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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마당에서 누가 내 신발 사이즈를 아는 것처럼 놓아둠

2026-06-30 00:29:15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마당에서 누가 내 신발 사이즈를 아는 것처럼 놓아둠. 그날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아는 것처럼”이 계속 머릿속에서 빠져나가질 않더라.

아버지랑 나는 주말마다 시골집 마당을 정리해. 비 오고 나면 발자국 자국 때문에 잔디가 눌리고, 나무 밑엔 낙엽이 쌓여서 치우느라 바쁘거든. 그런데 평소랑 다르게, 토요일 아침에 마당 한가운데에 운동화 한 짝이 딱 놓여 있었어. 누가 봐도 일부러 위치를 맞춘 느낌. 그게 내 신발이랑 모양이 똑같았는데, 문제는 “내 사이즈”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야.

내 신발은 보통 밖에 내놓지 않아. 바람 불면 먼지가 들어가서 싫고, 비 맞으면 냄새도 나니까 현관 앞 신발장에 넣어두거든. 그런데 그 신발은 현관 바깥, 마당 쪽 돌계단 바로 옆에 놓여 있었어. 게다가 좌우를 바꿔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같았고, 내가 거의 매일 신는 그 모델이 맞아. 제일 소름은 사이즈 표기가 딱 내가 사는 것과 같은 라인으로 되어 있었던 거야. 내가 집에 들어온 다음에야 확인했는데, 누가 일부러 맞춘 게 아니면 가능한 일인가 싶었지.

처음엔 내가 깜빡하고 밖에 두고 들어왔나 싶었어. 그래서 아버지한테 “어제 마당에 신발 놓였던 거 봤어?” 하고 물어봤지. 아버지는 “그런 거 없었는데?” 하면서 마당을 둘러보더니, “네가 어제 신발을 밖에 내놓고 잊었겠지”라고 얼버무렸어. 근데 그날 아침은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났고, 신발장 문도 내가 직접 열었거든. 그 전날 밤에 누가 현관 쪽을 들락거린 흔적도 없었고.

그럼 누가 왜? 동네에 아는 사람 몇 있긴 해도, 내 신발 사이즈까지 정확히 알 사람은 거의 없잖아. 어릴 때야 운동화 하나 사줄 때 같이 신어보긴 했지만, 그 뒤로는 내가 혼자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매장에서 대충 맞춰 사는 편이야. 가족도 아니면 “몇 번” 이렇게 말할 일이 없는데, 마당에 그 신발이 딱 나를 향해 놓인 걸 보니까, 단순한 장난이라고 보기엔 너무 정교했어.

나는 그날 오전 내내 계속 확인했어. 마당 바닥에 신발 자국이 남아 있는지, 누가 들고 옮긴 흔적이 있는지, 돌계단 옆 흙이 파인 곳은 없는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자국은 거의 없었어. 비가 오고 나서라기엔 땅이 젖지 않았고, 마당 가장자리엔 먼지가 얇게 쌓여 있어야 하는데, 그 구역만 유독 깨끗했거든. 마치 “여기다 놓을 거니까 발로 밟지 말라”는 사람처럼.

점심쯤 되니까 신발 한 짝 주변으로 기분 나쁜 일이 연달아 생겼어. 우선 현관 앞에 늘 붙어 있던 신발끈 정리용 고리가 있는데, 그게 살짝 틀어져 있었어. 내가 만진 것도 아닌데, 손으로 만져보면 미세하게 어긋난 각도가 있더라. 그리고 신발장 안을 열어보니 내 신발 두 켤레 중 하나가 아주 약간씩 위치가 바뀌어 있었어. 그 차이는 티가 안 날 만큼 작지만, 내가 매일 보던 순서가 아니라는 건 분명했지. 마치 “네가 뭘 어디에 두는지”를 확인하고 움직인 것 같았어.

아버지는 그날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어. “시골집이라 바람도 불고, 고양이도 와서 이상하게 놓일 수 있지”라고 말했는데, 솔직히 고양이가 신발 사이즈까지 맞춰서 가져다 놓을 수는 없잖아. 나는 저녁이 되기 전까지도 계속 마당을 훑어봤고, 주변 나무나 창고 쪽도 봤어. 근데 결정적인 건 따로 있었어. 그 신발의 안쪽에 작은 종이 조각이 끼워져 있었는데, 글씨는 흐리게 보이되 딱 한 줄만 선명했어. “○○번.” 내 사이즈 숫자 그대로였고, 손글씨 느낌이었는데 왜인지 모르게 종이가 바람에 젖지 않은 상태로 끼워져 있었어. 종이가 마른 채로 있었던 게 더 이상했어.

그날 이후로 나는 밖에 신발을 절대 안 둬. 신발장 문도 잠그고, 창고 열쇠 위치도 바꿨어. 그래도 마음이 편하질 않더라. 다음 주에 다시 마당을 정리하려고 나갔더니, 또 똑같이 돌계단 옆에 뭔가가 놓여 있었어. 이번엔 신발이 아니라 오래된 장갑이었는데, 그 장갑도 내가 쓰는 손에 딱 맞는 것처럼 끼워진 방식이었고, 손가락 끝이 닳아 있는 방향이 내 사용 습관이랑 같았어. 누가 내 생활을 보고 따라 하는 건지, 아니면 누가 “내가 뭘 찾고 뭘 신는지”를 기다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

지금도 가끔 마당 창문을 닫을 때,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그때 누가 내 신발 사이즈를 알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같이 올라와. 고개를 들면 아무도 없고, 눈에 보이는 흔적은 늘 어딘가 부족해. 근데 돌계단 옆에 딱 맞춰진 자리만큼은 계속 또렷하거든. 그 신발 한 짝이 놓였던 그 위치를 떠올리면, 누가 장난을 친 게 아니라 누군가가 “언젠가 돌아올 시간”을 알고 기다렸다는 쪽이 더 무섭게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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