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인터폰이 울리는데 화면엔 아무도 없었다
원룸 인터폰이 울리기 시작한 건, 그날따라 유난히 조용했던 새벽 2시 17분쯤이었다. 처음엔 배달 앱 알림인 줄 알았다. 근데 알림음이 인터폰에서 똑똑 울리는 소리로 바뀌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화면을 켜면 보통은 현관 앞이 그대로 찍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영상을 확인하는 손이 멈췄다. 화면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 앞 바닥만 보이고, 카메라 각도 안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없었다.
인터폰을 한 번 껐다 켜도 똑같았다. 울림은 계속 이어졌고, 화면은 멀쩡히 현관을 비추는데 대상이 없었다. “혹시 관리실에서 테스트하나?” 싶어서 인터폰 옆에 있는 전원 버튼까지 눌러봤다. 그런데 버튼을 누른 뒤에도, 잠깐 끊겼다가 다시 울렸다. 이건 테스트 음처럼 짧지 않았다. 마치 누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울렸다.
나는 무심하게 인터폰에 대고 “네, 누구세요?”라고 말해봤다. 집 안 스피커에서 내 목소리가 작게 먹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대답은 없었다. 대신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누군가가 숨을 들이마시는 것 같은 잡음이 났다. 단순히 바람 소리 같기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는 현관 쪽에서만 나왔다. 창문 틈이나 복도 쪽 바람이 아니라, 카메라가 있는 그 자리에서만.
다음으로 확인한 건 복도였다. 문을 열고 나가면 끝이 통로로 이어지고, 바로 앞에 출입문이 있었다. 복도엔 불이 다 켜져 있었고, 평소처럼 냄새도 없었다. 그런데도 발소리가 이상하게 울렸다. 내가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뒤에서 한 발 더 있는 것처럼 들렸다. 물론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 복도 끝까지 걸어가서 출입문을 확인했는데, 잠금장치는 정상이고 누군가 들어온 흔적도 없었다.
현관으로 돌아와 인터폰 화면을 다시 켜자, 그제서야 뭔가가 생겼다. 화면이 잠깐 지직거렸고, 현관 바닥만 보이던 화면에 검은 점 하나가 생겼다. 정확히 사람 크기의 그림자는 아니었는데, 마치 손가락 끝으로 서 있는 자리가 찍힌 것처럼 중앙에서 조금씩 위치가 바뀌었다. 나는 손을 뻗어 화면을 닦고 싶을 정도로 가까이 느꼈다. 근데 그 점은 닦아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인터폰에서 또다시 소리가 났다. 이번엔 울리는 방식이 달랐다. “똑” 하고 한 번 울리고, 바로 이어서 “띵” 하고 짧게 이어졌다. 누가 버튼을 누르다 말고 다시 누르는 느낌이었다. 나는 어차피 대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관리실에 연락할게요”라고 말해버렸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인터폰 화면이 멈칫거리더니 한 컷만 더 보여줬다. 현관 문 손잡이 쪽이 가까워 보였고, 그 뒤로 누군가가 서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다음부터는 내가 상상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도 그 부분만 자꾸 기억이 남는다. 나는 그 텅 빈 자리에서, 마치 누가 고개를 약간 숙이는 듯한 떨림을 봤다.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흐릿했는데, 화면이 흔들리는 주체는 분명 카메라가 아니라 현관 쪽이었다. 그리고 인터폰이 갑자기 끊겼다. 소리도, 화면도. 전원이 나간 것처럼 완전히 정지했다.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는 관리실에 전화했다. “인터폰이 저 혼자 울려요. 화면엔 아무도 없고…”라고 말하자, 상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그 현관 카메라가 가끔 멍… 그러니까, 영상 지연이 있어요”라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되는 설명이었다. 인터폰이 울리는 타이밍과 카메라의 반응이 너무 정확해서, 그냥 오래된 기계의 지연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울림은 ‘지연’이 아니라 ‘호출’ 같았다.
그 다음날, 나는 인터폰 배선을 뜯어보려고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막상 손을 대려니 겁이 났다. 밤새 울리던 인터폰이 낮에는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소름이었던 건, 오후가 되자 갑자기 현관 앞을 비추는 화면에 시간표시가 어긋난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정확한 시간은 아니었는데, 내가 본 건 “2:17”에서 아주 미세하게 계속 바뀌는 숫자였다. 멈춘 적이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계속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그날 이후로도 가끔 인터폰이 울렸다. 다만 이번엔 밤마다가 아니라, 내가 샤워 물소리 크게 틀고 있을 때나, 이어폰을 오래 끼고 멍하니 있을 때 같은 ‘내가 소리를 못 들을 타이밍’에만 울렸다. 화면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대신 현관 바닥 쪽에 검은 점이 아주 잠깐 찍혔다 사라졌다. 나는 결국 인터폰을 끄지 않았다. 오히려 볼 때마다 더 조용히 기다리게 됐다. 왜냐하면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누구세요?”라고 묻지 않아도 화면이 먼저 울리는 것 같았고, 그 다음엔 내 목소리가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거든. 지금도 가끔 그 새벽의 ‘띵’ 소리가 들리면, 내가 현관 앞에 서 있는지, 누군가가 내 방 안으로 들어오는 중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