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전등 스위치가 아래로 내려가 있을 때도 켜져
원룸 전등 스위치가 아래로 내려가 있을 때도 켜져. 처음엔 내가 이상한가 싶었는데, 그 집에 들어와서 딱 일주일쯤 지나자 “이건 사람 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 밤에 불 끄고 나갈 때마다 스위치가 아래로 내려가 있는 상태였는데, 이상하게도 어떤 날은 그대로 불이 켜진 채로 있더라.
처음엔 단순 실수라고 넘겼어. 이사 오면 손잡이 높이도, 스위치 감도도 다들 달라서 내가 제대로 올렸나 싶었지. 그런데 다음 날 밤에도 똑같이 반복됐어. 퇴근하고 들어와서 천천히 확인해봤는데, 스위치는 확실히 아래로 내려가 있었어.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꺼짐” 위치 딱 그 모양 그대로였는데, 전등만은 켜져 있는 거야.
그래서 난 제일 먼저 전구 문제부터 의심했어. 오래된 전구면 미세하게라도 점등되는 경우가 있나 싶어서, 구청(?) 같은 데서 연락할까 하다가 일단 작은 실험을 해봤지. 낮에 아무도 없는 시간에 스위치 위치를 몇 번이나 바꿔가며 관찰했는데, 켜졌다가 꺼지는 타이밍이 꼭 내 행동과 맞물리지 않았어.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고 해서 즉시 반응하는 느낌이 아니라, 어떤 주기는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달까.
그때부터가 좀 이상해지기 시작한 건데, 전등이 켜질 때 소리가 났거든. “딱” 하고 스위치가 움직이는 그런 소리 말고, 벽 안에서 아주 미세하게 스르륵 하는 소리. 마치 누가 손끝으로 스위치를 아주 살짝 조정하는 것 같은 느낌. 나는 그 집에서 혼자 살았고, 방문 열고 닫는 소리도 거의 없었어. 그런데도 불이 켜지는 순간마다 그 소리가 따라왔어.
나는 겁이 나서도 뭔가 확인하고 싶어서, 생활 루틴을 바꿔서 테스트했어. 퇴근하고 들어오면 항상 먼저 문부터 닫고, 그 다음에 불을 끄고, 마지막으로 휴대폰 조명을 켜서 스위치 위치를 눈으로 확인했거든. 스위치는 아래로 내려가 있었고, 불은 켜져 있었고, 그 상태가 몇 분씩 유지되다가 어느 순간엔가 자연스럽게 꺼졌어. 그런데 이 “자연스럽게”가 사람 실수랑 달랐어. 꺼질 때도 내 손동작이랑 상관이 없었거든.
그래서 한 번은 아예 기록을 남기려고 했어. 휴대폰 카메라로 스위치와 전등이 함께 보이게 세워두고, 불을 끄는 순간부터 타이머를 재는 방식으로. 결과는 웃기게도 내가 설정한 시간표랑 계속 어긋났어. 대부분은 내가 불을 끄기 직전이나, 방금 뒤돌아선 순간쯤 전등이 “자동으로” 켜졌어. 그리고 그때마다 스위치는 아래로 내려가 있는 상태 그대로였어. 눌린 모양도, 위치도 바뀐 게 없는데 불만 살아나 있는 느낌.
그 다음엔 진짜로 방 안에 아무 것도 없는지 확인했어. 전등 아래 그림자도, 커튼이 바람에 움직이는 것도 없었고, 멀티탭을 만진 흔적도 없었어. 나는 전기 쪽 지식은 없지만, 전선이 헐거워서 스위치가 “연결되지 않고도” 불이 들어오는 상황이 있나, 그런 생각도 잠깐 했어. 근데 이상한 건, 전등이 켜질 때마다 스위치가 아래 위치에 그대로 있다는 점이야. 전기 문제라면 스위치도 어딘가 반응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결국 이사 나간 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 그 집이 원래 좀 그래. “몇몇 호수는 스위치가 고장 나서 손으로 여러 번 만져야 한다”는 식의 말은 있었거든. 근데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납득이 안 됐어. 고장이면 고장이지, 왜 하필 내가 불을 끄려고 하는 타이밍에만 켜지는지. 더 소름은, 내가 한 번만큼은 일부러 일부 행동을 안 했을 때야. 그날은 피곤해서 그냥 불 켜둔 채로 앉아있다가, 자연스럽게 불이 꺼진 뒤에 스위치만 아래로 확인했는데도 잠깐 뒤 또 켜지더라. 마치 “넌 만질 필요 없는데?”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
마지막으로,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 하나가 있어. 어느 밤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 거실 쪽에서 차 소리도 없었고 바람도 없었어. 그런데 전등이 켜져 있었어. 스위치는 아래로 내려가 있는 상태. 나는 침대에서 몸을 돌리지도 못한 채로 멍하니 천장을 봤지. 그 상태로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전등이 조용히 꺼졌는데, 그 꺼질 때 벽 안에서 들리던 스르륵 소리가 이번엔 반대로 들리는 느낌이었어. 누가 “꺼도 된다”는 쪽으로, 아주 천천히 되돌려 놓는 소리 같아서… 지금 생각해도 손끝이 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