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버튼에 내 지문이 남아 있는 걸 보곤 멈췄다
엘리베이터 버튼에 내 지문이 남아 있는 걸 보곤 멈췄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누르지도 않았는데 버튼 가장자리에 내 손가락 자국이 떠 있는 걸 본 순간이었어. 처음엔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회사 로비에서 그 버튼을 다시 눌렀을 때도 똑같이 그 지문이 남아 있는 게 보여서,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만 타면 자꾸 손을 숨기게 됐어.
그날은 야근 마치고 막 복도로 나왔을 때였어. 로비는 유난히 조용했고, 안내 방송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약했어. 나는 7층으로 가야 했고, 습관처럼 버튼을 눌렀는데—누르는 순간, 버튼이 살짝 끈적하게 느껴질 정도로 표면이 이상했어. 그리고 그 다음, 손을 떼자마자 투명한 막 같은 게 다시 붙는 느낌이 들었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7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나는 문득 손가락 끝을 확인했어. 별다른 묻어남이 없었거든. 그런데 거울처럼 반사되는 유리 패널에 비친 버튼을 옆눈으로 보니까, 아까 누른 자리와 똑같은 모양으로 지문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어. 그 지문은 ‘방금 눌렀을 때 생기는 번들번들한 흔적’이 아니라, 누가 손을 문질러 굳혀 놓은 것처럼 선이 선명했어.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에도 버튼에 지문은 사라지지 않았어. 나는 7층에서 일을 좀 하다가 다시 로비로 내려왔고, 이번엔 일부러 느리게 버튼을 확인했지. 조명이 비스듬히 닿을 때만 보이는 홈이 있는데, 그 홈 안에 내 손가락 한 마디가 얹혀 있는 듯한 모양이 계속 보였어. 손바닥으로 문질러도 지문이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처음엔 장난 같았어. 누가 내 손가락을 찍어 둔 걸 스티커처럼 붙여놓은 거 아닌가 싶어서 관리실에 물어볼까도 했는데, 그때 마침 관리실 사람이 현관 쪽에서 청소를 하고 있더라고. 나는 괜히 오해 살까 봐 아무 말도 안 했어. 대신 밤에 혼자 들여다봤는데, 버튼 표면에는 미세하게 긁힌 자국도 있었고 그 사이로 내 지문만 유독 깔끔했어. 마치 누가 그걸 ‘맞춰서’ 끼워 넣은 것처럼.
다음 날 출근해서도 같은 일이 있었어. 나는 일부러 장갑을 끼고 버튼을 눌렀는데, 버튼에 남는 건 내 지문이었어. 물론 손가락이 닿는 부분이 아니니까 내 피부가 닿을 리 없잖아. 그런데도 내 지문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정확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장갑을 낀 손으로 눌렀을 때는 버튼이 더 부드럽게 눌리는 느낌만 들었어. 이상하게도 그 순간마다 내 손끝이 살짝 저릿했거든.
그러다 어느 날은, 내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처럼 반사되는 바닥을 봤는데, 내 그림자가 조금 늦게 따라오는 것 같았어. 엘리베이터는 늘 똑같이 ‘딩’ 하고 멈췄고, 문도 늘 같은 타이밍에 열리는데, 내 그림자만 한 박자 뒤에 따라 움직이더라고. 나는 그 자리에서 시선을 바닥에서 떼지 못했고, 그 짧은 순간 버튼을 떠올렸어. “내가 누른 적이 없는데도, 내가 남아 있는 게 있다.” 그 문장이 갑자기 머릿속에 박혔어.
결국 나는 버튼을 확인하는 걸 멈추기로 했는데, 더 이상해졌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로비 쪽에서 누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가 날 스칠 때마다 버튼 표면이 아주 미세하게 빛을 바꿔. 마치 누군가 손바닥을 아주 가까이에서 대고 있는 것처럼. 내가 문을 닫히기 직전에 손을 뻗으면, 그 지문이 있는 위치에 내 손가락이 가는 걸 스스로도 모르게 피하게 됐어. 손이 움직이려는 걸 내가 못 말리는 느낌이랄까.
오늘도 가끔 그 생각이 나. 회사 엘리베이터 버튼은 늘 같은 모양이고,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누르잖아. 그런데 나는 그 버튼에서 내 지문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어. 누가 내 흔적을 남겨 둔 건지, 아니면 반대로 내가 그 버튼에 먼저 ‘남아’ 있었던 건지… 문이 닫히는 순간, 내 손가락 끝에 남아 있던 기억만 유난히 뜨거워서, 그 뒤로 나는 버튼에 손을 대지 않으려고 계단을 택하게 됐어. 근데 가끔은 계단에서도 문득, 손을 올려다보게 되더라. 버튼에 내 지문이 남아 있는 걸 보곤 멈췄던 그날처럼, 아직도 누군가 내 손을 대신 누르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