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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뒷모습을 보며 말투가 바뀌었어

2026-07-04 12:29:12 조회 1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뒷모습을 보며 말투가 바뀌었어. 처음엔 평범했어. 늦은 밤, 비까지 조금씩 내리던 날이었고 나는 목적지까지 대충 얘기만 하고 가만히 창밖을 보려고 했거든. 그런데 기사님이 갑자기 미묘하게 분위기를 바꾸더니, 운전석에서 고개를 살짝 돌리지도 않은 채로 말투를 단단하게 굳히는 느낌이 들었어.

처음 탔을 땐 “어디로 가세요?” 이 한마디가 너무 정중해서 오히려 편했어. 나는 주소 찍어드리면서 기사님이 내비 보시게 두고, 뒷좌석에서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고 폰 화면을 끄고 있었지. 창밖은 가로등이 지나갈 때마다 차 유리창에 흔들리는 빛이 번졌고, 택시 안 공기는 약간 눅눅했어. 그래서 내가 뭘 이상하게 했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는데, 그 조용함을 기사님이 깨버렸어.

“아, 저쪽에 세우면 돼요.” 갑자기 기사님이 너무 빠르고 또렷하게 말했어. 마치 대본처럼, 마치 이미 알고 있다는 것처럼. 나는 “네?” 하고 되물었는데도, 기사님은 계속 앞만 보고 있었고 손도 안정적으로 핸들을 잡고 있었어. 그때부터 뭔가가 이상했지. 방금 전까지의 친절한 톤이 아니라, 속도를 아주 미세하게 줄이면서도 말끝만 단단해지는 느낌이었거든.

더 신기한 건, 내가 거울도 안 보고 있고 내 뒷모습이 보일 각도 자체가 애매하다는 거야. 좌석 배치상 기사님이 내 뒷모습을 ‘직접’ 본다기보단, 운전석 앞유리로 차량 내부를 보는 정도였을 텐데도 기사님은 내 등을 뚫어져라 본 것처럼 행동했어. 중간에 신호가 바뀔 때 잠깐 시야가 흔들리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기사님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는데도 손가락 힘이 더 들어가는 게 보였어.

나는 괜히 겁먹고 싶지 않아서, 그냥 평범하게 넘어가려고 “기사님, 여기서 내려도 돼요?” 하고 웃어봤어. 그런데 기사님이 한 박자 늦게 대답했어. “네. 거기요.” 그 말투가 진짜 이상했어. 아는 사람이 부르는 것도 아니고, 목적지 확인하는 것도 아닌, 누군가에게 ‘확인사살’ 하듯 말하는 톤. 나는 그 순간 등줄기가 살짝 서늘해지면서도, 동시에 내가 뭘 놓치고 있나 싶었지.

그런데 다음 장면이 더 소름이었어. 차가 목적지 근처 골목으로 들어서자 기사님이 라디오를 껐거든. 원래 늦은 시간엔 라디오 소리를 줄여도 켜둘 법한데, 그냥 뚝 꺼버렸어. 그리고는 아주 낮게, 하지만 또렷하게 말했어. “지금 사진 찍는 사람, 뒤에 앉았죠?”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됐어. 폰을 보고 있었지만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뒤에 앉았다고 해서 내가 누굴 찍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나도 모르게 폰 화면을 다시 켰는데, 아무 앱도 실행 중이 아니었어. 오히려 내 손이 잠깐 얼어붙어서 스크롤이 멈춰있던 상태였고, 전면 카메라도 켜져 있지 않았어. 그런데 기사님은 계속 앞만 보면서 “그 표정으로 보면 알죠” 같은 말을 더 했어. 그 순간 내 옆구리에서 가방 지퍼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어. 누가 만졌다는 느낌은 아닌데, 마치 바람 때문에 살짝 당겨진 것처럼. 근데 차 안은 창문 닫혀 있었어.

나는 억지로 웃으면서 “기사님, 무슨 말씀이세요?” 했고, 기사님은 잠깐 정체되는 듯한 숨을 쉬었어. 그러더니 내 뒷모습 쪽으로 말끝만 살짝 바꿔. 아까랑 완전히 달라진 톤. 친절한 기사님 말투가 아니라, ‘당장 조심하라’는 식의 빠른 말. “내리세요. 지금 바로요. 뒤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지 마세요.” 이 말이 왜 그렇게까지 확신에 차 있었는지 모르겠어. 나는 차를 세울 때까지 내리면 안 되는 상황 같은 느낌까지 받았고, 손바닥에 땀이 차기 시작했어.

택시는 골목 한가운데서 멈췄고, 기사님은 요금 얘기도 먼저 안 하고 그냥 “내리세요”만 반복했어. 나는 본능적으로 문을 열려고 했는데, 그때 기사님이 손을 살짝 뻗었어. 운전대에서 손이 잠깐 움직인 것뿐인데, 그 동작이 비정상적으로 정확했거든. 마치 내가 문을 열기 전에, 내 손이 닿기 전에, 어딘가를 제지하려는 것처럼. 그리고 아주 짧게 “뒤에 카메라 있어요”라고 했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바로 확인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못 했어. 내가 원래 소심해서가 아니라, 확인하는 순간 무언가가 확정될 것 같았어. 그래서 그냥 현관문처럼 생각하며 문을 열고 뛰듯 내려버렸어. 차 문 닫히는 소리가 나고, 택시가 출발하는 걸 뒤에서 보았는데… 기사님은 거울로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 등 뒤쪽을 계속 ‘같은 위치’에서 지켜보고 있더라. 그리고 창밖 가로등이 한 번 지나가면서, 택시 안에서 기사님 손등에 붙어있던 작은 반사 같은 게 잠깐 보였어. 내 착각일 수도 있는데, 그 반사가 마치 렌즈처럼 반짝이던 느낌이 남아있어.

지금도 그때 내 뒷모습이 그렇게까지 ‘무언가’를 드러내고 있었는지 이해가 안 돼. 폰을 켰는지 껐는지, 표정이 어땠는지, 내가 뭔가를 실수로 켜두었는지 계속 생각해봤는데 답이 없어.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택시에서 기사님이 말투가 바뀐 그 순간부터, 나는 내 뒤를 돌아보지 않게 되더라. 돌아보면 끝나는 것 같아서. 아직도 골목길에서 택시가 지나갈 때마다, 이상하게 등을 더 똑바로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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