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받은 식탁 다리 나사에 미세한 혈흔 같은 게 있었다
중고거래로 받은 식탁 다리 나사에 미세한 혈흔 같은 게 있었다. 처음엔 진짜 별일 아닌 줄 알았어요. 부품 포장 뜯고 나사 몇 개 손끝에 닿는 순간, 먼지랑 녹 사이 어딘가에 빨간 기운이 너무 또렷하게 박혀 있어서요. 손톱으로 문질렀는데도 완전히 지워지진 않더라구요. 그래서 괜히 기분이 찜찜해지기 시작했죠.
상황은 이랬어요. 동네 중고앱에서 식탁을 싸게 구했는데, 상태가 전체적으로 괜찮다길래 덜컥 잡았어요. 다만 몇 개가 다리 쪽이라 나사만 따로 챙겨달라고 하더라고요. 판매자 말로는 “나사만 따로 분리해뒀어. 그냥 끼우면 돼”였고, 포장도 대충 비닐봉지에 넣고 종이로 감아둔 정도였어요. 집에 오자마자 조립할 생각으로 박스에서 부품을 꺼냈죠.
식탁 다리 나사 외에도 작은 볼트나 와셔 같은 게 같이 있었는데, 유독 그 나사 몇 개만 색이 달랐어요. 물론 녹슨 자국처럼 보일 수도 있었고, 포장 과정에서 뭔가가 묻은 걸 수도 있죠. 그런데 문제는 그게 “묻었다”기보단, 나사산 안쪽 틈에 얇게 번져 박힌 형태였다는 거예요. 손가락으로 비비면 가루처럼 흩어지는 게 아니라, 마치 아주 얇게 굳어있는 것처럼 남아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바로 세척부터 했어요. 주방세제랑 물로 한 번 헹구고, 키친타월로 닦아내고, 마지막엔 알코올 티슈로 한번 더 닦았죠. 그런데 희한하게도 알코올이 닿을 때마다 색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어요. 미세하게만 남아서 “정확히 뭐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데, 그래도 제 눈엔 분명히 피 같은 느낌이었어요. 냄새는 심하게 나지 않았지만, 그 특유의 텁텁한 기분만은 지워지지 않더라고요.
여기까지가 첫 번째 찜찜함이었고, 두 번째는 조립하고 나서부터였어요. 다리를 다 세운 뒤에 식탁을 살짝 흔들어보니, 나사들이 다른 부품보다 유난히 “잘 맞물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힘을 줘서 돌리긴 했는데, 나사산이 매끈하다기보다 어딘가 걸리는 느낌이 반복됐어요. 그래서 혹시라도 녹이나 오염이 남아있는 건가 싶었고, 다시 분해해서 확인했죠.
분해해보니 이상한 게 더 보였어요. 나사 끝부분이나 머리 쪽에만 묻어 있는 게 아니라, 나사산 사이사이에도 잔흔처럼 남아 있었어요. 그걸 확대해서 본 건 아니지만, 손전등 비춰보면 평범한 녹색이나 먼지랑 결이 달랐어요. 그리고 그 나사 하나를 휴지로 문질렀을 때 휴지에 약간의 색이 배어나왔는데, 그게 “대충 닦이겠지” 싶을 정도로 가벼운 게 아니라, 꽤 오래된 것처럼 굳어 있는 결이었어요.
그날 밤엔 거의 잠이 안 왔어요.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누가 다치고 나사에 묻혔나?” 같은 소름 돋는 상상을 하면 끝이 없는데, 또 동시에 “아닐 수도 있지”라고 스스로를 달래도 마음이 계속 남아 있었어요. 혹시 판매자가 나사만 따로 빼서 보관하면서 뭔가를 쏟았거나, 작업 중에 묻은 걸 대충 닦고 보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왜 하필 식탁 다리 나사에만 그런지, 그리고 왜 이렇게 ‘박힌 듯’ 남아있는지 그게 계속 걸렸어요.
다음 날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나사 몇 개 상태가 이상한데, 혹시 세척 안 된 건가요? 사진 보내도 될까요?”라고 조심스럽게요. 근데 답이 꽤 늦게 왔고, 그마저도 “그건 원래 색이 그래요. 나사 오래돼서요”였어요. 그 말을 믿기엔 너무 특정한 몇 개에만 같은 결로 남아 있더라고요. 제가 “혹시 다른 나사로 교환 가능할까요?”라고 물었더니, 그제서야 “보낸 건 내가 쓰던 거라 문제 없을 거예요”라고만 하고 대화를 끊더라고요.
결국 저는 그 나사만 따로 새로 샀어요. 가까운 철물점 가서 같은 규격 확인하고 교체했죠. 식탁은 정상적으로 단단해졌고, 조립 후엔 흔들림도 사라졌어요.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찜찜하더라고요. 새 나사를 끼우고 나면 끝이 나야 정상인데, 오히려 “그때 왜 저만 저렇게 보였지?” 같은 생각이 남았어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식탁 아래쪽을 한번씩 들여다보게 돼요. 다리 나사가 원래는 평범한 부품인데, 그날은 왠지 ‘숨겨진 시간’처럼 느껴졌거든요. 중고는 늘 누군가의 흔적이 남는 거라고들 하잖아요. 근데 그 흔적이 단순한 스크래치나 먼지가 아니라, 너무 작아서 더 무섭게 박혀 있었던 거 아닐까요. 아직도 식탁에 앉을 때마다, 그 나사산 틈에 남아있던 미세한 결이 어렴풋이 떠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