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바닥에 발자국이 생겼는데 방향이 계속 역행해
지하주차장 바닥에 발자국이 생겼는데 방향이 계속 역행해. 처음엔 그냥 누가 장난친 줄 알았어. 비 오는 날이라 바닥이 눅눅했고, 새벽에 청소차가 지나가면 물기 때문에 얼룩 같은 게 생기기도 하니까. 근데 그날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1층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쪽부터 길게 이어진 발자국이 눈에 확 들어왔어.
발자국은 분명 신발 밑창 형태였는데, 문제는 “방향”이었어. 주차장 바닥은 평소에 다들 출차 방향으로 걸어가잖아. 그런데 그 발자국은 계단 쪽에서 시작해서 차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점점 출입구 쪽으로 향해야 정상인데… 딱 반대로 보였어. 마치 누군가가 출입구 쪽에서 계단 쪽으로 걸어 들어왔다가, 다시 되짚는 것처럼 이어졌거든.
처음엔 내가 착각했나 싶어서 휴대폰 손전등으로 비슷한 각도에서 비춰봤어. 바닥의 물기가 유광처럼 반사돼서, 발자국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거든. 발자국은 앞뒤가 구분될 정도로 또렷했고, 신발이 끌린 듯한 자국 결도 같이 남아 있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자국 사이 간격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어.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 사람처럼.
관리실에 전화해봤는데, 관리 직원은 “누가 청소하다가 찍은 거 아니냐” 하고 넘기려 했어. 근데 나는 “청소면 시간대가 맞지 않는다”고 했지. 청소는 새벽 2시에 하고, 발자국은 7시쯤부터 눈에 띄었거든. 게다가 계단 쪽 CCTV 사각이 있다고 해도, 최소한 누군가가 지하로 내려왔다는 흔적은 남아야 하잖아. 그날 CCTV 확인해보겠다고 하긴 했는데, 다음날까지도 결과는 애매하게 끝났어.
그 사이에 발자국은 계속 늘었어. 내가 퇴근할 때마다 위치가 바뀌어 있었거든. 처음엔 계단 쪽에서 시작해 출입구 방향으로 “갈 것처럼” 보이더니,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부터는 그 반대로 꺾이면서 역방향으로 이어졌어. 마치 같은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계속 걸음을 바꾸는 것처럼. 더 소름인 건, 발자국이 새로 생길 때마다 기존 자국 위에 덧씌워지지 않는다는 점이야. 이미 찍힌 자국을 피해가면서, 딱 이어서 맞춰지는 느낌이었거든.
여기서부터는 내가 단순한 장난 가능성을 거의 접었어. 왜냐면 물건을 옮겨도, 사람을 세워서 봐도 방향이 바뀌지 않더라. 예를 들어 어떤 날은 내가 일부러 출입구 근처에 쓰레기통을 세워놨어. “여기서 막히면 장난이 티 나겠지” 싶어서. 그런데 발자국은 쓰레기통 옆을 비켜서 지나갔고, 마치 그걸 고려한 것처럼 간격과 궤적이 매끈하게 이어졌어. 그래도 누군가가 걸어 다니면 부딪히거나 흔들려야 정상인데, 그런 흔적이 없었어.
그 다음으로 이상했던 건, 발자국이 생기는 속도였어. 새벽에 한 번에 찍히는 게 아니라, 시간 단위로 서서히 바뀌는 느낌이었거든. 나는 퇴근하고 들어올 때마다 사진을 찍어두는 사람이야. 그래서 비교해봤는데, 어떤 날은 오전 9시에 계단 쪽에서 중앙으로 향하는 선이 있었는데, 오후 3시엔 중앙에서 출입구 쪽으로 다시 “돌아가는” 선이 생겨 있었어. 중간 연결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그 사이에 누군가가 실제로 지나간 흔적은 없었지. 바닥엔 물기 자국만 남고, 벽이나 기둥에 닿는 튐 같은 게 없어.
혹시 누가 일부러 물을 뿌려서 신발 자국처럼 보이게 하는 거냐고 생각도 했어. 그래서 물티슈로 문질러 봤는데, 그냥 지워지는 게 아니고 특정 선만 남아 있었어. 마치 자국이 바닥에 ‘깊게’ 눌린 것처럼. 그리고 무엇보다, 그 역행이 매번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는 거야. 항상 출입구 방향에서 계단 방향으로 방향이 바뀌고, 그게 끝나면 다시 계단 쪽에서 출입구로 “되돌아갈 준비”를 하듯 궤적이 늘어났어. 나는 그게 마치 시계 반대방향으로 걸음이 돌아가는 것 같아서, 한 번도 속편하게 “끝났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
결국 나는 관리실에 마지막으로 물어봤어. CCTV를 돌리면, 최소한 누가 지하에 나타났는지라도 보일 거라고. 직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하더라. “사람은 안 찍히는데… 바닥만 프레임마다 지저분하게 생기는 것처럼 나온다”는 거야. 그 말이 이상하긴 했지만, 그날 밤부터는 더 이상 혼자 확인하지 않기로 했어. 그냥 출입할 때는 통로만 밟고, 주차장 깊숙한 곳은 피해 다녔지.
근데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봤어. 비슷한 시간대에, 출입구 근처에서 발자국이 갑자기 멈춰 있더라. 원래는 계단 쪽으로 역행해야 이어지는데, 그날은 딱 거기서 끝났어. 대신 발자국의 끝부분이 마치 방향을 되돌리기 직전처럼, 아주 미세하게 한 걸음이 “살짝” 비켜 간 흔적만 남아 있었어. 그걸 보고 나서 손에 땀이 차더라. 지하주차장 바닥에 남는 건 사람의 발자국일 수도 있지만, 어떤 밤에는 그 발자국이 누군가의 걸음이 아니라 멈칫을 기록하는 것 같았거든. 그리고 그 멈칫이, 아직도 내 출입 타이밍이랑 맞물리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