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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밤마다 ‘점검 중’ 종이를 붙이는데 누구도 나타나지 않아

2026-07-04 08:29:13 조회 1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에서 밤마다 ‘점검 중’ 종이를 붙이는데, 누구도 나타나지 않아. 처음엔 그냥 사장이 밤에 혼자 일하다가 잠깐 점검하고 들어가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 종이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위치에 붙었고, 떼어내는 손길은 끝내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

내가 그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시작한 건 2월 중순이었어. 자정이 되면 매장 불을 정리하고, 진열대 위에 있는 유리문 손잡이를 닦고, 카운터 밑에 있는 현금함을 확인하라는 식의 기본 체크가 있었지. 그런데 첫 주 목요일 밤, 유리문 바깥쪽에 새 종이가 붙어 있는 걸 봤어.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로 딱 한 줄, ‘점검 중’.

놀란 건 종이가 “지금 점검하니 손님은 들어오지 마세요” 같은 안내문이 아니라, 마치 내부에서 바깥을 향해 붙인 것처럼 보였다는 거야. 자동문은 안쪽에서 눌러야 열리는데, 그날은 누가 밖에서 종이를 붙였다는 게 말이 안 됐어. 더 웃긴 건 그 종이 아래로 손바닥 크기만큼 먼지가 덜 묻어 있던 거야. 누가 최근에 그 자리에 손을 대고 갔다는 흔적처럼.

그날 관리 절차를 물어보려고 사장에게 전화했는데, 사장은 “아, 그거? 그냥 가끔 점검 스티커 붙는 날이 있어. 너는 신경 쓰지 말고 일해”라고만 했어. 그러고는 바로 “내일 아침에 떼어내면 돼”라고 덧붙이더라. 나는 괜히 더 궁금해져서 혼자 매장 안쪽을 훑었는데, 어디에도 출입 흔적은 없었어. CCTV도 정상 작동이고, 출입문 기록에도 누가 들어온 시간은 안 찍히더라고.

문제는 그날 이후부터였어. 매일 밤 12시 13분, 정확히 그 시간에 종이가 붙기 시작했어. 처음엔 알바생인 내가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하는 건가 싶어서 카운터 앞에 의자 끌고 앉아서 지켜봤지. 그런데 CCTV 화면을 보면, 나는 내 시야 안에 있는 것처럼 고개를 돌릴 때만 잠깐 화면이 흔들리거나, 오히려 내가 고개를 돌리기 전부터 종이가 붙어 있는 장면이 찍혀 있어. 마치 내가 확인하기로 마음먹기 전에 이미 끝난 것처럼.

어느 날은 내가 일부러 점검 시간을 바꿔봤어. 자정에 정리하고 나서도 바로 불을 끄지 않고, 계산대 아래에서 전기 스위치 쪽을 보면서 기다린 거지. 그런데 종이가 붙는 소리가 들렸어. ‘탁’ 하는 종이 붙는 느낌이 아니라, 손톱으로 유리문을 한 번 긁는 소리 같은 게 났어. 그 다음, 유리문 바깥쪽에 글씨가 서서히 또렷해지더라. ‘점검 중’이란 글자가 마치 잉크가 천천히 퍼지듯이 나타났고, 나는 그때서야 몸이 굳었어.

사람이 없는 게 가장 무서웠어. 종이는 분명 밖에 붙어 있는데, 새벽에 내가 문 열고 들어가면 종이는 항상 안쪽에서 이미 깔끔하게 떼어져 있거나, 반대로 멀쩡히 그대로 붙어 있는 날도 있었거든. 붙어 있는 날엔 항상 유리문 손잡이가 바깥쪽보다 더 따뜻했어. 겨울인데도 손을 대면 열이 남아있는 느낌. 내가 장갑을 끼지 않았는데도, 한 번은 손잡이를 잡는 순간 손끝이 살짝 저린 적이 있어. 찬 공기가 아니라 ‘누가 잠깐 잡고 있다가 놓은 온기’ 같았거든.

그리고 이상하게도, 종이가 붙는 날에는 물건 정리도 늘 정확해져 있어. 진열대가 어지럽혀지지 않은 채로 아침을 맞고, 폐기 처리해야 할 날짜 지난 상품이 묘하게 한 칸씩 앞으로 당겨져 있거나, 고객이 만져놓고 나간 카드를 계산대 옆에 가지런히 놓아둔 것 같은 상태가 되곤 했어. 내가 혼자 야간에 정리한다고 해도 그 정도로 “누가 일부러 맞춰놓은” 느낌이 나. 사장도 그런 건 모르더라고. 사장은 아침에 “누가 정리 잘해놨네” 정도만 하고 넘어갔어.

결국 난 종이를 떼어내는 걸 그만두고, 유리문 옆에 작은 메모를 붙여놨어. ‘내가 떼면 안 되나요?’라고 적어서, 종이 바로 아래에 가려지지 않게 말이야. 그 다음 날 밤, 메모는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종이만 바뀌었어. 글씨가 동일한데도 획이 조금 다른 느낌이었고, 종이 가장자리가 손으로 뜯어낸 것처럼 울퉁불퉁했어. 나는 그때 확신이 들었어. 이건 “사람이 가끔 붙이는 안내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기준으로 행동을 맞추고 있다는 거. ‘점검 중’이라는 말이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내가 뭘 하려는지까지 확인한 다음에야 보여주는 신호 같았다.

새벽 다섯 시쯤, 나는 마지막으로 CCTV를 다시 확인했어. 오늘도 종이는 12시 13분에 붙었고, 나는 그 시간에 분명히 카운터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는데 화면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 구간이 딱 3분 동안 생겨 있더라. 화면이 꺼진 것도 아니고, 내가 서 있던 자리에만 사람의 형체가 지워진 것처럼 흐릿했어. 그리고 그 구간이 끝나자마자, 유리문 바깥에 종이는 이미 붙어 있었지. 그때 생각이 들었어. 누군가가 점검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점검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날 이후로 나는 자정이 가까워지면, 종이를 붙이는 소리를 듣기 전부터 손바닥이 먼저 따뜻해져. 아직도 매일 ‘점검 중’은 붙는데, 나타나는 사람은 단 한 번도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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