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문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데 냄새가 늘 같은 방향이야
원룸 문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데, 냄새가 늘 같은 방향이야. 처음엔 그냥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가 했어. 그런데 그 바람이 들어올 때마다 맡는 냄새가 딱 하나로 고정돼 있더라. 눅눅한 냄새도, 곰팡이 냄새도 아니고… 마치 누군가가 환풍구에 종이랑 플라스틱을 태우고 난 뒤에 남는, 이상하게 새콤한 기분 나쁜 향이었어.
사건은 새벽 2시쯤 시작됐어. 창문은 닫혀 있었는데 문틈으로 공기가 스르륵 빨려 들어오듯 들어왔고, 그 순간 냄새도 같이 밀려왔지. 나는 반쯤 잠에서 깬 상태라 “혹시 아래층에서 피우나?” 하고 대충 넘어가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냄새가 풍기는 방향이 늘 똑같았어. 문을 기준으로 오른쪽 위로부터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바람도 냄새도 늘 같은 각도에서 오더라.
며칠 지나도 그 패턴이 바뀌지 않으니까, 궁금해서 문틈을 손전등으로 비춰봤어. 문 아래나 배수구 쪽 틈은 거의 없었고, 문 손잡이 쪽도 막혀 있었어. 그런데 유독 문 옆 프레임과 벽 사이에 아주 가는 틈이 있었는데, 그 틈이 손전등 각도를 바꾸면 빛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더라. 그래서 그날은 얇은 휴지 한 장을 대봤는데, 바람이 들어오는 힘이 휴지를 밀어내지 않고 살짝 당기는 쪽이었어. 마치 흡입되는 느낌.
그 뒤로 나는 생활을 하다가도 그 냄새가 생각나면 문을 의식하게 됐어. 특히 비가 오거나 습한 날엔 냄새가 더 진해졌고, 밤이 깊어질수록 더 또렷해졌어. 이상한 건, 냄새가 “내가 있는 방 안에서” 나는 것 같지 않다는 거였어. 어디선가 바깥에서 들어오는데, 공기처럼 같이 섞여 들어오는 느낌. 그래서 환기를 시키면 잠깐 사라졌다가도 문틈에 다시 같은 방향으로 돌아왔거든.
인터넷 찾아보면 가끔 이런 말 나오잖아. 가스 누출, 배관 문제, 하수구 역류 같은 거. 나도 처음엔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CO 경보기며 가스 냄새 검지 제품 같은 건 너무 비싸서 못 샀고, 대신 신경 쓰이는 걸 다 해봤지. 배수구 물을 채워보고, 락스 냄새로 주변을 닦아보고, 문틈에 문풍지를 붙여봤는데… 놀랍게도 냄새는 계속 같은 방향에서 들어왔어. 문풍지 위치를 바꾸면 냄새가 들어오는 “그 각도”도 같이 바뀌는 느낌이랄까.
그러다가 어느 날, 진짜로 이상한 걸 봤어. 새벽에 한 번 화장실을 다녀오고 다시 잠들려는데,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문틈 안쪽에서 아주 희미하게 빛이 움직였어. 손전등을 켜서 비추면 평범하게 어두운 틈이 보이는데, 내가 등 돌리는 순간에만 빛이 한 번씩 미세하게 흔들리는 거야. 그래서 그날은 카메라 앱을 켜놓고 바닥에 올려뒀는데, 촬영 결과에서 문틈 주변만 유독 프레임이 약간 흔들리는 것처럼 나왔어. 화면이 아니라 공기결처럼.
그래서 나는 결국 관리자에게 말했어. “문틈으로 냄새가 들어와요. 바람도 같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랬더니 관리하시는 분이 대수롭지 않게 웃으면서 “그런 건 오래돼서 그래요. 아래층에서 냄새가 올라오기도 하고.” 이 말이 끝이었어. 점검하겠다는 이야기도 없고, 그냥 얼버무리듯이 끝. 근데 그때부터였나, 냄새의 타이밍이 더 정확해졌어. 매일 새벽 2시 11분쯤, 딱 그때만 문틈에서 바람이 오고 냄새가 들어왔어. 시계 초침이랑 같이 맞는 느낌… 그래서 더 미치겠더라.
어느 날은 내가 장난처럼 문틈에 종이를 붙여놓고 냄새가 오기까지 기다렸어. 종이가 밀리면 바람이 어느 방향인지 알 수 있잖아. 그런데 종이가 밀리는 게 아니라, 종이 가장자리가 아주 천천히 안쪽으로 휘어지면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어. 그리고 그 휘어지는 속도가, 내가 숨 쉬는 리듬이랑 비슷하게 느껴졌어. 웃긴 말로 들릴 수 있는데, 그때만큼은 “내가 숨을 들이마시면 더 세게 당기고, 내쉬면 잠깐 약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다음날부터는 내가 뭘 하든 문을 잘 안 쳐다보게 됐어. 괜히 확인하다가 더 뭔가 보일까 봐. 근데 이상하게도, 냄새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같은 방향이었어. 그래서 점점 확신이 생겼지. 이건 아래층 때문도, 배관 때문도 아니라… 문틈 자체가 하나의 통로처럼 쓰이고 있다는 거. 누가 매일 새벽 그 시간에 통로를 열어두는 것처럼. 나는 그게 사람인지, 다른 무언가인지 감이 안 와서 더 무서웠어.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새벽만 되면 그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문이 흔들리진 않는데, 공기가 스치는 소리만 아주 얇게. 그리고 냄새는 늘 같은 방향으로—내 코를 기준으로도, 방 안 위치를 바꿔도—그 각도를 끝까지 고집해. 그래서 가끔은 생각해. 혹시 이 냄새가 나를 찾아오는 건지, 아니면 내가 그 통로에 너무 오래 “확인해버린” 탓에, 이제는 반대로 내가 반응하는 쪽으로 시간표가 맞춰진 건지. 문틈은 여전히 닫혀 있는데, 바람이 먼저 들어오고 냄새가 뒤따라오는 순서가…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소름이 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