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야간에 진열을 다시 맞추는 직원이 CCTV에 안 잡힌다
편의점 야간에 진열을 다시 맞추는 직원이 CCTV에 안 잡힌다. 처음엔 그냥 동네에 흔한 ‘야간 알바’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새벽 두 시쯤이면 항상 한 번, 진열대 모서리나 음료 냉장고 쪽이 정리돼 있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건, 그걸 하는 사람이 CCTV 화면엔 없다는 거예요. 편의점 내부 카메라는 출입문이랑 카운터, 진열대 전부 다 보이는데도 말이죠.
사건은 제가 야간에 잠깐 도와주던 날부터 시작됐어요. 사장님이 “오늘도 들어가서 재고만 맞춰. 그리고 냉장고 줄 맞춰두고 가”라고 했거든요. 저는 그때까지도 그냥 ‘직원 교대가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나 보다’ 싶었어요. 근데 새벽 네 시쯤, 카운터 쪽 TV에서 CCTV 영상을 보는데 진열대 쪽 시간이 끊겨 보이더라고요. 화면은 멀쩡하게 돌아가는데, 유난히 그 구역만 10초 정도씩 ‘툭’ 하고 끊기는 느낌이었어요.
그날 일을 마치고 다시 확인했는데, 더 소름이 돋았어요. 제가 진열대 정리를 하려고 움직인 시간과, CCTV에서 진열이 바뀐 시간이 정확히 겹쳤거든요. 즉, 진열대가 ‘제가 손대기 전’ 상태에서 ‘제가 끝내고 나간 뒤’ 상태로 넘어가 있었던 거죠. 저는 손을 댄 게 분명한데, 화면 속에서는 제 동선이 카메라에서 사라져 있었어요. 카메라가 고장 난 줄 알았지만, 다른 화면은 멀쩡히 찍혔어요.
이후로는 동네 소문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야간에 진열 다시 맞추는 사람이 있어”라고요. 근데 이상하게 그 사람은 늘 같은 시간대, 늘 같은 방식으로 보인대요. 누군가 말하길, 생수나 커피 라벨을 딱딱 정면으로 맞추고, 컵라면 스티커가 겹치지 않게 세로로 세워 둔다고. 그 말이 맞는 이유가, 제가 다음 주에 그 패턴 그대로 발견했거든요. 저는 그걸 일부러 맞춰본 적이 없는데도요.
사장님도 결국 CCTV를 따로 확인했어요. 녹화 시간은 정상인데, 진열대 앞을 비추는 화면만 유독 ‘공백’이 생겨요. 화면이 검게 변하는 것도 아니고, 노이즈가 심하게 뜨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사람 움직임이 있어야 할 구간에서 영상이 아주 미세하게 밀려나는 느낌. 마치 누가 프레임을 한 번 휙 넘겨버린 것처럼요. 그래서 사장님은 “설비 문제인가” 하며 업체를 불렀는데, 점검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어요.
제가 직접 확인해보려 한 밤이 있었어요. 새벽에 일부러 진열대 한 칸을 어긋나게 놔두고, ‘누가 와서 다시 맞추는지’ 보려고 했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진열대가 점점 제 의도대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문제는 제가 카운터에 앉아 있었고, 출입문도 제대로 잠겨 있었는데 누가 손을 대는지 화면엔 아무도 없다는 거예요. 음료 냉장고 문 위로 비치는 빛은 움직이는데, 몸체는 안 보여요. 누군가가 ‘손만’ 들어오는 것 같은데, 손도 화면에 안 남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는 이상한 규칙 같은 걸 느꼈어요. 그 사람이 나타나는 시간은 거의 항상 “교대가 끝난 직후”더라고요. 직원이 한 명 더 들어와서 카운터 정리하고, 계산대 뒤로 잠깐 몸을 돌리는 순간에, CCTV는 잠깐씩 끊겨요. 그리고 끊긴 뒤엔 진열이 원래대로 돌아가 있죠. 사장님이 말하길, 전임 야간 알바가 “나도 한번 따라가 봤는데, 그 사람은 항상 카메라 사각처럼 보이게 걸어 다닌다”고 했대요. 근데 CCTV가 사각이 될 수 있는 각도는 이미 다 막아놨는데도 말이죠.
한 번은 사장님이 직접 새벽에 카메라 앞에서 기다렸어요. “만약 사람이 있다면, 이번엔 잡아야지”라고요. 그런데 새벽 두 시 반쯤, 카메라 모니터에 보이는 카운터 쪽 시야에서 사장님이 서 있는 모습이 잠깐 흐려졌고, 다음 순간엔 진열대 쪽이 정리된 상태로 바뀌어 있었어요. 사장님은 그 사이에 움직이지 않았다고, 손도 올린 적 없다고 했어요. 다만 사장님만은 그 시간에 “뭔가 문을 닫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편의점 안쪽 자동문도 아닌데요.
그날 이후로 저는 가게에서 더 조용히 행동하게 됐어요. 진열을 굳이 ‘완벽하게’ 맞추지 않아도 그냥 두면, 어차피 새벽에 알아서 돌아가 있으니까요. 대신 저는 절대로 카메라 앞에서 일부러 어긋나게 놓지 않게 됐어요.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 그 어긋남이 언제나 “원래 자리로”가 아니라 “어떤 기준에 맞춘 자리”로 바뀌는 것 같아서요. 진열은 정리됐는데, 제가 알던 위치랑 미묘하게 다른 느낌… 마치 누군가의 손이 아니라, 누군가의 ‘규칙’이 진열을 움직이는 것 같았거든요.
결국 가장 무서웠던 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될수록 오히려 정체가 흐려진다는 거예요. CCTV엔 없는데, 진열은 맞춰지고, 시간은 늘 정확하고, 사각도 이미 없는데도요.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새벽에 진열이 바뀐 뒤엔 늘 계산대 아래쪽에서 아주 얇은 먼지 띠가 한 줄 생기더라고요. 누가 바닥을 쓱 긁고 지나간 것처럼요. 그 먼지 줄이 사라지는 건 늘 같은 새벽에, “다시 맞춘 다음 날”이 아니라 “맞춘 그날”이었어요. 그러니까 누군가는 진열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흔적도 지우는데, 흔적 지우는 방식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다른 걸 떠올리게 만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