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복도에서 누가 걸어오는 소리가 나는데 방향이 벽 안으로 바뀌어
회사 복도에서 누가 걸어오는 소리가 나는데 방향이 벽 안으로 바뀌어.
그날도 야근 끝나고 사무실 불이 하나둘 꺼질 때였어. 나는 회계 쪽 마감 파일 정리하다가, 복도 쪽에서 “다다닥, 다다닥” 하는 구두 소리를 분명히 들었거든. 보통은 누가 회의실 들렀다가 지나가면 들릴 정도로 가깝지 않은데, 그 소리는 유난히 정직하게 내 바로 앞 복도 끝에서 시작해서 점점 가까워졌어.
문득 시계를 봤는데 밤 10시가 막 넘었더라. 이 시간에 누가 우리 층을 돌아다닐 일이 거의 없어서, 나는 혹시 보안요원인가 싶어 고개를 들고 복도 쪽 유리문을 봤어. 그런데 유리문 너머로는 아무도 없었고, 소리만 계속 “가까워졌다가” 하는 느낌이 들었어. 이상하게도 발소리가 커지는 쪽이, 마치 내 쪽이 아니라 내 옆 벽을 향해 옮겨가는 것 같았지.
처음엔 착각이겠지 하고 창문 반사로 시야를 확인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발소리가 갑자기 속도를 바꿔.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는 타이밍이 달라지더니 “툭” 하고 멈추는 소리가 났어. 그리고 그 다음엔 다시 시작하는데, 이번엔 소리가 내 귀에선 왼쪽에서 들려야 할 거리인데도, 이상하게 오른쪽 벽을 타고 흐르는 것처럼 들렸어. 마치 소리가 이동할 때 방향이 ‘사람’ 기준이 아니라 ‘벽’ 기준으로 바뀌는 느낌.
나는 급하게 휴대폰을 들고 복도 통로 끝을 비췄어. 조명은 천장 형광등이 켜져 있어서 어둡진 않았는데, 벽면의 줄무늬 반사가 이상하게 길게 늘어져 보였어. 유리문 근처엔 소리가 날 만한 사물이 없었고, 발소리의 리듬은 분명 사람 보폭 같았어. 다만 사람의 흔적은 없는데, 소리만 계속 벽을 스치며 이동했어.
그때부터가 진짜 이상했어. 발소리가 복도 가운데를 걷는 게 아니라, 유리문 옆 벽면으로 붙어서 따라오는 것처럼 들렸거든. 나는 무의식적으로 벽을 바라봤는데, 벽지 무늬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어. 물론 바람이나 진동일 수도 있지. 근데 소리는 그 벽 안쪽에서 “한 걸음, 두 걸음” 하고 이어졌고, 소리가 나는 위치가 내 시야에서 계속 어긋났어.
나는 직원용 호출벨을 누르려다 말았어. 괜히 누르면 관리실에서 “별일 없죠?” 같은 소리만 하고 넘어갈 것 같아서. 대신 컴퓨터 화면을 켜둔 채로 몰래 복도 CCTV가 있는 모니터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 모니터는 잠깐 절전 모드로 꺼져 있었어. 절전 해제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복도에서 발소리가 갑자기 가까워지면서 내 사무실 문 앞에서 딱 멈췄어.
정확히 말하면, 멈췄다기보다 “문 바깥”이 아니라 “문 옆 벽”으로 붙는 느낌이었어. 이어서 아주 낮게, 마치 누군가 팔꿈치로 벽을 툭 치는 듯한 소리가 났고, 그 다음에야 문 손잡이 쪽에서 손이 닿는 마찰음이 들렸어. 나는 숨을 참았고, 문은 잠겨 있었는데도 소리는 계속 이어졌어.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는 아니고, 뭔가 문을 ‘지나서’ 벽 안쪽을 찾는 것 같은 리듬이랄까.
그때 유리문에 내 그림자가 보였는데,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어. 그런데 내 뒤에서 흔들려야 할 빛의 방향이 이상했어. 복도 조명이 꺼져 있지 않은데도, 그림자가 벽 쪽으로 더 늘어났거든. 나는 머리끝이 서늘해서 자리에서 뒤로 물러났고, 동시에 모니터를 켜보려 했는데 손이 굳어버린 느낌이 들었어. 그 발소리는 이제 내 책상 옆 벽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움직이더니, 벽 안에서 멀어지는 소리가 되었어. 복도가 아니라 벽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처럼.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소리는 완전히 끊겼어. 나는 문 옆을 조심조심 확인했는데 손자국이나 흔적 같은 건 없었고, CCTV도 나중에 보니까 그 시간대에 화면이 10초 정도 멈춰 있었다는 기록만 남아 있더라. 10초면 짧지. 하지만 그 10초 동안, 나는 분명히 누군가가 걷고 있고, 그 방향이 복도에서 벽 안으로 바뀌는 걸 들었어. 그 뒤로는 밤만 되면 복도에서 소리가 들릴 때마다, 소리가 어디로 향하는지부터 먼저 듣게 돼. 가끔은 생각이 들어. 사람이 지나가는 게 아니라, 벽이 누군가를 되돌려 받는 건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