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님이 현관 앞에 두고 떠난 뒤에 ‘다시 가져가라’는 연락이 왔어
배달기사님이 현관 앞에 두고 떠난 뒤에 ‘다시 가져가라’는 연락이 왔어. 처음엔 오배송인가 싶어서 별생각 없었는데, 그 뒤로 계속 신경 쓰이더라. 내가 본 건 단순히 음식 하나가 사라지고 돌아오는 얘기가 아니었어.
그날도 평소처럼 문 앞에 두고 가셨고, 나는 현관문 열기 전에 인터폰으로 확인부터 했어. “주문하신 물품은 문 앞에 두고 갑니다” 같은 문구도 뜨고, 배달 완료 처리도 끝났지. 난 그냥 배고파서 음식 받아서 들어가려 했는데, 갑자기 카톡이 울렸어. 낯선 번호가 아니라 배달 어플에서 연결된 기사님 프로필이었어.
기사님이 “죄송한데요. 그거 다시 가져가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보내셨어. 어? 방금까지 두고 간 거 아닌가, 싶어서 “네? 무슨 말씀이세요?” 하고 답하니까, 기사님이 바로 “방금 문 앞에서 다시 확인했는데… 그 자리에 제가 두고 간 게 아니더라고요”라고 했어. 나는 그 말이 잘 이해가 안 됐어. 내가 방금 문 앞을 봤을 때도, 배달 상자가 거기 있었거든.
그래서 나는 “기사님, 제가 지금 문 앞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여기 있어요”라고 다시 보냈어. 그러자 기사님은 잠깐 말이 멈췄다가 “아니요. 지금도 현관 앞에 두시면 안 됩니다. 제가 방금 다시 내려가서 보려고 했는데, 상자 위치가 계속 바뀌어요”라고 답했어. 말이 좀 이상했지. 상자 위치가 바뀐다? 내가 외출한 것도 아니고, 문을 열지 않았는데?
나는 창문으로 슬쩍 밖을 봤어. 복도 바닥이랑 현관 주변이 보이는데, 분명 음식이 놓인 자리엔 아무것도 없더라. 그제야 식은땀이 나서 현관 쪽으로 다시 갔는데, 이번엔 문 바로 앞 매트 위에 뭔가 젖은 듯한 얼룩이 작게 번져 있었어. 사람 발자국도 아니고, 물건을 옮기다 생긴 자국도 아닌 게… 기분 나쁘게 ‘닿은 흔적’처럼 남아있더라.
그때 기사님이 또 연락을 했어. “지금 그 자리에 두지 마세요. 부탁드려요. 제가 가져가려고 문 앞에 서 있는 순간, 누가 문 손잡이를 살짝 돌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근데 제가 문을 건드린 것도 아닌데요.” 내가 그 말을 듣자마자, 집 안이 갑자기 조용해지는 느낌이 들었어. 원래도 오래된 아파트라 바람 불면 문틈에서 소리 나는데, 그 순간엔 그런 잡음이 없었거든.
나는 문을 절대 열지 말아야 할 것 같아서, 현관문 비밀번호 옆에 달린 동그란 스티커를 확인했어. 누가 붙였다 떼면 티가 나는 곳이거든. 그런데 이상하게 스티커가 살짝 들떠 있었어. 누군가 문을 건드렸다는 얘기가 단순히 기사님의 상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지. 그래서 나는 어플에서 통화 버튼을 눌러서 기사님에게 “지금 건드리지 마세요. 제가 문 열 수가 없어요”라고 했어.
기사님은 “열지 마세요. 방금도 상자가 다시 나타났다가, 또 사라졌습니다”라고 했어. 정말 황당한데,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아까 분명히 본 상자가 머릿속에 자꾸 겹쳐 보이더라. 아, 난 혹시 문 열기 직전에 ‘내가 상자 위치를 잘못 본 것’일까? 근데 창문에서 확인했을 때는 없었고, 얼룩은 남아있었고, 무엇보다 기사님이 “위치가 바뀐다”고 말했잖아. 그게 더 무섭더라. 누가 내 동작을 따라 하는 느낌?
한참 뒤에 기사님이 “이제 가져갈게요. 문 앞에 서서 그냥 카메라 각도만 확인하고 갈게요”라고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어. 그 말이 끝나고 몇 분 지나서, 다시 배달 알림이 바뀌었어. ‘취소’가 아니라 ‘회수 완료’ 비슷한 처리 문구가 뜨더라. 그런데 나는 그동안 현관문을 한 번도 안 열었어. 기사님이 올라오지도 않은 걸로 보였고, 택배 상자를 누가 집 안으로 가져가거나 한 흔적도 없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사님이 보낸 문장이 진짜로 잊히지 않아. “다 가져가고 나왔는데요, 현관 앞에 음식이 아니라 ‘다른 게’ 잠깐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연락드린 거예요. 그 상자… 누가 처음부터 그 자리에 둔 건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이었어. 지금도 가끔 배달 앱 알림 소리만 들리면, 현관 앞에 두고 간 것들이 내 눈에 보이는 그대로만 남아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돼. 현관은 누구나 지나가는 길인데, 어떤 날은 길이 반대로 돌아가기도 하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