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산 컴퓨터 전원 켜자마자 내 이름 폴더가 있었다
중고거래로 산 컴퓨터 전원 켜자마자 내 이름 폴더가 있었다. 처음엔 그냥 착각인 줄 알았는데, 키보드로 아무것도 입력하기도 전에 바탕화면에 폴더 하나가 딱 떠 있는데 거기에 내 실명 비슷하게 적혀 있어서 순간 손이 멈췄어.
나는 며칠 전까지 게임용으로 쓸 데스크탑을 알아보다가, 상태 괜찮다길래 중고로 샀거든. 판매자 말로는 “회사에서 쓰던 거 정리”라면서 하드도 별로 안 썼대. 그래서 포맷은 이미 해놨겠지 하고, 집에 가져와 전원만 켜면 될 줄 알았어.
근데 전원 넣자마자 윈도우 로딩 화면이 지나가고, 로그인 화면 없이 곧장 바탕화면으로 들어가더라. 이상하긴 했지만, 요즘 세팅이 그런가 싶어서 넘어갔고, 제일 먼저 보이는 게 내 이름이 적힌 폴더였어. 폴더 아이콘이랑 이름 글자가 너무 선명해서 “이름이랑 비슷한 사람이 있나” 같은 변명도 바로 안 됐어.
폴더를 열어보려고 클릭했는데, 그 순간 마우스 커서가 아주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움직였어. 내가 손을 뗀 것도 아니고, 화면이 멈춘 것도 아니었는데 느낌이 묘하게 그랬거든. 어쨌든 더 확인하고 싶어서 더블클릭했는데, 폴더 안에는 파일이 몇 개 있긴 했지만 전형적인 개인 폴더처럼 사진이 잔뜩 이런 건 아니고, 메모장 텍스트 파일들이랑 폴더 경로 로그 같은 것만 가득했어.
텍스트 파일 하나를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문장이 있었어. “구매자 확인 완료. 설정값 유지.” 이런 식으로 짧게 적혀 있었고, 옆에 날짜가 찍혀 있더라. 날짜가 내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대화 시작한 날이랑 겹쳤어. 그때부터 등골이 서늘해지기 시작했지. 내가 그 컴퓨터를 살 “생각”을 한 시점이 아니라, 실제로 대화가 시작된 시점이 정확히 적혀 있어서.
또 다른 파일에는 접속 기록처럼 보이는 문자열들이 있었는데, IP가 뭔가 막연한 수준이 아니라 지역 단위로 쪼개져서 “여기에서 접속 시도함” 같은 문장까지 들어가 있었어. 나도 솔직히 컴퓨터 잘 아는 편은 아니라서 세부가 뭔지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누군가가 이 PC를 계속 만지고 있었다’는 느낌은 너무 강했어.
그래서 나는 당장 인터넷 연결을 끊고, 시스템 설정 들어가서 뭔가 남아있는 계정이나 자동 실행 프로그램을 찾아봤어. 근데 계정 목록이랑 시작 프로그램에 이상한 게 많았어. 하필 이름 폴더가 생길 만한 사용자 계정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이름이 내가 본 폴더명하고 똑같았어. 게다가 내 이메일 주소랑 닉네임을 비슷하게 조합해 놓은 흔적도 보였고, “최근 활동” 항목에도 내가 알아보던 게임 관련 단어가 스르륵 스쳐 지나가더라.
그때부터는 솔직히 무서워서 그냥 끄고 싶었는데, 끄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되는 느낌이 들었어. 작업 관리자 열려고 하니까 창이 뜨는 타이밍이 늦어지고, 화면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 같은 착시가 들어. 내가 겁이 나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 컴퓨터는 내가 뭘 하려고 할 때마다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반응하는 것 같았어.
결국 난 하드 백업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그냥 완전 초기화부터 걸었어. 설정에서 포맷을 누르는데, 이상하게 “일부 파일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같은 문구가 튀어나오는 거야. 나는 그 문구를 무시하고 강제 초기화로 밀어붙였지. 초기화가 끝나고 다시 바탕화면이 뜰 때는 폴더가 없어졌어. 그런데 안심이 되기보단 더 찜찜했어. 왜냐면 폴더가 사라진 건 “삭제”가 아니라 “숨김”에 가까워 보였거든.
지금도 가끔 그 생각이 나. 중고로 산 컴퓨터에서 내 이름 폴더가 나타난 순간, 그걸 ‘실수’라고 넘기지 못했던 이유가 있어. 나는 그때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았고, 로그인도 안 했고, 인터넷도 켜기 전에 이미 내 이름이 거기 있었어. 누군가가 거래 시작일을 기다렸다가, 내 손이 닿을 타이밍에 맞춰 폴더를 띄워둔 것처럼 보여서… 아직도 그 데스크탑 전원 버튼을 손끝으로 누르는 게 찝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