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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내가 본 물건 가격표가 매번 바뀌어 같은 시간에

2026-06-24 00:29:13 조회 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에서 내가 본 물건 가격표가 매번 바뀌어 같은 시간에, 진짜 별거 아닌 것처럼 시작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미친 건가 싶을 정도로 반복되기 시작했어.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어. 새벽 두 시쯤, 컵라면 코너 앞에서 가격표를 봤거든. 평소에 3,300원이라던 매운맛 라면이 그날은 3,500원으로 적혀 있었어. 내가 대충 봤나 싶어서 한 번 더 쳐다봤는데, 숫자가 정확히 바뀐 게 눈에 들어왔지. 유통기한도 그대로였고, 진열도 그대로였는데 가격표만 또렷하게 다르게 서 있었어.

근데 그날 이후로 계속 그랬어. 다음 날도 똑같이 새벽 두 시쯤이었고, 나는 그냥 담배 대신 생수 하나 사려다가 진열대 앞을 지나가면서 가격표를 확인했어. 같은 라면, 같은 칸, 그런데 또 가격이 달라져 있더라. 3,500원이 3,200원으로 내려가 있고, 다른 상품도 묘하게 조합이 바뀌어 있었어. 직원이 바꿔 붙이는 걸 내가 못 봤을 가능성도 생각했는데, 그 시간대엔 사람이 거의 없고 카운터 불빛만 깜빡였거든.

나는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확인하고 싶어서, 그때부터 일부러 손을 뻗지 않고 가격만 훑고 계산대 쪽으로 갔어. 결제할 때는 당연히 내가 본 가격표랑 결제금액이 일치했어. 즉, 물건값이 시스템에서 바뀐 건 맞는데, 내가 본 건 매번 ‘종이 위에 적힌’ 가격표가 먼저 움직인 느낌이었어. 종이가 바뀐 걸 본 뒤에야 계산대에서 영수증이 찍히는 구조랄까.

일주일쯤 지나니까 패턴이 생기더라.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 정확히는 “새벽 두 시 열두 분쯤”이었는데, 그때가 되면 진열대 옆에 붙어 있는 얇은 가격표지들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어. 바람이 들어오는 창문도 없고, 선풍기도 꺼져 있었는데도 말이야. 손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분명히 바뀌어 있지 않았는데, 시계를 보고 몇 초 지나면 이미 숫자가 달라져 있었어.

처음엔 오작동이나 실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정교했어. 예를 들어 내가 매운맛 라면 가격표를 보고 있으면, 그 옆의 도시락 가격도 같이 움직였고, 음료 쪽에는 내가 확인한 브랜드만 바뀌는 느낌이었어. 전체가 한 번에 망가지는 게 아니라, 내가 눈여겨본 것만 정확히 타겟처럼 바뀌는 거 같았거든. 그래서 더 무서웠던 게, 내가 보는 순간이 ‘트리거’처럼 작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나는 아예 종이 가격표를 찍어두려고 했어. 휴대폰으로 숫자를 캡처한 다음, 다음 날 같은 시간에 다시 봐서 비교하려고. 근데 이상하게도 사진을 확인하면 날짜는 그날로 찍혀 있는데, 가격 숫자가 흐릿하거나 다른 걸로 저장돼 있더라. 마치 카메라가 그 구간을 회피하는 것처럼. 대신 내 눈으로 본 숫자는 또렷했어. 내가 본 건 기억이 아니라 ‘확신’처럼 남아 있었거든.

어느 날은 용기가 나서 직원에게 물어봤어. “혹시 새벽에 가격표 갈아끼우세요?”라고 묻자 직원은 웃으면서 “그 시간엔 거의 안 해요. 전산으로 통일해서 들어가는데요”라고 했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바라보던 진열대 구석의 가격표가 딱 한 번에 바뀌는 게 보였어. 직원은 못 봤는지 계속 계산을 하더라고. 나는 말이 안 나왔고, 입 안이 마른 채로 영수증만 받아 들었어.

그날 이후로 나는 편의점에 가는 걸 줄였는데도, 이상하게도 나도 모르게 그 시간대에 그 근처를 지나가게 되더라. 길을 걷다가도 시계가 먼저 떠오르고, 내 시선이 자동으로 진열대로 빨려 들어가. 편의점에서 내가 본 물건 가격표가 매번 바뀌어 같은 시간에… 그 문장을 나도 웃으면서 적어봤는데, 웃음이 끝나면 결국 같은 생각으로 돌아와. 그 가격들이 바뀌는 이유가 내가 확인해서인지, 아니면 반대로 내가 확인되도록 ‘나를 맞추는’ 건지.

마지막으로 잊지 못하는 건, 어느 새벽에 내가 일부러 가격표를 보지 않으려 정면을 피해 걸었는데도, 계산대 앞에 걸린 작은 안내문에서 비슷한 숫자가 어렴풋이 보였다는 거야. 그 숫자가 내 머릿속에서 먼저 정답처럼 떠올랐고, 나는 그 순간 깨달았어. 가격표는 종이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보고 있는 시간 자체에 붙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리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시계 초침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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