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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화장실 배수구에서 누가 숨 쉬는 소리가 났다

2026-06-25 08:29: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 화장실 배수구에서 누가 숨 쉬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그냥 배관이 식어서 나는 소리겠거니 했는데, 그게 새벽마다 똑같은 패턴으로 이어지니까 결국 며칠 못 버티고 귀를 배수구 쪽에 대고 확인하게 됐다.

사건은 입주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시작됐다. 밤 2시를 넘기면 화장실 바닥 타일 쪽에서 아주 작게 “후—” 하고 숨을 들이쉬는 것처럼 들렸다. 동시에 물 내리는 소리도 아니고,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도 아니었다. 배수구 뚜껑에서 나는 건데, 소리가 방 안으로 퍼지는 게 아니라 배수구 위에 딱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변기 물이 조금 새나 싶어서 물을 한 번 빼보고, 배수 트랩에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막혔나 확인하려고 휴지로 감싸서 뚜껑 주변을 문질렀다. 근데 손을 가까이 대면 들리던 숨 소리가 이상하게 더 또렷해졌다. 더 가까이 가면 들려야 하는 게 맞는데, 문제는 “더 가까이 가도 더 안 멀어지는” 게 아니라 “숨이 마치 손끝을 피해 돌아가는 것”처럼 들린다는 거였다.

다음날 낮에는 멀쩡했다. 퇴근하고 저녁 먹고 샤워하고 돌아오면 소리는 없었다. 다만 매일 밤 같은 시간대가 되면 어김없이 시작됐다. “후—” 하고 한 번 들이쉬고, 아주 짧게 “후……” 하고 한 번 더 이어졌다가 뚝 끊겼다. 어떤 날은 소리가 좀 길어져서 숨을 쉬는 사람이 숨을 고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 검색을 했다. 소문 같은 건 다 비슷했다. 배수구에서 나는 소리, 누수, 역류, 저런 종류. 하지만 글마다 공통점이 있었다. 대부분이 ‘한두 번 나고 끝난다’거나 ‘물 쓰면 해결된다’는 식이었다. 나는 물을 써도, 변기 물을 여러 번 내려도, 세제를 부어도 밤이 되면 똑같이 시작됐다. 오히려 물을 자주 쓰면 소리가 더 규칙적으로 들리는 날도 있었다.

어느 날은 너무 궁금해서 세면대에서 물을 틀어놓고 화장실 조명을 켠 채로 기다렸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조용히 배수구 쪽을 봤는데, 뚜껑을 덮고 있는 고무링 주변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것처럼 보였다. 바람이나 물방울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일정했다. “누가 거기서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을 하려는 순간, 머리 뒤쪽이 서늘해지면서 손끝이 먼저 움찔했다.

그러고 나서 제일 찜찜한 건 ‘방향’이었다. 소리가 배수구만의 문제라면 소리를 따라가면 점점 커지거나 작아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방 안 어느 지점에서는 소리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마치 소리가 특정 높이와 각도에서만 잘 들리는 것 같았다. 그날은 거실에서 시간을 보다가 화장실 문을 살짝 열어 놓았는데, 문을 열어놓는 순간 소리가 약간 커졌다. 닫아버리면 다시 줄어들었다. 내가 문을 여닫는 게 아니라, 소리가 문틈을 기준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것 같았다.

관리인에게 말해보려다가도 참았다. 이런 얘기 하면 결국 “기분 탓” “배관 문제” “환풍기 소리”로 정리될 게 뻔했다. 게다가 비용이 들면 더 답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해결하려고 배수구 뚜껑을 완전히 들어내려고 했는데, 고무링이 생각보다 단단하게 붙어 있었다. 물기가 조금 차 있길래 손으로 건드렸더니, 그 순간 “후—” 하고 소리가 뚜껑 아래에서 바로 튀어나오듯 들렸다. 나는 그대로 뚜껑을 놓쳤고, 주르륵 소리가 난 뒤로는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 뒤로는 패턴이 바뀌었다. 이전엔 새벽 2시 무렵에만 들리던 숨 소리가, 어느 날부터는 새벽이 아니어도 가끔 들렸다. 특히 내가 샤워를 막 마치고 물기를 닦을 때, 타일이 식는 타이밍에 맞춰서 “후……” 하고 아주 짧게 한 번만 울리는 식이었다. 마치 확인하듯 내 루틴을 따라오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화장실 문을 열어두지 않게 됐고, 물 내리는 소리도 의도적으로 크게 만들었다. 소리를 덮어버리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있다. 그날은 새벽에 깼는데, 숨 소리 대신 물이 아주 천천히 차오르는 듯한 미세한 “틱, 틱” 소리가 들렸다. 배수구를 바라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소리만 계속됐다. 나는 숨을 죽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소리가 멈추더니 그제야 아주 조용한 탄식 같은 소리가 배수구 위에서 한 번 올라왔다. 그게 ‘숨을 쉬었다’기보다 ‘이미 들어온 게 밖으로 나오는 것’처럼 들려서 그 다음날부터는 화장실에 혼자 들어가는 게 습관이 아니라 버릇이 됐다. 지금도 가끔 오래된 원룸에 들어가면 배수구 주변을 보게 된다. 누가 숨 쉬는 소리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숨이 내 쪽으로 옮겨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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