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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내 병사가 아닌데 내 훈련기록이 자꾸 보정돼

2026-06-27 16: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전역한 지는 꽤 됐는데도, 가끔 군 시절 생각하면 손바닥이 서늘해져. 문제는 “내 병사가 아닌데도 내 훈련기록이 자꾸 보정된다”는 거였어. 처음엔 그냥 전산 입력 실수겠지 했거든. 근데 그게 매달처럼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확인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도 기록이 바뀌어 있더라.

당시 난 소대 쪽에서 훈련 관리 담당에 가까운 보직이었어. 인원 정리하고, 개인별 훈련 이수 여부나 평가 항목을 통합해서 올리는 역할. 그래서 훈련 끝나면 교관들이 준 명단이랑 내 쪽 엑셀/전산 자료를 대조하고, 최종 제출 전에 “누가 누구 기록을 정정했는지” 같은 로그를 보곤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병사가 아닌데 내 이름이 들어간 항목이 자꾸 손봐져 있었어.

처음 발견한 건 사격 훈련 기록이었어. 분명 나는 소대 내부에서 통제선 쪽만 맡았고, 실제 표적장 쪽 평가표는 다른 중대에서 온 교관이 작성했거든. 근데 다음 날 전산에서 내 항목이 “추가 보정” 상태로 뜨면서, 명중률 같은 숫자가 올라가 있었어. 로그를 보니 ‘정정자: A중위’로 찍혔는데, A중위는 우리 부대 정식 체계가 아니라 다른 훈련반에서 오가는 사람이었어. 내 병사가 아닌데도 말이지.

그래서 내가 그냥 넘기려다가, 두 번째부터는 확신이 생겼어. 체력단련 평가에서 내 등급이 한 단계 올라가 있었거든. 문제는 그 평가를 하는 날 난 병사들 데리고 취사장 쪽 문제로 호출이 있었고, 정작 기록 측정하는 시간에는 현장에 없었어. 그런데도 전산에는 “측정 완료”로 찍혀 있었고, 세부 시간도 내가 원래 근무하던 시간대랑 겹치게 맞춰져 있었어. 누가 장난친 건가 싶었는데, 그 장난치기엔 너무 깔끔했어.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입력된 것처럼.

그때부터는 내 병사들한테도 하나씩 확인을 돌렸어. “너희 훈련 끝나고 기록 대조할 때, 내 이름 들어간 거 봤냐” 하고. 그랬더니 어떤 애는 “형, 처음엔 없었는데 중간에 갑자기 숫자 바뀌었어요”라고 말하더라. 또 다른 애는 “훈련 끝나고 누가 전산 쪽에서 보고 있긴 했는데, 그때 누가 누구 훈련기록 손댄다는 얘기는 없었어요”라고 했고. 공통점은 하나였어. 내 병사들이 알아채긴 했는데, 누가 손댔는지는 아무도 확실히 말 못하더라.

내 쪽으로 자꾸 ‘보정’이 들어오니까, 난 결국 로그를 더 자세히 보기 시작했어. 그때 보게 된 게 진짜 찝찝했어. 기록이 바뀌는 타이밍이 매번 훈련이 끝난 직후가 아니라, “야간 점호 끝나고 누가 전산을 만질 법한 시간”이랑 거의 똑같았거든. 그리고 그날따라 내가 잠깐 호출로 부대 밖으로 나간 날에도, 내 기록이 다음 날엔 또 깔끔하게 맞아있었어. 누가 내 계정으로 한 건 아니고, 관리자 계정으로 수정하는 흔적이 남는데 그 계정이 우리 라인 사람이 아니었어.

그래서 나는 한 번 제대로 따져보려 했지. 다음 훈련 시작 전에 상급자 회의실에서 조용히 말했어. “내 병사도 아닌데 제 기록이 자꾸 수정되는 것 같습니다. 로그상 보정자가 외부 라인으로 찍히는데, 혹시 절차를 잘못 타신 건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근데 돌아온 반응이 이상했어. 누군가는 “훈련 기록은 정확히 해야 하니까 보정할 때는 어쩔 수 없어”라고 넘겼고, 누군가는 “너는 관리만 잘하면 된다”면서 더 이상 묻지 말라는 식이었어. 질문을 하는 순간부터, 내 목소리가 회의실 공기에 묻히듯 작아지더라.

그 이후로는 보정이 ‘숫자’에서 ‘형식’으로 바뀌기 시작했어. 예전엔 명중률 같은 값만 바뀌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내 훈련기록에 달린 코멘트 문구까지 바뀌었거든. 예를 들면 “기본기 숙달 필요” 같은 평가가 갑자기 “전반적 숙련도 양호”로 바뀌어 있었어. 나도 솔직히 군대에서 기록이 완벽하진 않다는 건 아는데, 문구가 하루 만에 이렇게 똑같이 맞춰질 수가 있나 싶었지. 특히 “내 병사가 아닌데 내 기록이 보정된다”는 사실이 더 또렷해지는 순간이었어. 마치 누군가가 특정 사람을 좋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 내 껍데기를 빌리고 있는 느낌.

나는 그때부터 마음이 좀 이상해졌어. 기록을 확인하는 손이 점점 굳어가고, 전산 화면이 켜지면 목이 먼저 마르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러다 어느 새벽, 근무 교대 전에 남은 인원이 전산실에 잠깐 들렀다는 얘기를 들었어. 그날은 하필 내 기록이 또 수정된 날이랑 날짜가 정확히 일치했어. 물론 누가 들어갔는지 이름은 확실히 못 봤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확인 로그에서 보는 “정정 완료” 시각이 그 애들이 야식 정리하러 움직이던 시간대랑 맞아떨어졌어.

결국 난 직접적인 증거를 잡진 못했어. 군대에서 “왜 내 기록이 바뀌었냐”를 따지면, 누군가는 절차를 핑계로 돌리고 누군가는 그냥 기분 나쁘게 만들기만 하거든. 근데 전역하고도 계속 머리에 남는 건, 그 보정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느낌이야. 누군가가 내 기록을 건드릴 때마다,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도 숫자를 정교하게 맞춰놓은 것 같았거든. 그리고 나는 아직도 생각해. 군대에서 내 병사가 아닌데도 내 훈련기록이 자꾸 보정돼—그게 누굴 살리려고, 혹은 누군가를 숨기려고 쓰인 장난이었다면, 그 장난의 끝은 결국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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