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계산대 밑 서랍이 자꾸 열려 있고 열쇠는 없어
편의점에서 알바로 일한 지 한 달쯤 됐을 때부터였어. 어느 날 퇴근하고 정산 확인하려고 계산대를 열었는데, 계산대 밑 서랍이 자꾸 열려 있는 거야. 나는 그날도 손님 없을 때는 서랍을 닫아두고 정리까지 했거든. 그런데 다음 날 출근하면 또 똑같이 열려 있고, 문제는 그 서랍을 여는 열쇠가 원래 없어야 한다는 점이었지.
처음엔 내가 실수했나 싶어서, 출근하자마자 CCTV 있는 구역이 아니라 계산대 시야로 간단히 확인하고는 서랍을 닫고 시작했어. 그런데 영업 중에는 사람들 손이 많이 닿잖아. 카드 결제할 때 계산대 바닥 쪽을 발로 건드리거나, 누가 계산대 앞에서 물건을 떨어뜨릴 때 충격이 갈 수도 있잖아. 그래서 나는 “누가 발로 건드렸나” “진열대 정리하다가 살짝 밀렸나” 같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계속 붙였어.
근데 진짜 이상한 건, 서랍이 열려 있을 때마다 공통된 징후가 있었어. 서랍 안쪽에 먼지가 원래대로라면 눌려 있어야 하는데, 그날은 먼지가 ‘쓸려간’ 것처럼 얇게 한 방향으로 밀려 있었어. 그리고 서랍을 열어보면, 잠금장치가 헐렁하게 걸린 상태가 아니라 아예 끝까지 빠져 있는 느낌이었어. 손으로 살짝 당겨서 열린 게 아니라, 무언가가 계속 당겨서 열어둔 것 같은.
나는 매장 관리자에게 말할까 하다가, 괜히 이상한 소문만 만들까 봐 참았어. 대신 혼자서 확인을 더 해봤지. 퇴근 후에는 서랍을 닫고, 계산대 하단에 작은 종이를 끼워서 다시 열리면 종이가 떨어지게 해뒀어. 다음 날 아침, 종이는 멀쩡히 그 자리였는데도 서랍은 열려 있었어. 종이가 그대로면 ‘열릴 때 밀린 게 없었다’는 건데, 그럼 도대체 어떻게 열렸다는 거지?
그때부터는 계산대 주변 소리부터 듣기 시작했어. 밤에 손님이 거의 없을 때, 가끔 아주 미세하게 ‘딸깍’ 하는 소리가 났거든. 보통은 점포 안 냉장고가 덜컹거리거나, 결제기 내부가 돌아가면서 나는 소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딸깍’은 시간도 일정하고 소리의 위치도 비슷했어. 서랍이 열리는 날에는 그 소리가 거의 같은 타이밍에 났고, 그 다음에 출근하면 서랍이 열려 있는 패턴이 생겼어.
나는 결국 열쇠가 없는 서랍이라는 점을 다시 떠올렸어. 분명 열쇠는 보관함 어딘가에 있어야 정상인데, 매장에서는 “그 서랍은 원래 열쇠가 없고 잠금도 안 걸려”라고만 하더라. 그런데 내가 보기엔 잠금장치가 분명히 존재했어. 열쇠가 없다면 잠금은 왜 있어? 그냥 아무도 쓰지 않는 서랍이라면 굳이 ‘잠금이 걸린 듯한 모양’이 남아있을 리가 없잖아.
어느 날은 손님이 적어서, 내가 일부러 서랍 앞에 자세히 앉아 기다려봤어. 그냥 “열리면 바로 잡아야지”라는 마음이었지. 근데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이상하게 늘어났어. 매장 전체 형광등 소리가 귀에 박히고, 바깥 도로 소리는 멀어지는데 안쪽만 유난히 또렷하게 들리는 느낌. 그때 다시 ‘딸깍’ 소리가 났고, 나는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계산대 아래를 봤는데… 서랍은 이미 미세하게 열려 있었어. 내가 움직이기 전에 이미 ‘열려 있는 상태’였던 거야. 내가 잡으려던 순간엔 늦었어.
그날 이후로 나는 서랍을 열어보지 않기로 했어. 솔직히 말하면,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그럴수록 더 무서워졌어. 열쇠가 없는 서랍이 자꾸 열리는 건 단순한 고장일 수도 있어. 하지만 반복되는 패턴과,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열어두고, 닫힐 땐 또 열게 하는” 것 같은 방식은 고장 치고는 너무 방향이 뚜렷했거든. 그날 밤부터 계산대 아래를 바라보는 게 습관처럼 굳어버렸고, 아침엔 서랍이 열려 있으면 무조건 숨부터 먼저 들이켰어.
며칠 뒤 매장 주인이 “계산대 밑 서랍 고쳤다”면서 그냥 지나가더라. 실제로 서랍이 새로 달린 것처럼 보였는데, 이상하게도 그때부터는 ‘딸깍’ 소리가 줄어들었어. 대신 다른 일이 생겼지. 고객이 카드 내밀고 바코드 찍을 때, 바닥 쪽에서 손이 닿는 느낌이 가끔 들었어. 실제로 누가 만지는 건 아닌데, 마치 누군가가 서랍을 열어둔 걸 확인하듯 계산대 아래를 더듬는 감각. 그리고 그 감각은, 내가 혼자 있는 시간에만 더 강했어.
지금도 그 편의점에서 일한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가끔 내 꿈에서 그 계산대가 나와. 서랍은 항상 반쯤 열려 있고, 나는 무슨 열쇠라도 찾아서 닫아야 할 것 같아서 손을 뻗어. 근데 이상하게도 손이 닿기 직전에, 서랍이 먼저 ‘딸깍’ 하고 열려버려. 그 소리 듣고 나면 늘 같은 생각이 들더라. 열쇠가 없는 건, 누군가가 열쇠를 안 쓰는 방식일 뿐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