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탄 순간 안내 멘트가 내 목소리로 흉내 났다
엘리베이터에 탄 순간 안내 멘트가 내 목소리로 흉내 났다. 진짜로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 앞에 서면 괜히 숨부터 고르게 돼. 이상한 건 내가 먼저 “어, 이거 뭐지?” 하고 넘길 만큼 찰나에 끝난 일이 아니라, 그날부터 몇 번이고 반복됐다는 거야.
퇴근하고 건물 현관을 통과했을 때부터 뭔가 공기가 가라앉아 있었어. 10층짜리 오피스 빌딩인데, 평소 같으면 로비에서 커피 냄새랑 사람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거든. 근데 그날은 유독 조용했고, 엘리베이터도 딱 한 대만 깔끔하게 도착해 있더라. “오늘따라 빨리 오네.” 싶어서 버튼도 누르기 전에 그냥 문 쪽으로 걸어갔어.
문이 열리자마자 천장 스피커에서 안내 멘트가 나오잖아. 보통은 “안전하게 탑승해 주세요” 같은 무난한 문장인데, 그 목소리가… 내 목소리였어. 정확히는, 내가 평소에 말할 때의 억양이랑 속도까지 똑같이 따라 했어. 나는 그 자리에서 멈칫했지. 사람들이 없는데도 누가 내 뒤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들리니까 등골이 서늘했어.
나는 급하게 7층을 눌렀고, 스피커는 계속 이어졌어. “다음 층은 칠…” 하다가 잠깐 끊기더니, 다시 내 목소리로 “잠시만요”라고 하더라. 엘리베이터는 분명히 내가 버튼을 누른 걸 반응해야 정상인데, 그 멘트는 버튼 누르기 전부터 이미 나온 느낌이었어. 마치 내 생각을 읽고 있는 것처럼. 그때부터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 벽이 유난히 어둡게 보였고, 나는 억지로 웃으면서 “장난치나?”라고 속으로 중얼거렸어.
문이 닫히고 출발하는 순간, 바닥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데 그 리듬이 이상했어. 일반적으로는 정해진 속도로 올라가잖아. 근데 그날은 “툭… 툭…” 하고 마치 누군가 발을 바닥에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스피커는 내 목소리로 계속 안내를 했고, 안내 멘트 사이 사이에 내 말투로 짧게 끼어드는 소리가 있었어. 예를 들면 “아, 됐고” 같은 식으로, 내가 짜증날 때 입에 올리던 표현이 그 틈에 들어갔어.
7층에 도착했을 때 문이 열리자 사람 그림자 하나도 없었어.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 혼자였고, 버튼 패널의 숫자는 정상적으로 켜져 있었지. 그런데 문이 완전히 열린 뒤에야 스피커가 다시 “내려가세요”라고 말했어. 나는 대답도 안 했는데, 마치 내가 내리려는 걸 스스로 확인하려는 것처럼 들렸어. 순간 너무 소름이 돋아서, 얼른 나와서 계단으로 내려갈까 고민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타이밍에 맞춰서 내 목소리로 또 한 번 “괜찮아요”가 들렸어.
그날 밤 집에 와서 녹음 앱을 켜고 테스트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내 목소리로 흉내 내는 안내 멘트가 떠오르면서 계속 신경이 쓰였어. “설마 내 목소리 톤이 비슷한 스피커가 있나?” “내가 잠깐 다른 소리를 들었나?” 이런 식으로 합리화하려고 했지. 그런데 다음 날, 오전에 또 엘리베이터를 타자 똑같이 시작됐어. 이번엔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출근 버튼을 누르는데도, 스피커가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라고 말하더라. 그 말투가 또 내 거였어.
나는 그때부터 엘리베이터를 피하려고 했는데,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몇 번 더 탔어. 탄 순간마다 안내 멘트는 내 목소리를 기준으로 맞춰져 있었고, 내가 어떤 층을 누르기 직전의 타이밍에 맞춰 한두 마디가 끼어드는 느낌이었어. 특히 한 번은 내가 누르기 전에 “오지 말까?”라는 말이 내 목소리로 아주 작게 들려서 심장이 철렁했어. 그날 나는 진짜로 컨디션이 별로라서 “오늘은 집에 갈까?”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스피커가 그 생각을 확인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
며칠 지나서 관리실에 물어볼까 하다가, 이상하게도 누군가에게 말하면 더 확실해질까 봐 겁이 나더라. 어설프게 신고하면 “그냥 네 목소리랑 비슷하게 들린 거지” 하고 넘어갈 것 같고, 또 다른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라는 걸 내가 혼자 자꾸 인정하게 될 것 같았어. 그래서 나는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 쪽으로 버텼어. 그런데도 가끔,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할 때 스피커가 테스트하듯 “안전하게…” 하고 시작할 때, 아주 희미하게 내 말버릇 같은 잔향이 끼어드는 걸 느꼈다.
그리고 제일 무서웠던 건 마지막이었어. 한 번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안에서 아무 소리도 없길래 안도하려고 했거든. 근데 내가 문턱에 발을 올리기 전에 스피커가 먼저 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 “탑승하면 돌아오는 길이 달라져요.” 그 순간 나는 그대로 발을 빼버렸고, 문은 닫히는 중에도 그 문장을 끝까지 마저 반복했어. 지금도 그 멘트가 머릿속에서 멀쩡한 하루의 소리를 지워버리는 느낌이 들어. 엘리베이터는 언제나 똑같이 닫히는데, 그날부터 나는 내가 탄 순간부터 내 목소리가 어디선가 한 번 더 울리고 있다는 걸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