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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생긴 작은 흠집들이 자꾸 같은 자리로 옮겨갔다

2026-07-04 00:29:15 조회 1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생긴 작은 흠집들이 자꾸 같은 자리로 옮겨갔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았어. 침대 밑에 뭔가 긁힌 줄 알고 넘겼는데, 다음 날 보니 그 흠집이 벽 쪽으로 “딱” 옮겨져 있더라. 위치가 바뀐 것도 이상했지만, 모양이 똑같이 이어지는 느낌이라 더 헛웃음이 나왔어.

사건은 입주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시작됐어. 책상 모서리 아래쪽, 바닥과 벽이 만나는 라인에 아주 작은 금이 하나 있었거든. 손톱으로 문질러보면 걸리는 정도의 얕은 흠집이었는데, 내가 그 구역을 일부러 건드린 적은 없었어. 그런데도 어느 순간부터 그 흠집이 계속 눈에 들어왔지. 마치 “여기야” 하고 표시해둔 것처럼.

처음 이사 온 사람들은 다 그렇듯, 내 집이 정착되면 가구를 조금씩 옮겨. 나는 침대와 책상 사이 동선을 맞춘다고 이 주 저 주 치웠고, 그 과정에서 바닥을 쓸고 닦기도 했어. 그런데 확인하러 가면, 흠집이 있던 자리가 깨끗해져 있어. 대신 새로 생긴 것처럼 보이는 흠집이 벽 쪽 다른 지점에 나타나곤 했어. 문제는 “다른 지점”이 너무 비슷하게 반복된다는 거야. 항상 벽의 같은 높이, 같은 각도, 같은 길이.

그래서 나는 그냥 찍어두기로 했어. 휴대폰으로 어둡지 않을 때마다 사진을 남겼는데, 이게 더 미치겠더라. 사진을 보면 흠집 위치가 하루 사이에 계단식으로 바뀌어.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어. 마치 누구든 손으로 옮겨 놓는 듯한 “순서”가 있었거든.

한 번은 내가 일부러 그 자리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였어. 내 눈으로 확인한 다음, 흠집이 있던 라인에 테이프를 길게 붙여놨지.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보니, 테이프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흠집이 테이프 옆으로 쓱 이동해 있더라. 흠집이 테이프를 피해서 나타난 게 아니라, 테이프가 붙어 있는 범위 너머로 “같은 모양”이 이어진 느낌이랄까.

그때부터는 솔직히 내가 너무 민감해진 건가 싶었어. 그래서 통제도 해봤어. 이틀 연속으로 방을 청소하지 않고, 가구도 손대지 않고, 심지어 신발도 벽 근처에서 안 신으려고 조심했어. 근데 흠집은 그 다음날 또 옮겨져 있었고, 이번엔 테두리처럼 얇은 스크래치 자국까지 따라붙었어. 나는 그 자국을 보면서 이상하게 “닿지 않았는데도 닿아버린” 느낌을 받았어. 이건 손으로 긁은 흔적이 아니라, 이미 있던 걸 끌어다 놓은 것 같은 느낌.

인터넷 검색을 해도 딱히 답이 안 나오더라. 결로 때문에 생기는 스크래치나, 습기로 인한 변색은 설명이 되는데 “같은 모양이 같은 간격으로 이동”하는 건 아무리 봐도 설명이 안 됐어. 관리실에 말해볼까 하다가도, 괜히 헛소리로 취급될 것 같아서 참았고, 대신 밤에 시간을 맞춰 조용히 관찰하기로 했지. 그러다 한 번, 거의 새벽 두 시쯤이었나, 방 안이 조용히 울리는 느낌이 있었어. 바람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문틀 쪽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더라.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닥이 아니라 벽이었어. 전날 사진으로 표시해둔 흠집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고, 그 자리를 기준으로 아주 정확히 한 칸 옮긴 지점에 흠집이 그대로 있었어. 딱 손톱으로 긁었을 때 생기는 각도랑 깊이가 똑같았는데, 더 소름이었던 건 흠집이 “내가 가까이 지나갈 방향” 쪽으로 옮겨졌다는 거야. 마치 내가 그걸 보게 될 루트를 알고 있는 것처럼.

결국 나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해봤어. 흠집이 보인 벽 라인에만 얇은 종이를 붙이고, 종이에 연필로 작은 표시를 몇 개 해뒀지. 다음 날 아침에 종이를 떼어보니, 종이는 멀쩡했는데 표시 위치만 이상하게 어긋나 있었어. 종이가 움직인 흔적은 없는데도, 연필로 그어둔 점선이 흠집이 나타난 방향으로 “맞춰진” 상태였거든. 누군가가 종이를 옮긴 게 아니라, 흠집이 먼저 자리를 찾아오고 종이가 그에 맞춰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 뒤로 흠집은 더 이상 ‘방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았어. 어느 날부터는 현관문 손잡이 근처, 복도 쪽으로 이어지는 벽면에서 같은 모양이 보이기 시작했거든. 내가 살던 원룸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게 부끄러울 정도로, 그 작은 흠집은 점점 “나의 이동 경로”를 따라붙었어. 그리고 지금도 가끔, 자취방 창문을 닦다가 손톱으로 긁힐 만큼의 얕은 흔적을 보면… 그게 우연인지, 아니면 누군가 이미 정해둔 다음 자리표인지, 잠깐 멈칫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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