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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우편함이 비었는데 전단지만 자꾸 늘어

2026-06-26 16:29:15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우편함이 비었는데 전단지만 자꾸 늘어. 처음엔 그냥 동네 장사꾼들이 뿌리고 가나 보다 했는데, 문제는 그게 “한 번”이 아니라는 거야. 아침마다 우편함 문을 열면 종이 냄새가 딱 나고, 전단이 어제보다 더 많이 쌓여 있어. 우편함 안쪽을 보면 젖은 흔적도 없고, 바람에 휘날린 모양도 아니더라. 누가 일부러 넣는 것처럼 가지런히 들어있었어.

나는 그때 집에 혼자 살았어. 마을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요즘 광고는 당연하지” 하면서 웃고 넘어가는데, 웃음이 좀 이상했지. 특히 어떤 아주머니는 내 우편함을 본 적도 없는데도 “그거 나중에 한 번 치워야 돼” 같은 말을 하더라고. 그 말이 왜 그렇게 구체적인지, 그날 밤까지 계속 머릿속에 남았어.

처음엔 그냥 장기 할부랑 정수기, 부동산, 학원 전단들이 섞여 있었는데, 며칠 지나면서부터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어. 종이 크기는 비슷한데 글씨체가 묘하게 다르더라. 광고 문구 사이에 아주 작은 글씨가 들어가 있는 것도 눈에 띄었고, 그 작은 글씨를 제대로 읽으려면 손전등으로 비춰야 했어. 신기하게도 그 글씨는 매번 똑같은 형식으로 반복됐어. “받는 분”이라는 표현이 늘 동일했고, 주소는 내 집이 맞는데 우편번호 옆에 이상한 숫자 하나가 덧붙어 있었어.

그래서 나는 일부러 그 숫자를 적어두고 비교했어. 비슷한 시기 전단이 같은 숫자를 반복하는 건 이해했는데, 날짜가 바뀌면 숫자도 바뀌더라. 그런데 숫자가 바뀌는 방식이 “현업” 같은 느낌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내 일정에 맞춰 조절하는 것 같았어. 그때부터는 그냥 광고라고 넘기기 어렵더라. 특히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 날엔 전단이 더 잘 보였어. 종이가 젖지 않는데도 우편함 안쪽 모서리에 물기 얼룩 같은 게 남아 있었거든.

어느 날은 내가 직접 우편함 문을 열어본 뒤, 전단 한 장을 들추려고 했는데 손바닥에 살짝 축축한 감촉이 남았어. 종이 자체는 마른 상태였는데도, 손가락 끝만 이상하게 시려웠다고 해야 하나. 그 순간, 우편함 안쪽에 얇은 먼지층이 있었는데 그 먼지가 눌린 자국처럼 사선으로 쓸려 있었어. 누군가 손을 넣을 때 생기는 각도랑 똑같았어. 그런데 내가 보기엔 우편함 구조상 손을 넣을 각도가 거의 안 나와. 너무 뻔하게 만들어져서, “누군가는 할 수 있다” 수준이 아니라 “원래 못 한다”는 쪽이었거든.

나는 그날 밤, 일부러 우편함 앞에 빈 쟁반을 놓고, 바닥엔 얇은 밀가루를 뿌려뒀어.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확인했는데, 밀가루는 한쪽에만 아주 얇게 번져 있었어. 누가 우편함에 손만 넣고 가볍게 발을 뗀 흔적 같았지. 그리고 그 옆에, 누가 종이를 넣을 때만 생기는 모서리 자국처럼 작은 긁힘이 나 있었어. 누군가가 “전단을 넣는 동작”만 반복했다는 느낌이었어. 대체 누가 새벽마다 그걸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왜 아무도 못 본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됐지.

그래서 결국 나는 우편함 문 안쪽에 테이프를 붙여 봉인처럼 만들어뒀어. “열리지 않으면” 더 이상 들어올 수 없잖아. 그런데 이게 진짜로 소름이였던 게, 테이프가 찢어져 있지 않았는데 전단은 또 생겼어. 테이프는 멀쩡했거든. 마치 누군가가 테이프가 있는 줄도 알면서, 우편함 구조의 다른 틈으로 밀어 넣은 것처럼. 그때부터 전단이 단순 광고가 아니라, 나를 확인하는 방식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뭘 하든 “다음은 더 잘 들어간다”는 식으로.

전단 내용도 점점 더 이상해졌어. 광고 문구만 딱딱 들어있는 날도 있는데, 어떤 날엔 문장 중간에 내 말버릇 같은 게 끼어 있어. “좀” 같은 표현, 내가 혼잣말로 자주 쓰는 조사 패턴이 종이 중간에 끼어 있는 거야. 물론 누가 내 동네에서 들었을 수도 있지. 그래도 그게 반복되니까, 그냥 우연이라기엔 너무 촘촘하더라. 특히 마지막 장에는 늘 똑같은 문장이 들어 있었어. “비어 있는 걸 확인해 주세요.” 그런 말이, 정말로 내가 우편함을 열어볼 걸 알고 있는 사람처럼 적혀 있었어.

나는 더는 못 참겠어서 우편함을 통째로 바꾸려고 했어. 새 우편함을 사서 바꾸는 김에, 기존 우편함을 창고 구석에 옮겨두고 잊으려 했지. 그런데 그날 저녁, 창고 문을 닫고도 이상하게 마음이 찝찝해서 한 번 확인했어. 기존 우편함을 꺼내 옆면을 보니까, 옆 틈의 나사 자국이 새로 생겨 있었더라. 분명 얼마 전엔 없던 자국. 그리고 그 자국 바로 옆에, 전단 종이 한 장이 끼워져 있던 거야. 봉인한 게, 테이프가, 우편함을 바꾸려는 결심이 다 의미가 없다는 듯이. 마지막 페이지 맨 아래에는 날짜도 없이 한 줄만 남아 있었어. “열어본 사람은, 다음엔 더 빨리 열게 된다.”

그 뒤로도 한동안 전단은 멈췄다가, 어느 날 다시 시작됐어. 이번엔 양이 늘지 않았어. 대신 딱 한 장만 들어 있었는데, 내용은 내가 그날 아침에 우편함을 열기 직전에 속으로 한 생각이랑 똑같았어. 그래서 지금도 가끔, 우편함이 비어 있는지 확인하는 손이 멈추질 않아. 비어 있는데도, 누가 “확인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거든. 그리고 문제는, 그 문장이 내 쪽에서 먼저 떠오른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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