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방문 앞에 매일 같은 길이의 흙이 쌓여
시골집 방문 앞에 매일 같은 길이의 흙이 쌓여 있던 날이 처음이었어요. 저희 집은 외지에 있다가 방학 때만 내려가는데, 그날도 평소처럼 차를 세우고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바닥 한가운데로 이어진 흙길이 눈에 들어왔죠. 마치 누가 일부러 만들어 둔 것처럼, 집 앞 마당에서 대문 쪽까지 폭도 일정하고 길이도 너무 똑같아서 맨 처음엔 비가 온 뒤 흙탕물이 말라붙은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상한 건 흙이 ‘매일’ 계속 늘었다는 거예요. 내려온 첫날엔 길이 반쯤 정도만 쌓여 있었는데, 다음 날 아침엔 그 흙길이 그대로 유지된 채로 끝이 조금 더 늘어나 있더라고요. 비가 온 것도 아니고, 바람이 센 계절도 아닌데도요. 손으로 만져보면 젖은 흙이 아니라, 갓 갈아엎은 듯 보송한 흙가루가 묻어나왔어요. 그리고 특이하게도 흙이 놓인 라인이 집 앞에서 멈추지 않고, 어느 날부터는 현관문 바로 앞까지 점점 다가왔습니다.
저는 동네 어르신들한테 슬쩍 물어봤어요. “저기 길에 흙이 자꾸 쌓이는데, 누가 치우다 흘리는 건가요?” 하고요. 그러자 다들 말이 비슷했어요. “아, 그 길?” 하고는 웃으면서도 눈은 웃지 않더라구요. “그거 치우지 마. 치우면 더 빨라져.” 대놓고 무섭게 말하진 않았는데,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등줄기를 차게 했어요.
저는 일단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밤에 몰래 나가서 현관 앞을 비춰보고, 마당 쪽에 시선을 두고 기다렸는데 아무도 보이질 않았어요. 움직이는 그림자도 없고, 닭장이나 개 같은 소리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죠. 그런데 새벽쯤, 멀리서 흙을 긁는 듯한 소리가 들렸어요. 사각, 사각… 하는 소리인데, 그게 바닥을 긁는 소리와 비슷했지만 마당의 돌이나 나무를 긁는 소리는 아니더라고요. 소리의 방향이 늘 그 ‘같은 길이’의 중심을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날 아침엔 더 확실해졌어요. 제가 확인하러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현관에서 한 뼘 정도 떨어져 있던 흙길이, 밤새 그 한 뼘을 채워서 정확히 현관 앞까지 이어져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흙은 계속 같은 굵기와 같은 높이로 쌓였고, 끝부분은 늘 똑같은 모양으로 멈췄습니다. 마치 누가 연필로 선을 긋고, 그 선만큼만 흙을 옮겨 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흙길 옆으로는 아무것도 없어요. 바닥의 먼지들은 그대로인데, 오직 그 선만이 매일 같은 방식으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저는 집안 사람들 반응이 더 걱정됐어요. 엄마는 말을 줄였고, 할머니는 창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부엌에서 무언가를 볶다가도 “밤에 문 열지 말라”고만 했어요. 그 말을 반복하듯 했는데, 제가 “왜요? 벌레라도 와요?”라고 물으면 할머니는 한참 있다가 “문으로 오려는 거지.”라고만 했어요. 근데 그 말도 설명이 아니라 예감처럼 들렸습니다. 저도 어쩐지 그 흙길이 단순한 우연이나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라, 어떤 ‘경로’를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결국 일부러 흙을 치우려고 했습니다. 장갑 끼고 삽으로 조심히 걷어내면 멈추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데 흙을 걷어내는 순간, 밑에서 더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어요. 흙이 바닥에 단단히 붙어 있었고, 그냥 먼지가 아니라 뭔가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손에 쥐면 보송하던 흙이 어느 순간 손바닥을 타고 서늘하게 식어서, 저는 그만두고 황급히 삽을 내려놨어요.
그 다음 날, 치운 자리에 흙길은 다시 생겼습니다. 그것도 더 빠르게요. 제가 치운 선의 길이만큼, 정확히 같은 구간이 아니라 더 길게 이어져 있었어요. 대문 쪽에서 현관으로 오던 흙이 이제는 현관문 아래 틈을 향해 기어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고, 끝부분이 문턱에 걸린 채로 ‘멈춰’ 있는 상태였어요. 그 멈춘 모양이 어제와 똑같았는데, 저는 그때 처음으로 이게 누군가의 손놀림이라기보단, 어떤 규칙처럼 작동한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그날 밤 문 앞에서 잠깐이라도 시간을 확인하려 했습니다. 시계가 아니라 촛불 켜서 바람을 보는 정도였는데, 한밤중에 현관 앞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 같은 게 느껴졌어요. 쏴… 하는 숨소리도 아니고, 사람 발소리도 아닌데 마루가 아주 조금 울리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엔 흙길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어요. 대신 현관문 바깥쪽 문턱에, 손자국처럼 옅은 자국만 남아 있었죠. 누가 서서 문을 밀었다가 멈춘 것 같은 모양.
그 뒤로도 한동안은 비슷한 일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저희는 시골집 문을 열기 전에 자꾸 마당부터 확인하게 됐어요. 흙이 쌓이지 않아도, 그 길이 ‘이미’ 한 번 만들어진 것처럼 계속 의식되더라고요.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 건, 그 흙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보다도, 그 자국이 남겨준 방향이 너무 선명했다는 거예요. 마치 누군가, 매일 같은 길이를 걷다가 “여기서부터는 네가 열어줘야 해”라고 말한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