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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오는데 수도는 잠겨 있었다

2026-07-04 20:29:12 조회 1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오는데 수도는 잠겨 있었다. 처음엔 그냥 누가 장난치나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어디에선가 새는” 느낌이 아니라, 누군가 물을 틀어놓고 있는 것처럼 또렷하게 들렸다. 퇴근 직전이라 사무실이 조용해진 시간, 복도 끝 여자화장실 쪽에서 똑똑 끊기는 소리도 아닌, 꾸준히 이어지는 물 흐름이 들려왔다.

나는 당연히 수도가 열려 있겠지, 하고 화장실로 갔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특유의 세정제 냄새와 함께 바닥은 말라 있었다. 물이 새면 미끄럽고 젖어 있어야 할 텐데, 변기 주변도, 손 씻는 곳도 아무 흔적이 없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세면대 아래쪽에 달린 밸브였는데, 회사에서 쓰는 오래된 수도라 손잡이가 따로 잠금장치처럼 걸려 있었다. 그게 확실히 잠겨 있었고, 손으로 흔들어봐도 헛돌지 않았다.

그래도 소리는 그대로였다. 세면대 물틀어놓은 소리 같아서, 나는 혹시 다른 쪽 배관에서 나는 건가 싶어 칸마다 들어가 확인했다. 막힌 변기나 설비 문제면 특정 칸에서만 소리가 크게 들려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전체적으로 퍼졌다. 천장 배관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했고, 어떤 순간엔 세면대 쪽에 더 가까이 붙어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귀를 기울이면 들릴수록, 그냥 “물에 대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무언가가 흐르는 소리였다.

회사 일이 바빠서 처음엔 그냥 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사무실 사람들이 한두 명씩 “어제부터 화장실 물소리 들려?” 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누가 일부러 틀어놓았으면 이미 들켰을 텐데, 사람들 반응도 딱 그랬다. 누구는 “밤에 청소팀이 하다가 깜빡했나” 했고, 누구는 “배관이 오래돼서 그런가” 하고 넘겼지만, 밸브는 계속 잠겨 있었고 바닥은 매번 말끔했다.

나는 더 이상 의심이 커져서, 점심시간에 설비 담당자에게 슬쩍 물어봤다. “화장실 쪽 배관에서 물 흐르는 소리 나요. 수도 밸브는 잠겨 있는데도요.” 담당자는 잠깐 멈칫하더니 “그거, 가끔 그래. 그냥 배관이 공기 차면서 나는 소리일 수도 있어.”라고만 했다. 그러면서도 “혹시 누가 수도 쪽 건드렸는지 확인해봐”라고 했다. 근데 내가 확인했을 때는 건드린 흔적이 없었다. 잠금장치가 딱 제자리에 걸려 있었고, 밸브 주변은 먼지만 약간 있을 뿐 손으로 비비거나 풀린 흔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소리는 점점 더 시간대를 정확히 맞추는 것 같았다. 매번 퇴근 직전, 혹은 사람들이 교대하는 짧은 시간대에만 또렷해졌다. 그리고 이상하게,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엔 소리가 잠깐 끊기는 듯했다. 내가 문을 열기 전엔 계속 흐르는데, 문을 열고 “이제 확인하러 들어간다”는 순간에 소리가 살짝 눌리는 느낌. 마치 누가 스위치를 내리는 것처럼, 그런 식의 타이밍이었다.

결국 나는 밤에 남아 확인해보기로 했다. 혼자 야근을 하는 날이었고, 건물 내 CCTV가 켜져 있는 시간대라 괜히 무서운 짓을 하면 더 곤란할 것 같아, 나는 세면대 앞에 서서 잠금장치와 소리의 방향을 계속 번갈아 봤다. 물 흐르는 소리는 일정한 리듬을 갖고 있었는데, 그 리듬이 내 심장 박동이랑 비슷해지더라. 내가 숨을 고르는 순간에도 소리 높낮이가 따라오는 것 같고, 바닥이 젖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더 찝찝했다.

그때, 세면대 아래쪽에서 정말로 “딱” 하는 금속이 맞물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로 고개를 숙여 잠금장치를 봤는데, 손잡이는 여전히 잠겨 있었다. 하지만 잠금장치 주변이 미세하게 흔들린 흔적이 있었다. 손으로는 절대 풀 수 없을 것 같은 구조인데, 누군가 아주 짧게, 아주 정확하게 건드린 것처럼 보였다. 그 이후로 물소리는 더 커졌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소리가 없어지자 공간이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다음 날 아침, 담당자에게 다시 말했더니 그는 이번엔 대놓고 “그쪽 점검팀 올릴게”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점검이 들어오고 나서도, 보고서는 단순히 “배관 노후로 인한 수압 소음 가능성” 정도로 끝났다.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난 한동안 화장실을 가는 것도 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리도 줄어들었는데, 줄어든 게 끝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아직도 그날 밤 세면대 아래에서 들린 소리가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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