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계단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반복돼
지하주차장 계단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반복돼
그날도 밤이 늦었고, 나는 평소처럼 회사 근처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위로 올라가려던 참이었어. 엘리베이터는 고장 난 상태라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는데, 아래에서 누가 딱 한 번 내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들렸어. “민수 씨.” 하고, 너무 또렷해서 그냥 지나가겠지 싶다가도 발걸음이 멈추더라.
처음엔 누군가 전화받느라 헷갈린 줄 알았어. 그래서 나는 다시 걸음을 옮기면서도 괜히 주변을 봤지. 계단은 길고, 조명은 군데군데 깜빡였고, 바닥은 늘 젖어 있어서 소리가 더 먹는 느낌이었어. 그런데도 내 귀엔 그 목소리가 계속 걸려 있었어. 두 번째로 또 들렸거든. “민수 씨.” 이번엔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았고, 마치 계단 손잡이 쪽에서 바로 들리는 것처럼.
이상해서 휴대폰을 꺼내 문자 확인하려고 했는데, 화면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다시 켜졌어. 배터리 잔량은 정상인데도 손이 차가워졌고, 나는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가도 끊었어. 누가 장난치나 싶어서 아래로 내려가면 더 창피할 것 같더라. 그래서 그냥 한 층 더 올라가서, 주차장 출입문 근처에 있는 CCTV 위치를 떠올렸어. 아, 누가 나를 부르면 그게 기록될 거라고.
근데 그 생각을 하자마자, 소리는 더 이상 아래에서만 들리지 않았어. 계단 중간쯤에서부터 들리기 시작한 거야. “민수 씨, 거기요.” 라고, 목소리가 한 번씩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어. 내가 멈추면 따라 멈추고, 내가 다시 걸으면 그 타이밍에 맞춰 따라오는 느낌. 나는 숨을 삼키면서 “누구예요?”라고 소리 내서 물었는데, 대답 대신 한 박자 늦게 내 이름만 다시 튀어나왔어.
나는 그때부터 계단 벽만 보면서 올라갔어.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결국 지상으로 나가야 하니까, 최대한 빨리 지나가려고. 그런데 웃긴 건, 소리가 더 빨라지거나 커지지 않았다는 거야. 계속 똑같이 또렷하고 같은 톤이었어. 마치 누가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데, 거리만 유지되는 기분. 조명은 한 번 더 깜빡였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난간을 잡았는데 그 순간 손바닥에 뭔가 끈적한 느낌이 스쳤어. 이유는 모르겠는데, 습기랑 다르게 끈질기게 남는 느낌이었고, 손을 빼자마자 계단 소리가 더 조용해졌어.
지상으로 올라와서 주차장 출입문 앞까지 왔을 때, 소리는 완전히 끊겼어. 대신 등 뒤에서 “민수 씨.” 하는 숨소리 비슷한 게 아주 약하게 들리는 것 같았는데, 뒤를 돌아봤을 땐 아무도 없었어. 그날은 비가 오기도 했고 차들 사이에 사람 그림자가 없을 정도로 텅 비었거든. 나는 황급히 차량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다, 이상하게도 주차장 출입문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너무 창백해 보여서 차 안에서 한참 숨을 고랐어.
그 뒤로 몇 주 동안 계속 같은 일이 생겼어. 퇴근 시간이 조금만 늦거나, 계단을 꼭 이용하게 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지하주차장 계단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반복됐어. 어떤 날은 정말 귀가 아플 정도로 또렷했고, 어떤 날은 아주 멀리서 “민수 씨”만 남기고 사라졌어. 나는 민수란 이름 자체가 흔하긴 한데, 내 주변에서 나를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어. 가족도 그렇고 친구도 보통 다른 말로 부르는데, 그 목소리는 늘 그대로였어. 마치 내가 듣게끔 맞춰진 것 같은 발음이랄까.
처음엔 괜히 귀가 예민해졌나 싶어서 혼자 넘기려 했는데, 어느 날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도 문득 떠올랐어. 계단을 안 타면 안 들릴까? 그래서 일부러 그날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렸고, 올라가면서도 혹시나 싶어 계단 쪽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어. 그런데도 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직전, 아주 짧게 “민수 씨.” 하고 머리 뒤쪽에서 울리는 듯한 느낌이 왔어. 진짜로 소리가 아니라 감각 같은 거. 그 뒤로는, 내가 계단을 피하든 말든 그 “호출”이 내 하루의 리듬을 깨는 것처럼 됐어.
그래서 결국 관리실에 물어봤지. CCTV가 있는지, 그 시간대에 누가 다니는지. 관리실 직원은 “그 시간대엔 기록상 사람 동선이 없어요”라고만 했고, 계단 쪽 안내문에 고장 난 조명이나 센서가 있다고 했어. 그러면서도 뭔가 말을 돌리더라. “요즘 이상한 민원 들어온 적이 있긴 한데, 오래된 건물이라…” 이런 식으로. 나는 웃고 넘기려다가, 그 직원이 마지막에 아주 낮게 한마디 한 걸 들었어. “계단에서 부르는 소리는… 이름이랑 같이 따라오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등줄기가 서늘해졌어.
오늘도 퇴근하고 지하주차장 쪽을 지나가는데, 나는 일부러라도 계단 입구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려고 해. 그런데도 귀는 먼저 반응하더라. “민수 씨.” 하고, 반복되는 건 같은 톤인데도 매번 한 박자씩 달라. 마치 누군가가 연습을 하듯, 내가 대답을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처럼. 가끔은 내가 너무 오래 침묵해서, 그 목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엔 정말로, 내가 불리지 않는데도 내 입에서 먼저 내 이름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