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야간점호 끝나고 내 휴지가 젖어 있었어
군대에서 야간점호 끝나고 내 휴지가 젖어 있었어 그날 기억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있어. 야간점호가 끝나고 다들 이불 정리하는 소리랑 “잘 자라” 같은 말들이 섞이던 그 시간, 나는 침대 옆 쓰레기통 근처를 정리하려고 앉았다가 순간 멈칫했거든. 휴지가, 딱 휴지인 줄 알았는데… 젖어 있었어. 말라 있던 휴지였는데 분명 어젯밤엔 멀쩡했는데도.
처음엔 내가 뭘 흘렸나, 아니면 누가 장난친 건가 싶었어. 근데 내 휴지는 내 수납칸에 들어있었고, 점호 시작 전에 내가 챙겨둔 위치 그대로였어. 젖은 부분이 한가운데만 번진 게 아니라, 손잡는 쪽부터 끈적한 느낌이 퍼져 있었어. 냄새는 심하진 않았는데, 뭔가 “차가운 물기”가 섞인 느낌이랄까. 그 순간부터 머리가 하얘지더라. 괜히 세게 만지면 더 티 날 것 같아서, 손으로 쓰윽 만져보는 것도 조심스러웠어.
상황을 되짚어보려고 주변을 슬쩍 봤는데, 내 옆 침대 사람은 이미 등을 돌리고 자려는 자세였고, 반대편은 조용히 이어폰 끼고 있던 중이었어. 다들 점호 끝나고 정리할 때라 이동이 많지 않았는데, 휴지 젖는 게 “그 사이에 누군가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거든. 그런데도 내 휴지 상태만 이렇게 변해 있으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쿵 내려앉았어.
나는 일단 휴지를 다시 반듯하게 접어 넣었어. 티 내면 더 큰일 날 것 같았거든.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새벽에 화장실 다녀오고 나서, 내 휴지 가방 옆에 있던 작은 물티슈도 같이 봤는데 그건 멀쩡하더라. “젖은 건 휴지 하나만”이었고, 젖은 범위도 딱 내가 마지막으로 손댔을 때 손가락 닿았던 방향이랑 거의 일치했어. 이 말이 무슨 소리냐면… 누군가 일부러 적신 거라면 그렇게까지 정확히 맞출 이유가 있나 싶었어.
나는 그때부터 계속 신경이 곤두섰어. 이불 속에서 손이 자꾸 어디 닿는지 확인하게 되고, 쓰레기통에 버린 물건까지 다시 떠올리게 되더라. 그래도 솔직히 누가 장난쳤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는 없었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젖어 있다”는 사실만 강하게 남았지. 그런데 그날, 점호 시간표가 바뀐 게 있었거든. 갑자기 인원 재배치로 내가 원래 쓰던 자리에서 잠깐 옮겨 앉았던 날이었어.
자리 옮기는 건 흔한 일이지만, 그때 내가 옮겨온 칸이 좀 구석이었어. 창문 바로 옆이라 습기 올라오는 편이긴 했는데, 그렇다고 휴지만 이렇게 젖는 게 말이 되나 싶었지. 더 이상 확인하면 늦게까지 혼자 의심하는 꼴 될 것 같아서 참다가, 결국 아침에 생활관 청소 끝나고 휴지 수납칸을 다시 확인했어. 그때 보니까 휴지 아래쪽에 아주 얇은 물기 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그 자국이 내 침대 프레임 연결부 쪽으로 이어져 있더라고. 누군가 일부러 적신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조용히” 스며든 것 같은 모양이랄까.
오래된 부대라 배수나 급수 라인 점검 같은 게 가끔 늦어지잖아. 그래서 나는 그 물기가 어디선가 새는 건가 싶었어. 근데 문제는 그 다음 날이야. 나는 그 칸을 계속 써야 했거든. 그런데 그 후로도 비슷하게 휴지가 종종 젖어 있었어. 매번 똑같이 젖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밤에 화장실 다녀온 뒤에 정리하려고 꺼내면 상태가 애매하게 바뀌어 있는 거야. 누가 보지 않는 시간대에만, 그리고 딱 “내가 손댈 타이밍”에 맞춰서. 이게 진짜로 마음을 미치게 만들더라.
나는 결국 당직이나 선임한테 말하지 못하고, 그냥 습기 테스트 비슷하게 종이 한 장을 같이 넣어두고 상태를 봤어. 종이는 멀쩡했는데 휴지에서만 그런 변화가 생겼거든. 그럼 결론은 뻔해. 휴지가 습기를 더 잘 머금는 재질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휴지에 무언가가 닿는 건지. 근데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자꾸 내 휴지에만 집중돼 있는 게 찜찜했어. 특히 야간점호가 끝난 뒤, 전원이 조용해지는 타이밍에 맞춰서 시작되는 느낌이 계속 들었어.
어느 날은 점호 끝나고 내가 인원 정리하려고 일어났는데, 수납칸 바닥이 아주 살짝 젖어 있었어. 손으로 만지기 전에 이미 손바닥만 한 범위가 반짝거렸고, 그 반짝임이 곧바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몇 분은 남아있었지. 그래서 “아, 누가 물을 뿌렸구나”라고 생각하려고 했는데, 그 물은 뿌린 자국처럼 퍼져 있는 게 아니라, 딱 휴지가 놓였던 모서리만 고르게 젖어 있었어. 누가 일부러 모서리만 찍어두는 게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누가 내 휴지에 직접 손댄 흔적도 없고.
결국 난 그 자리에서 최대한 휴지를 덜 꺼내고, 다른 곳에 보관하게 됐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부터는 꿈이 바뀌더라. 물소리가 나는 꿈, 화장실 문이 닫히지 않는 꿈 같은 게 반복됐고, 잠에서 깼을 때마다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어. 그리고 제일 소름 돋는 건, 휴지가 젖어 있던 날들을 떠올리면 공통적으로 야간점호 끝나는 순간부터 시간이 미세하게 늦게 흘렀다는 느낌이 들어.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조용해지는 타이밍”에 뭔가가 스며든 것 같아. 지금도 그 수납칸을 떠올리면, 휴지 한 장을 꺼낼 때의 감촉이 먼저 떠올라서 손이 저절로 멈추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