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전투화끈을 묶어준 적 없는데 묶여 있던 날
군대에서 전투화끈을 묶어준 적 없는데 묶여 있던 날, 그날은 새벽부터 이상하게 시작됐어. 난 전날처럼 장교나 선임이 갑자기 다가와서 “야, 똥구멍 닦는 소리 하지 말고 끈 좀 묶어” 같은 농담을 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 내 전투화 끈은 분명 내가 손대기 전에 이미 반듯하게 묶여 있었어.
사실 전투화끈은 내가 제일 꼼꼼하게 관리하는 편이었어. 하루 종일 구르고 먼지 묻으면 풀리고, 그러면 다음날 아침에 다시 묶지 않으면 걸을 때마다 발목이 쑤셔. 그래서 난 항상 취침 전에 한 번 더 확인하고 잤어. 근데 그날 아침, 침상에서 일어나면서 신발을 보는데 끈이 정해진 길이대로 딱 매듭이 서 있었지. 내가 잠든 사이에 누가 만진 건가? 라고 생각하기엔, 내 방은 당직 교대 전까지 거의 조용했고 내 침상 주변에 발자국 소리도 없었어.
나는 일단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어. “누가 장난쳤나” 싶어서 가만히 더듬어 보는데, 묶인 매듭이 이상하게도 새것처럼 단단했어. 전투화 끈은 잘 묶으면 몇 번은 버티는데, 그렇게 단단한 매듭이면 누가 일부러 힘을 줘서 조여야 되거든. 더 웃긴 건, 끈 끝이 좌우로 균형이 딱 맞았다는 거야. 내 손 습관이랑 똑같이 “X”로 교차하고, 마지막에 고리 넣는 그 각도. 누군가 따라 한 것처럼 정확했어.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하잖아. 난 일부러 신발을 벗고 끈을 풀었어. 그리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다시 묶어봤는데, 풀기 전 매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기억이 잘 안 나더라. 분명 내 방식이었는데, 막상 내가 묶을 때는 손이 조금씩 늦고, 줄 사이로 손가락이 비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손이 아니라 다른 누가 내 손을 대신 움직인 것처럼.
훈련장에 나가서 걸어 다닐 때는 괜찮았어. 풀어놨으니까. 근데 이상하게도 오후부터는 계속 그 매듭 모양이 눈에 밟혔어. 동기들이 장난치며 “너 오늘 왜 유난이냐” 할 때도, 나는 신발 끈을 계속 만지작거렸지. 손가락이 닿는 감각이 자꾸만 ‘이미 묶여 있던 기억’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거든. 바람이 스치거나, 앉을 때 발이 살짝 움직이면, 끈이 저절로 당겨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제일 찝찝했던 건, 그날 밤이었어. 전원 점호 끝나고 불 꺼질 때, 다들 숨소리 줄어들고 이불 사이로 몸 누이는 소리만 들리잖아. 나도 잠깐 눈을 감았다가, 갑자기 신발장 쪽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어. “톡” 하는, 끈이 맞물리는 소리랄까. 나는 괜히 놀라서 벌떡 일어나 신발을 확인했는데, 또 묶여 있었어. 이번엔 더 선명했어. 매듭이 어제처럼 반듯했고, 발을 신을 때 바로 걸리는 위치에 정확히 놓여 있었지.
나는 그때부터 감이 왔어. 누군가 장난을 친 게 아니라, 내 전투화 끈이… 내가 자리를 비운 시간에 어딘가에서 돌아와 매듭을 지은 느낌. 사실 군대에는 이상한 이야기들이 많잖아. 누가 누가 새벽에 몰래 신발을 만져서 “다음 날 잘 걸어라” 같은 식으로, 웃고 넘기는 말도 있고. 근데 이건 웃음이 아니었어. 내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아서 더 불길했는지도 몰라. 생각을 멈추려 해도, 자꾸 ‘왜 하필 내 것만’이라는 질문이 목을 조였어.
다음날 아침, 난 아예 끈을 아예 못 묶게 정리했어. 끈을 신발 안쪽으로 깊숙이 넣고, 매듭이 생길 틈이 없게 꽉 잡아당겨 고정해놨어. 그리고 출타 전까지 몇 번이고 확인했지. 그런데도 점심쯤 되니까, 발목 부분에 끈이 살짝 들리더니 결국 매듭이 만들어졌어. 내가 고정해둔 부분이 풀린 게 아니라, 마치 끈 자체가 스스로 형태를 회복한 것처럼. 그 순간 진짜로 등골이 서늘해지더라.
훈련 끝나고 선임한테 “혹시 누가 제 신발 만졌어요?” 하고 묻고 싶었는데, 입이 안 떨어졌어. 물어보는 순간, 상대가 “그런 거 없어”라고 말할 게 뻔하고, 그 ‘뻔함’이 오히려 더 무섭더라. 그래서 난 그냥 침묵으로 넘겼어. 그리고 그날 이후로 이상하게도, 나는 신발을 신을 때마다 묶인 매듭이 ‘내가 마지막으로 손 댄 지점’으로 돌아오는 걸 느꼈어. 풀고 묶어도 잠깐 지나면 다시 제자리로 정렬되는 느낌. 마치 누가 내 습관을 기억해두었다가, 내 행동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날 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했어. 불 꺼진 뒤, 신발장 쪽에서 소리는 안 났는데, 내 발밑 바닥에서 아주 미세한 마찰음이 났거든. 나는 숨을 죽이고 눈을 감았는데, 눈앞에 어제와 똑같은 매듭 모양이 떠올랐어. 그리고 ‘내가 묶지 않았는데도 묶여 있는 상태’가, 이제는 불안이 아니라 익숙함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더라. 전투화 끈이 풀리지 않는 게 아니라, 내가 풀려버리는 거였나 봐. 그날 이후로, 난 가끔 아직도 아침에 눈 뜨면 아무도 안 만졌는데도 신발 끈이 딱 반듯하게 매듭 지어 있는 걸 상상하게 돼. 그 생각이 들 때마다, 내 손보다 먼저 누군가 내 움직임을 따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숨을 고르게 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