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외등이 켜지면 그때부터 방문 앞에서 발소리가 들려
시골집 외등이 켜지면 그때부터 방문 앞에서 발소리가 들려. 처음엔 그냥 바람에 흔들린 소리려니 했는데, 그 소리가 매번 “정확히” 밤이 되자마자 시작됐고, 내가 문 쪽을 쳐다보는 순간엔 늘 멈췄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창문을 더 자주 보게 됐고, 결국엔 그 발소리가 누군가의 걸음이라는 걸 확신하게 됐지.
일은 내가 방학 때 집에 내려가면서부터였어. 외등은 마당 안쪽에 하나, 대문 옆에 하나, 이렇게 두 개였는데 저녁 8시쯤 전등이 딱 켜져. 그 순간부터 현관 앞쪽 마루에서 “툭, 툭” 하고 발소리가 들렸어. 한 번은 가벼웠고 두 번은 조금 무겁고, 그러다 문턱에서 세 번째쯤 소리가 가장 크게 났어. 마치 누가 문 앞에서 잠깐 서서 숨을 고르는 것처럼.
처음엔 동네 고양이인가 싶었지. 시골집 마당엔 고양이가 많았고, 특히 겨울엔 외등 불빛 아래로 몰려오거든. 그런데 발소리는 고양이 걸음이랑 달랐어. 발이 마루를 “두 발로” 짚는 리듬이었고, 중간중간 아주 짧게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어. 그리고 제일 이상한 건, 방문 손잡이를 잡는 소리가 날 정도로 조용해지는 타이밍이 항상 같다는 거야.
어느 날은 내가 일부러 장난치듯이 문고리를 살짝 돌려봤어. “삐” 하는 소리가 나기 직전에, 마루에서 멈추는 게 들리더라. 그 다음엔 소리가 반대로 밀리듯이 안쪽으로 물러나는데, 그때마다 마당 쪽 바람 소리는 그대로였거든. 그러니까 바람이 원인이라기엔 너무 정교했어. 내가 움직이면 따라 움직이고, 내가 멈추면 멈추는 느낌.
집에 계신 엄마는 처음엔 그냥 “귀가 예민한 거 아냐?” 하면서 웃었어. 그런데 내가 하루만 더 버티자고 말하니까 엄마도 말이 달라지더라. “예전엔 그런 소리 있었어. 근데 너 어릴 때는 잘 안 들렸지.” 그때 엄마가 덧붙인 게 있어. 외등이 켜지는 날이면, 누가 방문 앞에 잠깐 서 있는다고. 그게 누구인지 물어보려 했는데, 엄마는 말을 끊고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어.
그날 밤 나는 일부러 거실에 앉아 시계를 보면서 기다렸어. 외등이 켜지는 시간은 항상 비슷했는데, 몇 분 차이만 나도 발소리가 따라오는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8시 03분, 전등이 켜지자마자 마루에서 소리가 시작됐고, 8시 04분쯤부터 리듬이 조금 바뀌었어. 그 리듬이 내가 듣기엔 “문을 노크하는 대신 걸음을 바꿔 세우는” 것 같았거든. 그리고 그 소리가 방문 바로 앞에서 멈출 때, 현관 쪽 온도가 순간적으로 내려가는 느낌이 있었어. 숨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다음 날 아침, 나는 마당을 살피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 방문 앞 마루와 대문 사이에, 누가 쓸고 지나간 듯한 자국이 있었거든. 바닥이 고르지 못해서 원래 자국이 잘 남는 집인데, 그날은 유난히 “한 방향”으로만 쓸린 느낌이었어. 누가 계속 같은 경로를 왕복하는 사람처럼. 근데 발자국이라기엔 너무 매끈했고, 신발 밑창이 아니라 맨발로도 아닌 애매한 질감이었지. 자세히 보면 외등이 비추는 각도 때문에 더 도드라져 보여.
그 후로 나는 괜히 문을 열지 않으려고 했어. 근데 신기하게도 소리는 문을 열지 않아도 계속 됐어. 항상 외등이 켜지고, 소리가 시작되고, 방문 앞에서 멈추고, 그 다음엔 천천히 멀어졌어. 그리고 마지막엔 대문 쪽으로 이어지는데, 대문이 닫혀 있어도 “딸깍” 하고 열쇠가 한 번 움직인 것 같은 소리가 아주 약하게 났어. 엄마는 들은 척도 안 했지만, 저녁만 되면 현관 쪽 전등 스위치를 손으로 만지작거려. 불을 켜는 걸 미루거나 아예 늦추려다가, 결국엔 그냥 규칙대로 켜더라.
며칠 뒤에는 나도 더는 못 버티겠어서, 밤에 불을 켜기 전에 거실에서 문 쪽을 계속 보고 있었어. 그런데 외등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부터, 내 귀가 아니라 “어딘가 내 몸 안”에서부터 진동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어. 마루에서 소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거랄까. 소리는 똑같이 시작됐고, 방문 앞에서 멈추는 것도 똑같았는데, 그때는 문고리가 움직이지 않아도 손잡이 쪽으로 시선이 끌려. 내가 보고 있어도 누군가가 보고 있는 것처럼.
그날 이후로는 발소리가 조금 빨라졌어. 외등이 켜진 뒤 2~3분 여유가 있던 게, 어느 날부터는 거의 즉시였거든. 그리고 마지막엔, 방문 앞에서 멈춘 뒤에 소리가 “한 번 더” 이어져. 보통은 멀어졌는데, 그날은 문턱에서 멈춘 채로 아주 작게만 “툭” 하고 끝이 났어. 나는 그 소리가 안쪽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아니라, 밖으로 나가도 되는지 확인하는 소리 같았어. 아직도 시골집 외등이 켜질 시간만 되면, 괜히 현관 쪽 소리를 먼저 듣게 된다. 그리고 들리는 순간엔, 문을 열지 않아도 이미 늦었다는 기분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