떤 문구가 떠오르는 것 같아. 나는 아직도 그 택시의 스티커가 끝났는지, 아니면 내가 못 본 것뿐인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