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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접종 맞고 난 뒤 팔에 다른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어

2026-07-05 04:29:15 조회 1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에서 접종 맞고 난 뒤 팔에 다른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어. 처음엔 그냥 내가 못 본 걸까 싶었지. 그런데 간호사가 주사 놓고 난 뒤 소독하고 붕대 감아주는데, 커튼 사이 조명이 좀 흔들리면서 내 팔 위쪽이 번쩍 보이더라. 동그랗게 번진 소독 자국 사이로, 분명히 누군가가 펜으로 적어둔 듯한 글자가 또렷했어. 이름이었어. 내 이름이 아니었는데도.

나는 예방접종이라서 별생각 없었어. 아침에 예약하고 접종실 들어가서 서류 작성하고, 팔 걷고, “따끔합니다” 같은 말 들은 다음 바로 누워서 맞았거든. 그런데 주사 놓고 붕대 정리할 때 간호사가 내 팔을 한 번 더 눌러주면서 “여기 똑바로 봐요” 이런 식으로 말했는데, 그때 손이 살짝 가리던 글자가 완전히 드러났어. ‘민지’라고 적혀 있었어. 분명히 여성 이름 같았고, 글씨체도 누가 급하게 적은 느낌이었어.

솔직히 그 순간엔 웃음이 먼저 나왔어. ‘어, 누가 밴드 붙여놓고 지우지 않았나?’ 싶었거든. 그런데 간호사가 붕대 풀어달라고 한 건 아니고, 오히려 “접종 부위는 오늘 밤까지 만지지 마세요” 하면서 가볍게 테이프를 더 눌러줬어. 나는 참아야 할 게 많잖아. 의심하면 이상한 사람 되니까. 그래서 그냥 고개 끄덕이고, 팔을 최대한 움직이지 않았지.

집에 와서 옷 갈아입을 때가 진짜였어. 병원에서 준 건 투명하게 보이는 작은 패치였는데, 그 패치 아래에 글자가 살짝 비치더라. 소독한 자국 위로 펜으로 쓴 것처럼 보이는 선명한 획이 겹쳐 있었고, 색은 잉크가 시간이 지나 번져 보이는 갈색 쪽이었어. 나는 손으로 패치를 떼려고 하다가 말았어. ‘지금 떼면 더 난리 나나?’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 대신 거울 들고 가까이 봤는데, 글씨 뒤로 더 옅은 줄도 있었어. 아마 날짜나 다른 표시였던 것 같아.

다음 날 아침에야 마음이 좀 더 불안해졌어. 주사 맞은 부위가 약간 붓고 따끔하긴 했는데, 그보다도 팔 안쪽 상단에 남아있는 글자가 계속 눈에 들어왔거든. 붓기가 올라오면서 잉크 자국도 같이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었어. 나는 병원에 전화해서 “접종 부위에 다른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봤어. 그랬더니 상담하는 분이 “혹시 착용한 밴드나 마킹이 잘못 부착됐을 수 있다”고만 말하더라.

근데 그 말이 너무 얼버무린 것 같았어. 마킹이란 게 뭔지, 왜 내 팔에 있던 건지, 그리고 어느 과정에서 바뀌었는지 설명이 없었거든. 나는 “제가 맞고 나서 직원들이 팔을 정리할 때 이미 보였어요. 이름이 ‘민지’였어요”라고 다시 말했어. 그랬더니 그분은 잠깐 정적이 흐른 뒤 “해당 접종실에서 확인 후 연락드릴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어. 전화는 내가 몇 번 더 했고, 매번 “확인 중입니다” 같은 말만 돌려받았지.

그래서 나는 결국 병원 방문해서 접수처에서 다시 물어봤어. 사람 많은 곳이라 목소리 크게 못 내고, 종이 한 장 들고 갔지. 접종 날짜와 접종받은 시간, 접종실 위치까지 적어갔고. 접수처 직원은 “진료기록 확인이 필요하다”며 내부로 연결했는데, 거기서 들리는 말이 이상했어. “저 환자 팔에 마킹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요? 접종 후 소독 과정에서… 원래는 투명 테이프로 덮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덮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더라. 즉, 원래는 가려져야 하는데 안 가려진 거였다는 뉘앙스. 그러면서도 끝까지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 쪽으로만 갔어.

그날 집에 와서 기록을 다시 뒤적해봤는데, 접종 동의서에 적힌 이름이 내가 맞는 이름이 맞더라고. 그러니까 내 기록이 바뀐 건 아닌 것 같아. 그런데도 내 팔에는 다른 사람이 적혀 있었고, 그 글씨가 그냥 스티커 자국처럼 가벼운 게 아니라 펜으로 직접 쓴 느낌이었어. 나는 그제야 한 가지가 떠올랐어. 접종실에 들어가기 전, 잠깐 대기하면서 다른 사람 팔을 봤던 기억. 어떤 아이가 보호자랑 같이 있었고, 팔에 뭔가 적힌 게 보였던 것 같았거든. 그때는 관심이 없어서 넘겼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게 바로 ‘민지’였을지도 몰라. 물론 상상이겠지.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더라.

며칠 뒤 주사 맞은 부위 통증은 가라앉았는데, 이름 자국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 시간이 지나서 희미해지긴 했지만, 빛에 비추면 여전히 보였거든. 나는 자꾸만 그 ‘민지’라는 글씨가 내 피부 위에 남겨진 이유를 상상하게 됐어. 착각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표시가 실수로 옮겨 붙었을 수도 있지. 근데 그 실수가 내 팔에서 끝났다는 게 이상했어. 병원에서 아무도 제대로 “무슨 일이었는지”를 설명해주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가끔 밤에 팔을 만지다가, 그 이름이 더 선명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진짜로 지워지지 않는 건 약이 아니라, 설명되지 않은 찜찜함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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