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다락방에 누군가 앉아 있다가 뒤늦게 일어났다
시골집 다락방에 누군가 앉아 있다가 뒤늦게 일어났다. 그 말은 그냥 누가 놀다 간 소리라고 넘기기엔, 내가 그 공간을 지독하게 오래 봐버린 날의 기억이 너무 선명해서 더 그렇다. 다들 “시골집은 바람 소리도 사람처럼 들려” 같은 얘기 하잖아. 근데 그날은 바람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일 때 나는 리듬이 있었다.
그날은 비가 오락가락하던 초가을이었어. 나는 방이 하나 비어 있는 그 집에서 며칠 묵고 있었고, 다락방에 손볼 물건이 몇 개 있길래 급히 정리하려고 사다리를 끌어다 뒀다. 다락방 문은 늘 뻑뻑했는데, 열자마자 먼지 냄새와 함께 이상하게도 조용한 공기가 먼저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어. 해가 완전히 지기 전이라 어둡진 않았는데도, 그 안쪽만 유난히 검게 가라앉아 보였다.
물건을 찾는 동안 나는 괜히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용히 걸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뒤통수 쪽이 간질간질해지더라. 소리도 없었는데, 누가 내 등 뒤에 서 있는 것처럼 기분이 굳는 느낌. 그때 다락방 한가운데, 상자들이 쌓인 옆에서 사람이 앉아 있는 자세가 보였다. 자세는 정면이 아니라 약간 비껴 있었고,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것 같았어. 나는 “아, 누가 있었나?” 하고 숨을 삼켰는데, 그 앉아 있는 모습이 더 또렷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정된 채로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졌어.
나는 무서워서 소리를 내지 못하고 한 발짝도 제대로 못 옮겼다. 눈은 그 사람 쪽을 보는데, 생각은 이상하게도 너무 현실적인 것들로만 가더라. ‘혹시 고장 난 시계 소리인가’ ‘벽에 달린 걸레가 흔들리는 건가’ 이런 말들. 근데 다락방엔 시계도 없었고, 걸레도 없었어. 앉아 있는 건 분명히 사람 같은데, 움직임은 없고, 자세만 유지되는 이상한 정적이 계속 붙어 있었지.
그리고 문제는 내가 다락방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시간이 늘어지듯 흘렀다는 거야. 보통은 물건 꺼내고 정리하는데 대충 금방인데, 그때는 분명히 1분도 안 됐는데도 10분처럼 느껴졌거든. 그 사이에 비가 더 굵어졌는지 처마를 타고 떨어지는 소리가 뚝뚝 들렸는데, 그 소리와 맞물려서 다락방 안쪽에서 “툭” 하는 아주 작은 감각이 전해졌어. 딱 앉은 사람이 몸을 조금 가다듬는 소리 같은데, 내가 듣기엔 너무 가까웠다.
나는 결국 참다 못해 “거기 누구 있어요?”라고 물었어. 근데 대답은 없었고, 대신 그 사람의 무릎 쪽에서 공기가 한 번 바뀌는 느낌이 들었어. 그게 무슨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소리 없는 교체가 있더라. 그리고 바로 그 다음에, 앉아 있던 사람이 아주 늦게 일어났어. 원래 사람은 말을 듣고 바로 반응하는데, 그건 말이 끝나기까지 기다렸다가 뒤늦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어. 다락방 바닥이 살짝 눌리며, 천장 쪽으로 그림자가 길어지는 게 눈에 들어왔고, 나는 그 순간 심장이 턱 내려앉았다.
일어나는 소리는 ‘쿵’ 하고 크지 않았어.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더 무서웠다. 마치 누가 일부러 소리를 줄여서 일어나는 것 같았거든.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데도, 그 사람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몸의 각도만으로 느껴졌어. 내 쪽을 보는 것 같다가도, 사다리 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뒤에는, 그 자리에서 움직임이 멈췄지. 무언가가 “여기까지가 끝”이라고 정한 것처럼.
그때 나는 문을 닫고 내려가야 한다는 걸 알았는데, 손이 계속 떨려서 사다리 쪽으로 못 갔어. 대신 등 뒤에서 아주 희미하게 스치는 느낌이 있었고, 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지금 누군가의 움직임에 맞춰지고 있나’ 싶어졌어. 실제로 누가 뒤에서 지나간 건지 아닌지 확신이 없었지만, 그건 공포라기보다 이상하게 현실적인 동기처럼 느껴졌어. 마치 누군가가 나를 관찰하다가, 내가 도망가려는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처럼.
내가 결국 사다리 밑으로 내려왔을 때, 다락방 문은 열려 있었어. 그런데 방 안을 다시 올려다보면 될 일이었는데, 그건 못 했어. 다만 계단 위에 올라가는 나의 발끝 소리가 이상하게도 ‘한 번 더’ 울리는 느낌이었지. 계단은 분명히 하나씩 울려야 하는데, 내가 내딛는 소리 뒤에 딱 맞춰서 다른 소리가 따라오는 것처럼. 그리고 그 소리가 끝나는 순간, 다락방 안에서 의자나 상자가 한 번 건드려지는 소리가 났어. 내가 본 것과 똑같이, 상자들 옆에 앉아 있던 사람 같은 위치에서.
그날 밤 나는 불을 끄고도 잠을 못 잤어. 거실에선 티브이 소리 같은 게 들리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정작 집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그 다락방의 정적이 계속 떠올랐다. 비는 그치고 새벽이 오는데도, 다락방 문고리는 아무 소리도 없이 그대로였는데 이상하게 손가락으로 문고리를 잡아보는 상상만 계속 됐어. 마지막으로 확실히 기억나는 건, 해가 뜨기 직전에 다락방 위에서 “툭” 하는 소리가 한 번 더 났다는 거야. 이번엔 늦게 일어나는 소리가 아니라, 앉아 있던 사람이 “다시 시작하자”는 듯이 몸을 고쳐 잡는 느낌이었고, 나는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어. 그 사람은 내가 봐버린 걸 알아서 늦게 일어난 게 아니라, 내가 내려간 다음에야 일어난 걸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