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르면 손가락 끝이 차갑게 식어
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르면 손가락 끝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일이, 한 달 전부터 시작됐어. 처음엔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부터는 “툭” 하는 느낌이 손끝에 남고 곧바로 감각이 얇아졌거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랑 동시에, 손가락 끝이 얼음물에 담근 것처럼 서늘해지는 거야. 이게 습관이 될 정도로 반복되니까, 나도 모르게 버튼을 누르는 손을 숨기게 되더라.
나는 10층짜리 빌라에서 살고 있어. 엘리베이터는 버튼이 몇 개 없고, 층마다 번호가 딱딱한 플라스틱처럼 붙어 있는 타입이야. 손바닥으로 누르는 순간은 멀쩡한데, 손가락 끝이 실제로 닿은 뒤부터가 문제야. 손끝이 천천히 식는 느낌이 들어. 마치 손가락 끝의 피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그리고 그 차가움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더 진해져.
처음엔 “겨울이라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어. 근데 한여름에도 똑같더라. 에어컨 바람 나오는 복도에서 손이 따뜻해진 상태였는데도, 버튼을 누른 직후부터 차가움이 올라왔어. 2층이나 6층처럼 가까운 층을 누를 때는 덜한데, 9층이나 10층은 특히 심했어. 누르고 나서 3~4초 정도 지나면 손끝이 멍해지고, 감각이 둔해져. 잡아당기듯 손을 떼도 늦는 느낌이고.
그래서 어느 날은 일부러 장갑을 끼고 눌러봤어. 얇은 면장갑이었는데, 버튼을 누르는 촉감은 그대로더라. 근데 그때도 이상하게 찬 기운이 손등 쪽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어. 장갑을 끼고 있는데도 손가락 끝에서 차갑게 내려앉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더라고. 그러다 문득, 내 손이 식는 게 아니라 “버튼에 뭔가가 묻어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손끝의 감각이 먼저 차가워지는 게 너무 명확했거든.
다음으로 이상했던 건 소리였어. 엘리베이터는 늘 같은 소리로 올라가잖아? 그런데 버튼을 누른 뒤에, 아주 작게 금속이 긁히는 듯한 소리가 끼어드는 날이 있었어. 내가 눌렀을 때만 들리는 것 같았고, 그 소리가 들리면 손끝이 더 빨리 식어. 어떤 날은 문 닫히고 바로 출발하기 전에, “딱” 하고 무언가가 접촉하는 소리가 덧붙는 느낌이었어. 그 순간 손가락 끝이 확 차가워져서, 나도 모르게 손을 떼버리곤 했지.
관리실에 문의하려고 했는데, 동네 사람들이 다들 “엘리베이터가 좀 오래됐잖아” 하고 넘기더라. 실제로 고장도 자주 났고, 버튼이 가끔 눌리지 않는 일도 있었어. 그래서 나는 고장이나 정전 같은 걸 의심했어. 근데 정전이라면 손끝만 차가워질 이유가 없잖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차가움이 지나간 뒤에도 손끝이 미세하게 붉어지는 날이 있었어. 통증은 없는데, 마치 무언가에 닿고 난 뒤처럼 피부만 얇게 달아오른 느낌이 남아.
그러다 우연히 같은 층 주민과 얘기하다가 들었어. 10층 사는 아주머니가 “너도 그래?”라고 먼저 묻더라. 나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지. 어떻게 안다고? 그분은 “버튼 누를 때 손이 이상해지잖아. 난 처음엔 혈액순환 문제인 줄 알았는데, 반복되니까 겁나더라”고 했어. 그러면서 “가끔은 버튼이 아니라 다른 걸 눌렀는데도 똑같이 식을 때가 있어”라고 덧붙였어. 그 말이 너무 찜찜해서, 나는 그 다음부터 엘리베이터를 탈 때 손을 최대한 뒤로 숨겼어.
근데 숨긴다고 해결되진 않더라. 어떤 날은 짐이 많아서 팔꿈치로 버튼 옆을 밀어 눌러야 했는데, 그때도 손끝이 아니라 팔꿈치 안쪽부터 서늘해졌어. 마치 “버튼이 손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처럼. 엘리베이터가 올라갈수록 서늘함은 더 넓어졌고, 문이 열리면 그 차가움이 갑자기 끊기는 게 아니라, 천천히 빠져나가는 느낌으로 사라지더라. 나는 그게 더 무서웠어. 끊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 내 몸에서 뭔가를 가져가고 다시 되돌려놓는 것 같아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확인한 건 버튼의 작은 결함이었어. 10층 버튼만 유난히 반짝이는 부분이 있고, 손가락 끝이 닿는 자리에 미세한 긁힘이 반복돼 있었거든. 관리가 안 됐는데 그건 이상하게도 “누군가 자꾸 같은 자리만 누르는 흔적” 같았어. 내가 그걸 닦아내려고 휴지로 닦았더니, 몇 분 뒤 그 자리엔 또 손자국 같은 얼룩이 생겼어. 누가 닦고 다시 묻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날 이후로는 누르는 걸 아예 포기했어. 계단으로 다니기 시작했는데, 집에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 문이 스스로 열릴 때가 있더라.
마지막엔 이 생각이 들었어. 엘리베이터 버튼이 고장 난 게 아니라, 누르는 “순서”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가 먼저 손끝을 빼앗기고, 그 빈자리를 다음 사람의 감각으로 채우는 것처럼. 지금도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깐 멈칫해. 버튼을 누르기 전에 손끝이 먼저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서, 그때마다 속으로만 묻고 내려가. “이번엔 누구 차례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