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계산할 때마다 카드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찍혔다
편의점에서 계산할 때마다 카드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찍혔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 봤다고 넘겼는데, 그날부터 이상하게 계속 반복됐고, 나중엔 “찍히는 이름”이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더라.
그날도 평소처럼 심야에 편의점에 들어갔다. 담배는 안 피지만 가끔 커피랑 간식이 당기면 들르는 곳이 있었어. 계산대 앞에서 카드 꽂고 결제 누르는데, 화면에 뜨는 문구가 딱 걸렸다. ‘승인: 김○○’이라고 뜨는 거야. 내 카드엔 당연히 내 이름이 있어야 하는데, 그 이름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 이름이었고, 이상하게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내가 계산하는 줄 알면서도 잠깐 손이 멈췄지. 점원이 물어보진 않았고, 기계는 그냥 삐 소리 내고 영수증이 나왔어. 영수증 상단에도 승인자 이름처럼 김○○가 적혀 있었는데, 그냥 카드사 전산이 꼬였나 싶더라. 어차피 결제는 됐고, 카드도 내 거였으니까. 그렇게 첫 번째는 ‘오류’라고 결론 내렸어.
근데 그 다음 주, 또 같은 편의점에서 똑같이 카드로 계산했어. 이번엔 더 확실했지. 화면에 다시 ‘승인: 박○○’라고 떴거든. 이름이 또 달랐어. 아까랑 다른 사람. 여기서부터는 그냥 넘어가기가 애매해졌어. 전산 오류가 이렇게 이름까지 바뀔 일이 있나 싶었거든.
나는 계산할 때마다 영수증을 버리지 않고 모았어. 이상한 버릇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그냥 확인하고 싶었어. 3번째 결제 때는 ‘승인: 이○○’, 4번째 때는 ‘승인: 최○○’… 매번 다른 이름이 찍혔고, 놀라운 건 카드번호 마지막 자리(마지막 몇 자리)가 내 카드랑 일치한다는 거야. 즉, 내 카드로 결제는 했는데, 그 화면이 다른 사람 승인으로 굳어지는 느낌이랄까.
처음엔 실수로 내가 누군가의 카드를 대신 쥐고 있었나 생각도 했어. 그래서 카드 지갑을 열어 내 카드 실물도 확인하고, 집에 와서 카드사 앱도 봤지. 내 결제 내역에는 당연히 내 계정으로 찍혀 있었고, 이상한 연체나 타인 결제 같은 건 없었어. 그래서 더 이상했어. 현장 단말기 화면만 이상하게 ‘타인 이름’을 말하고 있었던 거니까.
어느 날은 친한 친구랑 같이 갔는데, 그 친구가 계산해보겠다고 하더라. 나는 굳이 말리지 않았어. 친구가 카드 댔다가 결제 누르니까, 화면에 뜨는 승인 이름이 친구 이름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람 이름이었어. 그 친구도 표정이 변하더라. “이거 뭐야?” 하고 말하자 점원은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가끔 저 화면이 이상하게 뜨는 날이 있어요”라고 했거든.
근데 그 ‘가끔’이 너무 자주였어. 나는 그 뒤로도 몇 번 더 갔고, 영수증을 모으면서 규칙 같은 걸 찾으려 했어. 날짜가 바뀌면 이름도 바뀌는 것 같긴 한데, 이상하게 같은 요일에 가면 비슷한 계열의 이름이 찍히는 날이 있더라. 예를 들면 월요일마다 비슷한 발음의 이름이 떠서, 내가 착각하는 건가 싶다가도 영수증을 비교하면 확실히 다르긴 했어.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결제 자체보다 “어떤 사람이 지금 편의점 단말기 어딘가에 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러다 한 번, 내가 계산하고 나서 영수증을 가져가려는데 손이 멈칫했어. 영수증 하단에 작은 글씨로 ‘승인번호’랑 함께 알 수 없는 메모처럼 보이는 항목이 잠깐 스쳐 지나가더라. 화면에는 안 보이고 영수증만 그렇게 나왔는데, 글씨를 자세히 보려던 찰나 점원이 급히 영수증을 가져가 버리면서 “아, 이건 그냥 폐기해주세요”라고 했어. 나는 말이 막혔고, 점원이 왜 그런지 설명을 하진 않았어. 다만 그 표정이… 내가 뭘 잘못 본 게 아니라는 쪽으로 더 마음을 굳게 만들었달까.
그 뒤로 나는 그 편의점에서 카드 계산을 끊었어. 현금이나 간편결제로 바꾸면 괜찮아질까 해서 몇 번 테스트했는데, 현금은 정상적이었고, 다른 결제 수단도 문제 없었어. 그런데 카드만 유난히 ‘다른 사람 이름’이 찍혔어. 어느 날은 아예 카드 단말기 화면이 켜지기 전에 누가 먼저 결제한 것처럼 숫자가 깜빡이더라. 그때 화면 한쪽 구석에 아주 잠깐 내가 아닌 이름이 떠오르고 사라졌는데, 너무 짧아서 읽기 힘들었어. 다만, 마지막 글자 형태가 이상하게 익숙했어.
지금도 가끔 그 편의점을 지나치면, 문득 생각이 나. 카드가 고장 난 게 아니라면, 그 이름들은 어디서 오고 누구의 승인인 걸까. 그리고 왜 하필 내가 결제할 때마다, 딱 내 앞에서만 그 이름이 등장했을까. 그날 이후로 나는 결제할 때 화면을 오래 보지 않게 됐고, 대신 영수증을 확인하는 습관을 버렸어. 이상하게도, 확인하는 순간부터 뭔가가 ‘나를 선택’하는 것 같아서… 그 이름이 다시 뜨기 전에 멈춰버린 게 맞는 선택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