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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CCTV가 가끔 ‘정지화면’처럼 보이는데 시간은 흐르더라

2026-06-24 16:29:13 조회 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 CCTV가 가끔 ‘정지화면’처럼 보이는데 시간은 흐르더라

처음엔 그냥 기분 탓인 줄 알았어. 퇴근하고 내려가면 보통 주차장 입구 쪽 CCTV 화면이 켜져 있고, 화면 속 사람들 움직임도 평소엔 끊김 없이 돌아가거든. 그런데 어느 날 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이상했어. 모니터에 보이던 사람 한 명이 딱 멈춘 것처럼 서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멈춘 장면이 몇 초가 아니라 한참을 버티더라.

그날은 관리실에서 근무하는 날이었는데, 보통 내가 CCTV를 ‘점검’하는 건 이상 징후 있을 때뿐이야. 근데 화면이 멈춰 있는 걸 보는 순간부터 손이 먼저 움직이더라. 마우스로 창을 확대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리는데도 화면은 그대로였어. 사람의 몸만 안 움직이고, 표정도 그대로고, 주변 배경의 작은 흔들림도 멈춘 느낌이었지. 그런데 서버 시간이나 타임스탬프는 계속 올라가더라. 화면만 멈춰 있는데 시간은 흘러가고 있는 거야.

“설정 꼬였나?” 하고 다음 날도 확인했어. 퇴근 시간이 되면 관리실 모니터에 주차장 전체가 한 화면으로 보이는데, 가끔 특정 구역만 ‘스르륵’ 정지화면처럼 보이는 타이밍이 있었어. 예를 들면 1층 출입문 쪽 통로, 또는 기둥 뒤쪽 시야가 걸리는 곳. 그 구역만 유난히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었지. 처음엔 내가 프레임을 잘못 본 건가 싶어서 휴대폰으로 시간 재며 비교도 해봤는데, 결과가 애매하게도 계속 같았어.

정지된 장면에서 공통점이 있었어. 화면이 멈추는 동안, 누군가가 움직였는지 안 움직였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 왜냐면 그 멈춤이 너무 자연스럽게 보여서 ‘그 사람 원래 저 자세였나?’ 싶거든. 근데 동시에 조명 변화는 또 따라와. 형광등이 깜빡이는 패턴이나, 주차장 천장 쪽 센서등이 켜지는 타이밍은 그대로 흘러가. 그런데 사람만, 차량만, 딱 그 부분만 멈춘 것처럼 고정되는 거야. 마치 누군가가 화면을 잡아당겨 “여기까지만” 저장해둔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며칠 뒤엔 더 노골적으로 티가 나더라. 새벽에 경비가 교대할 때, 주차장 끝 쪽 차량 주변 CCTV가 잠깐 멈췄는데, 그 정지된 장면이 교대 시간과 겹쳐서 더 눈에 띄었어. 경비가 계단 쪽으로 걸어가려던 순간이 그대로 멈춰 있고, 그 뒤로 시간이 지나도 화면은 그대로였지. 그 사이 실제로는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관리실에선 전화도 한 번 왔거든. 그런데 모니터 속 장면은 소리가 난다 해도 “그때 그 모양”에서 움직이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그 화면을 의심하기 시작했어. CCTV가 가끔 끊긴다거나, 네트워크가 흔들린다거나, 그런 건 관리자가 보면 다 알 수 있잖아. 근데 로그를 뽑아보면 끊김 시간대가 이상하게도 ‘정상’으로 찍혔어. 서버는 정상, 기록도 정상, 전송도 정상. 그런데 모니터 화면만 이상했지. 나는 그때 처음으로 ‘정지화면’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확신이 들었어. 그냥 화질이 나빠진 게 아니라, 실제로 움직임의 진행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

그날 이후로 나는 멈춘 장면을 일부러 계속 보게 되더라.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확인하려고 고정적으로 보다가, 멈춤이 끝나는 타이밍을 기다렸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멈춘 게 풀릴 때는 ‘갑자기 정상으로 점프’하는 방식이 아니었어. 화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 마치 뒤로 밀려 있던 영상이 천천히 자기 자리를 찾는 것처럼 보였어. 그리고 풀리고 난 뒤에도, 멈춘 동안의 행동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았지.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통로를 지나가던 장면이 멈춰 있었다면, 풀린 뒤엔 이미 다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래서 나는 혼자 가설을 세웠어. “카메라가 사람을 놓친 게 아니라, 누군가가 영상에 들어오는 순간만 시간이 비껴간 거 아닐까.” 말도 안 되지. 근데 그 느낌을 부정하기가 어려웠어. 실제로 내 눈으로 본 정지화면은 그저 버퍼링 같은 지연이 아니라 ‘그 순간의 존재감’이 너무 선명했거든. 정지된 사람의 자세가 꼭 누군가가 바로 앞에서 찍어둔 스틸컷처럼 또렷했어. 그 선명함이 오히려 더 불길했지. 흐릿한 노이즈나 “끊겼다”는 느낌이 아니라, “멈췄다”는 느낌이니까.

마지막으로 가장 소름이었던 건, 내가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알림을 받았을 때야. 관리실 CCTV 기록에서 특정 시간대 영상이 ‘정상 파일’로 내려받아졌는데, 파일 재생을 하면 중간에 검은 구간이 없는 대신 화면 속 움직임만 이상하게 정렬돼 있더라. 타임스탬프는 분 단위로 또렷하게 지나가는데, 그 사이 사람들은 전부 같은 순간에 멈춰 있었다가, 재생이 끝날 즈음에야 너무 늦게 따라오는 것 같았어. 나는 그때 깨달았어. 정지화면은 화면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한 번 비켜 간 표시였을지도 모른다는 걸.

지금도 밤에 모니터 보면 가끔 그래. 분명히 움직임이 있어야 할 곳이, 어떤 구역은 꼭 한 장면에서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시간은 계속 흐르더라. 그래서 나는 그 멈춘 장면을 확인하려고 고개를 숙였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화면을 끄고 자리를 뜨게 돼. 혹시라도 내가 보려고 할수록, 그 ‘비켜 간 시간’이 다시 나를 향해 돌아올까 봐. 그 생각이 들면, 주차장 형광등 소리마저도 더 천천히 들려서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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