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계산할 때 점원이 내 뒤를 먼저 확인했어
편의점에서 계산하는데, 점원이 이상하게도 내 물건을 다 받기도 전에 내 뒤를 먼저 훑더라. 처음엔 그냥 습관인가 싶었는데, 그 순간 손이 멈췄다고 해야 하나. 바코드 찍는 소리가 잠깐 끊기면서 “잠깐만요” 같은 말도 없이, 카운터 아래에서 뭔가를 접는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는 내가 카드를 내밀자 그제야 계산을 시작했지.
그날은 늦은 밤이었고, 나는 편의점 앞에 잠깐 세워둔 자전거에 물품을 싣고 들어가려던 참이었어. 보통 이런 시간엔 점원도 대충, 손님도 대충이잖아. 나도 피곤해서 물만 하나 집고, 간단히 담배는 아니고 향 피우는 스틱이랑 라면 하나 정도만 들고 갔거든. 점원은 정면이 아니라 내 어깨 너머를 먼저 봤고, 그 눈빛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같았어.
카운터가 낮아서 시야가 가끔 가려지는데, 점원이 고개를 살짝 틀 때마다 계산대 뒤쪽에 있는 진열선반이 같이 보였어. 거기엔 아무도 없었어야 했는데, 그 순간엔 분명 누가 서 있었던 것처럼 공간이 달라 보였어. 착각일 수도 있는데, 점원이 내 물건을 스캔할 때마다 손목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더라. 나는 별생각 없이 “이거 카드로 결제할게요” 했는데, 점원이 “네”라고 대답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길었어.
결제 화면이 떠서 금액 확인하고 있는 동안, 점원이 갑자기 물건을 다시 한 번 정리하듯이 손을 뻗었어. 그 동작이 단순히 계산 실수 고치려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을 가리려는 것 같았거든. 카운터 위에 놓인 영수증 프린터 쪽을 살짝 가리고, 내 뒤쪽 방향으로 몸을 아주 조금 틀었는데, 그때야 내 뒤 유리문 반사에 뭔가 흔들린 게 보였어.
나는 뒤를 돌아볼 뻔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러지 말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딱 들었어. 물론 상식적으로는 뭔가 떨어졌나 확인해야 하는 게 맞잖아. 근데 그 편의점은 CCTV가 많아서, 점원이 그렇게까지 경계하는데 그냥 돌아보는 게 오히려 문제일 것 같았어. 점원도 그런 걸 아는 사람처럼, 내 카드가 들어간 순간부터는 더 이상 내 쪽을 보지 않고 계산만 ‘정확히’ 끝내려는 표정이었어. 내 뒤를 먼저 확인했다는 게 왜 그렇게 확실하게 남았는지, 그건 얼굴 표정이 아니라 태도 때문이었어.
라면이랑 스틱을 비닐에 넣을 때, 점원이 갑자기 봉투를 한 장 더 꺼내더라고. 평소엔 주문대로 하나면 끝인데, 그날은 두 개를 겹쳐서 넣었어. 그리고는 내게 영수증을 바로 건네지 않고, 카운터 아래로 손을 내렸다가 금방 다시 올렸지. 그 짧은 시간에 무슨 걸 만지는지 보이지 않지만, 손에서 나는 소리가 달랐어. 종이 스치는 소리도 아니고, 플라스틱 포장도 아니고, 딱 무언가를 ‘접어서’ 넣는 소리였어.
나도 더 묻기 싫어서 그냥 봉투를 들고 나왔는데, 문이 열릴 때 유리문에 반사가 한 번 더 겹치잖아. 그 반사에서 점원이 카운터 뒤쪽을 바라보는 게 보였어. 그런데 그 방향에는 분명 문틈 사이로 보이는 복도 같은 게 있어야 하고, 그 복도는 비어 있어야 해. 근데 그 순간 반사 속에는, 누군가가 서 있는 것처럼 빛이 끊겨 보였어. 누군가의 실루엣이 확실하진 않아. 대신 ‘있어야 할 빛이 없다’는 느낌, 그게 더 소름 돋았어.
밖으로 나와서 자전거 쪽으로 걸어가는데, 등 뒤에서 딱 한 번 ‘딸깍’ 하고 작은 소리가 났어. 점원이 문 닫는 소리와는 달랐고, 잠금장치를 확인하는 소리도 아닌 것 같았어. 그냥… 어떤 장치를 작동시키는 소리랄까. 나는 급하게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저 라면 봉투를 더 꽉 쥐었어. 손이 땀으로 미끄러워져서, 내가 더 겁을 낸 거라 생각했는데도 계속 몸이 굳더라.
집에 와서 영수증을 확인했는데, 이상하게도 품목이 한 줄 더 찍혀 있었어. 내가 들고 간 건 라면 하나, 스틱 하나, 물 하나였거든. 그런데 영수증엔 ‘추가’처럼 보이는 품목명이 아주 작게 붙어 있었어. 금액은 0원이었고, 설명이 정확하진 않았는데 “정상” “확인” 같은 글자가 섞여 있었던 기억이 나. 웃기지? 결제는 했는데, 뭔가 검증이 한 번 더 들어간 느낌. 그래서 더 이상해졌어. 내가 뭘 더 샀던가 싶어서 주머니를 다 뒤졌는데, 추가 물건은 없었거든.
며칠 뒤에 그 편의점을 다시 지나가는데, 점원이 바뀌어 있었어. 그때는 그냥 새로 왔구나 하고 넘겼는데, 어느 날부터인지 편의점 앞 유리문 반사에 비친 ‘빛이 끊기는 방향’이 자꾸 머릿속에 남더라. 생각해보면 점원이 내 뒤를 먼저 확인한 이유는, 누군가가 내 뒤에서 들어오는 걸 막으려는 게 아니라—내가 돌아보는 순간을 먼저 막으려는 거였던 것 같아. 그날 내가 뒤를 돌아봤다면, 나는 뭘 봤을까. 지금도 그 질문만 가끔 떠올라서, 편의점 문 열릴 때마다 괜히 한 박자 늦게 들어가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