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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행군 후 내 수통이 뜨겁게 데워져 있었어

2026-06-26 00:29:19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행군 후 내 수통이 뜨겁게 데워져 있었어. 처음엔 그냥 날씨가 더워서 그렇겠거니 했지. 그런데 그날은 분명히 아침에 찬 물을 채워 놨고, 행군 내내 수통을 등짐처럼 단단히 묶어 들고 다녔거든. 문제는 하필 내 수통만… 아니, 내 걸 메고 있던 내 것만 너무 뜨거웠다는 거야.

사건은 오후 행군이 끝나고 급하게 텐트 쪽으로 돌아온 직후 시작됐어. 다들 물 한 모금씩 마시고 싶어서 수통을 꺼내는데, 내 수통 뚜껑을 잡는 순간 손바닥이 살짝 달아오른 느낌이 들었어. 겉면은 분명 천으로 감싸져 있었는데도 열기가 스며나오는 것 같았고, 이상하게도 “뜨겁다”기보다 “이미 안에서 오래 데워진 상태” 같은 질감이었어.

나는 바로 뚜껑을 열지 못하고 한참 망설였어. 옆에 있던 선임이 “야 너 뭔데, 뜨끈하네?” 하고 웃더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내 안에 있던 찜찜함이 확 커졌어. 왜냐하면 그 선임은 농담하듯 말했지만, 내 수통만 유난히 뜨겁다는 걸 눈치챈 얼굴이었거든.

그래서 결국 뚜껑을 열었는데, 물에서 김이 올라오는 건 아니었어. 대신 입구 쪽에서 이상하게 미지근한 게 아니라, 아주 오래 붙들고 있던 전기찜질기처럼 따뜻한 열이 느껴졌어. “그냥 더워진 거겠지” 하고 들이키려다 멈췄다. 냄새가 없는데도, 혀에 닿는 순간 약간 금속 맛이 올라오는 기분이었거든.

나는 그날 날씨가 그렇게까지 미친 폭염이 아니었는데도 왜 내 수통만 그랬는지 계속 생각했어. 수통은 다들 스스로 잘 챙기잖아. 내 걸 누가 만질 상황도 없었고, 행군 내내도 내 배낭에서 끊어진 적이 없었어. 그런데도 수통 열기만큼은 내가 어떤 곳에 잠깐이라도 방치했던 것처럼 “시간이 누적된” 느낌이었지.

그때 옆에서 다른 후임이 물어봤어. “형, 뜨거워요? 저희는 차갑던데.” 그 말 듣자마자 더 기분이 이상해졌어. 나는 “나만 그래”라고 하려다가, 뭔가 말이 새는 느낌이 들어서 삼켰거든. 군대에서 이상한 일은 항상 소문이 빨라. 괜히 내가 떠들면 내 수통이 뭔가 이상한 취급을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아무 말도 안 하면 찝찝함이 계속 따라다닐 것 같았어.

그래도 참고, 그날 저녁엔 개인정비 시간에 수통을 뒤집어 살펴봤어. 겉천과 수통 외피가 완전히 마모된 흔적은 없었고, 뚜껑도 멀쩡했어. 그런데 이상하게 외피 안쪽, 수통을 감싸는 부분에서 아주 희미하게 미끈한 흔적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지. 손가락으로 문질러도 냄새는 강하지 않았는데, 뭔가 “뜨거워진 후에 식기 직전”의 잔여감 같은 게 남아 있었어.

그날 밤, 점호하고 돌아와서도 계속 수통을 만지작거렸어. 잠이 안 오니까 자꾸 생각이 꼬였거든. ‘누가 내 수통을 바꿔 끼웠나?’, ‘아니면 누가 몰래 뭔가 넣었나?’ 같은 생각이 머리를 쳤고, 그러다 문득 이상한 장면이 떠올랐어. 행군 도중에 잠깐 휴식했을 때, 누군가 모포를 펴고 무언가를 데우는 듯한 행동을 했던 기억. 난 그때는 그냥 전투식량 데우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행동이 너무 짧고 너무 조용했어. 누가 그렇게 굳이 “다른 사람 수통”까지 관심을 가질까 싶었는데, 그 짧은 순간이 자꾸 연결됐어.

다음 날 아침, 나는 수통을 다시 찬 물로 채워서 들고 나갔어. 신기하게도 이번엔 전혀 뜨겁지 않았고, 평소처럼 차갑게 유지됐지.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더 불안해졌어. 어제의 열기가 “이상한 게 잠깐 생긴 해프닝”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딱 필요한 순간에만 건드린 것처럼 느껴졌거든. 그리고 그날 훈련장 정리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천 조각을 봤는데, 내 외피랑 색이 거의 같았어. 누가 내 수통을 만졌다면 왜 티가 안 나게 조각만 남겼을까, 왜 그걸 하필 어제 밤 점호 끝나기 직전에 봤을까….

지금도 생각하면 제일 소름 돋는 건, 그 뜨거운 수통을 들고 있을 때 내 귀에 “툭” 하는 감각 같은 게 남아 있다는 거야. 실제로 소리가 났던 건 아닌데, 손끝으로 열기가 전달되는 순간 어디선가 무언가가 닫히는 느낌이 들었어. 그날 이후로 나는 행군 후 수통을 꺼내는 첫 순간을 늘 조심스럽게 보게 됐고, 누가 장난을 치는지, 아니면 뭔가가 내 옆에서 지나간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그 뜨거움은 그냥 날씨가 만든 게 아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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