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내비 화면에 내 차 위치가 흔들리며 멈춘 지점이 이상해
택시 내비 화면에 내 차 위치가 흔들리며 멈춘 지점이 이상해. 그날도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택시 기사님이 내비를 보면서 갑자기 말투를 바꾸더라. “여기서… 이상하게 자꾸 멈추네요.” 내 차가 아니라, 기사님이 태우고 있던 내 위치가 내비 지도에서 한 점에 딱 고정되는 순간이 있었어.
나는 택시에 타고 있었고, 내비 화면에는 파란 점처럼 내 차 위치가 표시됐어. 원래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도로를 따라가야 하는데, 갑자기 점이 좌우로 떨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움직이지를 않았어. 화면 상단에 위치 정확도 같은 게 바뀌는 것도 보였고, 기사님은 “신호가 이상한가?” 하면서도 계속 확인을 했어.
처음엔 그냥 GPS 흔들림인 줄 알았지. 하지만 그 멈춘 지점이 문제였어. 내비가 가리키는 건 도로 한복판도 아니고, 지도상으로는 ‘공터’처럼 비어 있는 곳이었거든. 건물도 없고, 표지판도 없고, 애매하게 곡선 형태의 길 끝에서 점이 딱 고정돼 있었어. 기사님이 핸들을 잡은 채로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더니, “이 근처, 예전부터 이상하다고 하던 데가 있거든요.”라고 조용히 말했어.
나는 “여긴 그냥 외곽이라서 그런 거겠죠”라고 넘기려 했는데, 내비는 멈춘 채로 계속 흔들렸어. 흔들릴 때마다 점이 아주 미세하게 ‘살짝 밀렸다가’ 다시 돌아왔어. 마치 누가 지도 위의 점을 손끝으로 만졌다 떼는 것처럼. 기사님도 그걸 보고 “지금 저기 맞아요? 저기 공터 맞는 거죠?” 하고 나한테 확인하듯 물었어. 근데 나는 창밖을 봐도 공터 같은 게 잘 보이지 않았거든.
차가 그 지점 근처를 지나갈 때, 나는 무심코 차창 밖을 봤어. 도로 옆에는 잡목이 자라고, 옅은 가로등이 끊겨 있었고,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툭툭’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어. 그런데 그보다 더 신경 쓰였던 건, 길이 갑자기 ‘끝나는 느낌’이었어. 실제로는 차가 계속 가야 하는데, 눈에는 왠지 차가 멈춰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있더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머리 뒤쪽이 서늘해지는 타입이었어.
기사님은 내비를 잠깐 껐다가 다시 켰어. 그러더니 이번엔 위치 점이 잠깐 움직였다가, 또 똑같은 지점으로 돌아가 버렸어. 내가 화면을 가까이 볼 수 있을 정도로 기사님이 각도를 맞춰줬는데, 아주 짧게나마 점이 옆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그 자리’로 붙더라. 그때 화면에 “위치정보 일시정지” 같은 문구가 아주 잠깐 떴고, 바로 사라졌어. 나는 너무 순간이라 눈을 의심했는데, 기사님은 “또 떴다” 하고 낮게 중얼거렸어.
“혹시 기사님 차로 잡히는 게 아니라… 제 차로 잡히는 건가요?”라고 내가 물었을 때, 기사님이 잠깐 멈칫하더니 “그게 이상해요. 보통 위치가 틀리면 엉뚱한 곳으로 가잖아요. 근데 여긴, 틀려도 계속 같은 곳으로 돌아와요. GPS가 아니라… 뭐랄까, 신호가 거기에만 걸려 있는 것 같은 느낌.” 그 말 듣고 나도 웃으려 했는데 웃음이 안 나오더라. 하필이면 그 멈춘 지점이, 지도가 비워둔 공터 같은 데였으니까.
차는 결국 그 지점을 ‘지나갔는데도’ 내비 점은 계속 고정됐어. 지나간 느낌은 분명했거든. 바퀴 감각이 달라졌고, 창밖 풍경도 바뀌었어. 그런데 내비만은 그대로였어. 마치 내가 실제로 이동한 게 지도에는 기록되지 않는 것처럼. 기사님은 “여기서 U턴하면 그나마 돌아온다던데요”라면서도, 끝내 U턴은 안 했어. 대신 속도를 더 줄여서 조심스럽게 통과했지.
마지막으로 그 구간을 벗어나자 내비 점이 그제야 ‘다음 도로’로 튕기듯 이동했어. 나는 그 순간에야 숨을 돌렸는데, 기사님이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게 보였어. 그리고 목적지로 안내가 이어지면서 화면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동안, 기사님은 내내 말이 없었어. 내가 “그 멈춘 건 그냥 오류였겠죠?”라고 묻자, 기사님은 짧게 고개만 끄덕였지만, 눈은 계속 뒤로 가는 것 같았어.
내가 내린 뒤에도 그 지점 생각이 계속 났어. 지도상 공터인데, 왜 하필 그 자리에만 내 위치가 붙어 있었는지. 그리고 왜 내비가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계속 흔들리기만’ 했는지. 그날 이후로 택시 타면 내비 화면을 일부러 한 번 더 보게 돼. 화면 속 파란 점이 흔들리다 멈추는 순간이 오면, 뇌가 먼저 알아채거든. “아, 지금도 누군가 그 자리에 나를 붙잡아두는 중이구나” 같은 느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