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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구호 외치고 나면 내 장비만 이상하게 정돈돼

2026-06-21 00:29:11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구호 외치고 나면 내 장비만 이상하게 정돈돼

처음엔 내가 그냥 성격이 꼼꼼해서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구호 끝나고 대형이 흐트러질 타이밍에, 내 앞 장비만 너무 티 나게 가지런히 맞춰져 있는 걸 봤다. 정확히 말하면 “이상하게”가 맞는 게, 누가 봐도 누군가 손을 댄 것처럼 각도가 딱 맞고, 끈이나 고무줄도 내가 아침 점검할 때랑 똑같은 방식으로 정리돼 있었다.

훈련 때는 구호 한 번 끝나면 다들 숨 고르고 자세 다시 잡느라 정신이 없잖아. 그런데 나는 구호를 외치고 나서 막 숨을 들이마시려는 찰나에 눈이 먼저 장비로 갔다. 헬멧은 턱끈이 풀려있던 상태였는데, 다음 순간에는 버클이 딸깍 잠겨 있고, 장갑은 손가락 끝이 바깥으로 살짝 모여 보이게 접혀 있었다. 제일 소름인 건 내가 전날 아무리 만져도 그렇게 “예쁘게” 정돈이 안 됐던 것들이, 항상 구호 끝나자마자 만들어져 있었단 점이야.

처음엔 동기들 장난인 줄 알았어. 옆에서 “야 너 또 정리병 걸렸냐” 이런 식으로 웃기도 했고, 실제로 내 침상이나 개인 장구가 손 닿는 위치에 있긴 했거든. 근데 내가 바로 그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면 아무도 안 보고, 오히려 다들 제자리에서 땀 닦고 있었어. 더 이상한 건, 누가 만졌는지 흔적이 손끝이나 옷자락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어. 마치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물건만 시간을 거꾸로 탄 것처럼.

그날 이후로 나는 관찰을 시작했다. 구호를 외치기 직전, 손으로 일부러 한 끗을 틀어놨어. 헬멧을 살짝 옆으로 비스듬히 두고, 가방 끈을 일부러 꼬이게 만들어 둔 다음 “다음 구호 끝나면 어떻게 되나” 확인하려고 했지. 그리고 구호가 끝나는 순간, 내 앞에서 꼬여 있던 끈이 다시 풀려서 정해진 루트로 감겨 있더라. 아무도 내 옆에 서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그때는 진짜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

부대 안에서 말이 돌면, 결국엔 누군가 “대충 얘기”로 포장해버리잖아. 그래서 나도 참는 척 했는데, 어느 날 훈련장 끝나는 시간에 내 담당관(간부가 아니라 선임 쪽)이 내 장비만 유독 손대고 정돈해둔 걸 봤어. 그래서 “혹시 당신이?” 하고 물으려다 멈췄다. 선임은 내 질문을 듣자마자 되게 무심하게 “뭐가?”라고 했고, 내 장비를 보더니 “아 그냥 네가 원래 저렇게 해놓는 스타일이잖아”라고 말했어. 근데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기분이 나빴다.

며칠 지나고 나니까, 이 현상이 꼭 ‘구호’랑 연동된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구호를 안 외치는 날엔 그런 게 없고, 구호를 외치고 나서만 생겼어. 정확히는 구호가 끝났을 때 숨을 첫 번 들이마시는 타이밍 즈음에 내 앞에서 변화가 일어나. 그게 내가 확인하려고 눈을 옮기기도 전에, 이미 정돈이 완료된 상태로 딱 보이니까. 내가 멍하니 있으면 그제야 주변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다들 “집합!” 소리에 정신이 돌아와서 각자 장비를 만지기 시작하더라.

어느 날은 너무 겁나서, 아예 장비를 통째로 뒤로 밀어버렸어. 손 닿지 않는 거리에 두고, 내 시야에서 벗어나게 했는데도 구호 끝나자마자 내 자리로 다시 돌아와 있는 느낌이 들었어. 물론 실제로 물건이 공중에서 날아온 건 아니겠지. 근데 내가 못 보는 사이에 누가 내 사물의 위치만 맞춘 것처럼, 줄이고 붙이고 각도를 맞춘 상태로 돌아와 있었어. 그때는 정말이지 누굴 의심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누군가가 “내가 하려던 방식”을 알고 있고, 심지어 내가 틀릴 법한 순간까지 기다리는 것 같았거든.

결국 나는 혼자 확인하는 걸 멈췄어. 대신 구호가 시작되기 전에, 장비를 일부러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정돈했어. 예를 들어 끈을 반대로 걸고, 헬멧 방향도 규정이랑 어긋나게 놔두는 거야. 그러면 다음 구호 끝난 뒤에는 그 반대 방식이 다시 “내가 원래 하던 방식”으로 돌아와 있더라. 마치 누군가가 내 손동작을 외워두고, 내가 망설이는 틈만 노려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처럼. 나는 그제야 깨달았어. 이건 정리하는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가 내 행동을 따라 하고 있다는 느낌이야.

지금도 가끔 생각나. 훈련장 소리가 멀어지고 내 귀에서 구호의 울림이 사라질 때, 내 장비만 먼저 “딱” 하고 자리를 찾는 그 순간. 그때마다 나는 웃으면서도 손등이 차가워져. 장비가 정돈되는 게 기분 나쁜 걸 떠나서, 누군가 내 옆에서 숨을 맞춰주는 것 같아서 더 무섭다. 어느 날은 내가 구호를 외치기 전에, 이미 내 헬멧 턱끈이 잠겨 있는 걸 보고 말았거든. 그날 이후로는 구호 끝나면 절대 먼저 장비를 보지 않게 됐어. 보지 않으면, 그게 나를 덜 찾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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