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누가 내 반지를 가져갔다고 말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내 반지를 가져갔다고 말했는데, 그날 이후로 내 손가락이 좀 이상해졌어. 정확히는 반지가 없어졌다는 사실보다, 누가 어떻게 그걸 “알고” 말했는지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랑 동시에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데, 그 목소리가 너무 가까워서 처음엔 그냥 옆 사람인 줄 알았거든.
사건은 퇴근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시작이었어. 늦은 시간이라 사람은 나만 있었고, 옆에는 관리 사무실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같이 타고 있었지. 나는 7층에서 내리려고, 당연히 반지를 만지작거리면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어. 반지는 원래 자주 끼는 건데, 가끔 잠깐 빼서 주머니에 넣고 다시 끼곤 하거든.
근데 엘리베이터가 5층쯤 지나갈 때, 아주머니가 갑자기 입을 열었어. “아저씨, 반지요.” 하고 말이야. 나는 순간 웃으면서 “네? 무슨 반지요?”라고 되물었지.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내 손을 가리키더라고. 내 검지에는 평소 끼던 반지가 있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손가락이 어딘가 휑한 느낌이 들었어.
나는 그때도 제대로 확인을 안 했어. 그냥 “아, 오늘은 안 꼈는데요”라고 둘러댔거든. 근데 아주머니는 대답이 달랐어. “아니요. 방금 여기서 가져가셨어요. 맞죠?” 하고, 말끝을 아주 단단하게 박더라. 엘리베이터 안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휴대폰 화면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멍해졌어.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아주머니가 “어떤 분이요, 3층에서 탔는데…”라고 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멈추듯 말이 끊겼거든. 그러더니 자기 앞쪽을 조용히 쳐다보면서 “그 사람이요. 당신이랑 같은 쪽을 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봤어요.”라고 했어. 난 그 말을 듣고 이상하게 확신이 들었어. ‘아, 진짜로 아는 사람이구나.’ 그런데 문제는 엘리베이터에 우리 둘 말고 누구도 없었단 거야.
나는 바로 손가락을 확인했어. 평소 반지가 있던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고, 장갑처럼 끼워지는 느낌도 없었어. 순간 기억이 스쳐 지나갔는데, 퇴근길 엘리베이터 타기 전 복도에서 누군가가 나를 ‘잠깐만’ 하고 붙잡았던 것 같기도 했거든. 근데 그건 분명 다른 날의 일 같았어. 내가 헷갈리고 있는 걸까, 아니면 엘리베이터가 시간을 조금 먹어버린 걸까.
그런데 아주머니는 물러서지 않았어. “혹시라도 주머니를 확인해보세요. 떨어진 거면 제가 못 봤을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하면서도, 표정은 ‘떨어진 것’ 같은 뉘앙스가 전혀 아니었어. 더 무서웠던 건, 아주머니가 반지를 ‘잃어버린’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되찾아가야 하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야. 나는 주머니를 뒤졌고, 키링도 확인하고 지갑도 확인했지만 반지는 안 나왔어.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아주머니가 먼저 내렸는데 그 순간 나지막하게 한 마디만 더 했어. “엘리베이터는요,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가져갔으면 다시 줘야 해요.” 그 말이 너무 이상해서 “아주머니, 무슨 소리세요?”라고 하려는데, 아주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계단 쪽으로 사라졌어. 그 뒤로는 정말 아무도 본 적이 없어. 엘리베이터 내부는 CCTV가 있는 편인데도, 관리사무실에 말하자 “그 시간대엔 이상한 움직임 없었습니다”라는 말만 돌아왔고.
며칠 뒤부터 이상한 일이 하나씩 생겼어. 반지가 사라진 건 둘째 치고, 내 손가락이 자꾸 저릿했거든. 피부가 간지럽거나 상처가 생긴 건 아닌데, 마치 빠진 걸 자리로 착각하는 느낌 같은 거. 또 엘리베이터만 타면 유독 특정 층에서 버튼이 살짝 눌린 흔적이 보이곤 했어. 나는 일부러 버튼을 누르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다음 날 보면 누른 자국이 생겨 있는 걸 봤고, 그게 꼭 내가 내리기 직전 층이더라.
그리고 오늘, 관리사무실에서 연락이 왔어. “어떤 분이 반지를 찾았습니다. 택배함에 넣어두셨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반지가 들어있던 작은 봉투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고, 글씨체가 내가 평소 쓰는 것과 너무 비슷했어. 확인하려고 손으로 봉투를 만지는데도, 손끝이 계속 반지를 끼웠을 때처럼 감각을 찾더라. 지금은 반지를 다시 손가락에 끼웠는데, 솔직히 말하면 안도감보다 찝찝함이 더 커. 그날 엘리베이터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아직도 문이 닫힐 때마다 “가져갔으면 다시 줘야 해요”라고 속삭이는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