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촬영실에서 가운을 벗고 나오면 등 뒤가 따끔했다
병원 촬영실에서 가운을 벗고 나오면 등 뒤가 따끔했다. 처음엔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 몇 번이나 같은 느낌이 반복되더라.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상한 걸 상상한 거라기엔 너무 디테일하게 똑같았어. “치료가 끝났으면 나가세요”라는 말과 동시에, 등 뒤의 피부가 아주 얇은 침이 스치듯 따끔—하고 잡아채는 느낌이 꼭 따라붙었다.
나는 정형외과 쪽 검사를 받으러 갔다. 엑스레이랑 추가 촬영이 있어서 병원 동선이 꽤 복잡했는데, 접수할 때부터 직원이 “촬영실 안내대로 들어가셔서 가운만 갈아입고 대기하세요”라고만 하고 자세한 설명은 별로 없었어. 옷을 갈아입는 동안엔 아무 일도 없었고, 가운을 입고 촬영실 문 앞에서 안내 스피커가 “준비됐으면 들어오세요”라고 뜨는 걸 들었지.
촬영실 안은 생각보다 차갑고 조용했어. 커다란 장비가 있는 건 당연한데, 이상하게도 조명 소리가 거의 안 나더라. 직원은 밖에서 “호흡 한 번만 멈춰주세요”라고만 하고 바로 사라지는 분위기였고, 촬영이 끝난 뒤에는 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나오시면 됩니다” 같은 안내만 나왔다. 그 순간, 가운을 벗을 수 있게 옷걸이 앞에서 뒤돌아보는 동작을 했는데—바로 그때 등 뒤가 따끔했어.
따끔한 위치가 너무 정확해서 더 소름이 돋았어. 어깨뼈 아래, 척추에서 살짝 옆. 손으로 문질러도 아무 자국도 없는데, 느낌은 ‘누가 얇은 핀으로 살짝 찌른 것’ 같았거든. 나는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촬영실에는 나 말고는 누구도 없었어. 그래도 혹시나 싶어 장비 쪽이나 문틈을 봤는데, 거긴 먼지 낀 공기만 있고 정적뿐이더라.
밖으로 나오는 길이 문제였어. 가운을 반쯤 개어 들고 통로를 걷는데, 거울처럼 매끈한 바닥이 있어서 내 모습이 자꾸 비쳤거든. 그때마다 등 뒤가 다시 한번 따끔—하고 울리는 느낌이 올라왔어. 마치 누가 뒤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어” 하고 확인하는 것처럼. 나는 걸음을 멈추고 어깨를 움찔했지만, 몸은 멀쩡했고 통증도 금방 사라졌어. 다만 마음은 이상하게 확 식었지.
집에 와서도 이상함이 가시질 않았어. 샤워하면서 손등으로 등 부위를 만져봤는데, 아무것도 안 남아 있어. 근데 찌릿한 기억만 선명해서 자꾸 그 부분을 다시 만졌고, 옷을 입을 때마다 ‘아, 또 있을지도’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나는 그날 밤 꿈을 좀 이상하게 꿨는데, 촬영실 문이 계속 열렸다 닫혔다 하는 소리만 들리고, 문틈으로 손이 “딱” 하고 끼어드는 장면이 반복됐어. 실제로 누군가가 손을 넣었다기보단, 그런 느낌의 이미지였는데도 너무 생생했어.
며칠 뒤 후속 검사로 다시 그 병원에 갔어. 같은 촬영실, 같은 가운, 같은 동선이었고 직원 안내도 거의 똑같았어. 이번엔 “설마 또 그러겠어?” 하면서 일부러 손바닥으로 등을 한 번씩 문질렀지. 그런데 가운을 벗고 나오려는 순간, 이번엔 더 짧고 더 선명하게 따끔—하고 들어오더라. 손으로 미리 만지고 있었는데도, 따끔한 건 손바닥 바로 아래 피부에서 먼저 올라오는 느낌이었어. 그제야 나는 아예 고개를 돌려 장비 뒤쪽을 봤는데, 사람은 없었고 대신 문틈 쪽에 얇은 투명한 막 같은 게 살짝 흔들리고 있었어.
솔직히 말하면 그때부터 “사람이 없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병원 특성상 촬영실은 비어 보이는데도 기계나 장치, 환기 같은 게 계속 움직이잖아. 그래서 나는 정전기나 냉기 같은 거를 의심했는데, 그 따끔함이 너무 ‘자극의 모양’을 갖고 있었어. 찌르는 방향도 같고, 정확히 같은 위치도 같고, 촬영실 문을 나서는 타이밍까지 맞아떨어졌거든. 특히 나는 가운을 벗는 순간에 꼭 반응이 오기 때문에, 누군가의 시선이 아니라 ‘행동의 순서’가 트리거처럼 느껴졌어.
마지막으로 그 느낌이 한 번 더 왔던 건, 후속 진료 때였어. 이번엔 촬영이 아니라 의사 상담만 하고, 검사실 방문 자체가 짧았거든. 그런데도 접수 대기 통로에서 촬영실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등 뒤가 미세하게 따끔—하고 다시 울렸어. 나는 그때는 이미 겁이 나서,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그냥 얼른 걸어서 복도를 빠져나왔어. 이상한 건 그날 이후로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는 거야. 마치 “확인했으면 끝”이라는 식으로.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병원 촬영실은 기계가 사람을 찍는 곳인데, 왜 내 등 뒤는 먼저 ‘누군가가 찍는’ 느낌이었을까 싶어. 손에 잡히는 흔적은 없었는데도 기억만 남는 종류의 찌릿함이 있잖아. 그 병원에서 가운을 벗을 때마다 등 뒤가 따끔해지는 상상을 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던 소리와 함께 등 피부가 먼저 반응하는 것 같아서… 아직도 그 동선을 조심하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