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CCTV 각도가 자꾸만 내 손 높이로 맞춰져
지하주차장 CCTV 각도가 자꾸만 내 손 높이로 맞춰져 있다는 걸, 처음엔 그냥 기분 탓이라고 넘겼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렌즈가 늘 같은 구도로 버티고 있잖아?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내가 주차장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화면 속 시야가 미세하게 따라붙는 느낌이 들더라고. 딱 “내 손”이 보이게.
사건 시작은 무난했어. 퇴근하고 차에 짐 싣다가 장갑을 벗으려고 손목을 위로 들었는데, 그때 CCTV에 달린 각도도 같이 올라가는 것 같았거든. 물론 카메라가 자동 팬/틸트가 될 수는 있어. 그런데 문제는 타이밍이었어. 내가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에만, 딱 그 높이로 맞춰진다는 느낌이 계속 반복됐어.
처음엔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가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위치” 때문인가 싶어서 몇 번 더 확인했어. 손을 들지 않을 때는 대충 바닥 쪽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다가, 장갑을 끼거나 번호를 누르거나 손을 얼굴 높이로 올리면 그 높이에 맞춰지는 거야. 내가 뭘 하든 손의 높이만 맞추는 느낌이라, 이상하게 기분이 찝찝했어.
더 소름인 건 밤이 되면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는 거. 낮에는 차들 때문에 화면이 정신없고, 조명도 밝아서 “그냥 각도 변하는 거겠지” 하고 넘어갈 수 있었거든. 근데 밤에는 차 문을 열고 손잡이를 잡거나, 트렁크를 닫으면서 팔을 움직일 때마다 렌즈가 따라오는 것 같아. 마치 카메라가 고장 난 게 아니라, 특정 동작을 기다렸다가 움직이는 것처럼.
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CCTV 사각지대 확인한다고 말해. 혹시 내 차 주변이 가려지는 각도라서 조정되는 건가 싶어서 관리실에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 순간부터 더 애매해졌어. 관리실 직원이 CCTV 관련 얘기를 하면 “그건 자동으로 돌아가요”라고만 하더라. 자동이면 손 높이만 맞추는 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따지려는 말이 목구멍에서 멈췄어. 누가 봐도 내가 예민하게 느끼는 걸로 들릴 것 같아서.
그래도 확신이 생긴 건, 한 번은 일부러 동작을 바꿔봤을 때야. 손을 일부러 엉뚱한 방향으로 휘적였거든. 분명 내 몸은 그대로인데 팔만 꺾어서 손을 낮췄다 올렸다 해봤는데, CCTV는 내 몸의 움직임이 아니라 손의 높이를 기준으로 따라오는 것 같았어. 손을 올리면 화면의 중심도 같이 올라오고, 손을 내리면 바로 내려앉는 느낌. 그게 반복될수록, CCTV가 “사람”을 찍는 게 아니라 “표식”을 찾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행동이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어. 차 키를 찾다가도 손을 어디까지 올려야 할지 신경이 쓰이고, 계산할 때 주머니에서 지갑 꺼내는 동작도 괜히 느리게 하게 되더라. 그 순간부터 내가 CCTV를 의식한다는 걸 CCTV가 아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이상했어. 카메라가 사람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내가 카메라를 의식하는지 확인하듯이 각도가 맞춰지는 것 같았거든.
어느 날은 비가 억수로 오는데도 그 각도 변화가 멈추지 않았어. 우산을 펴고 손으로 우산대를 잡는 순간, 화면이 내 손 높이에 딱 맞춰졌고, 우산을 접어 차 트렁크 쪽으로 기울이자 각도도 같이 기울어지는 게 느껴졌어. 비 때문에 반사광이 많아져서 “착시”라고 설명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날만큼은 착시가 아니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어.
결국 나는 그 주차장에서 다른 출입구로 다니기 시작했어. 같은 지하라도 카메라가 다른 구역을 보는 편이라, 내 손 높이를 계속 따라오는 렌즈를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근데 신기하게도, 다른 구역으로 가면 그 카메라가 또 다른 형태로 따라붙더라. 손이 아니라 “손이 닿는 곳”을 보려고 하는 것처럼 바뀐다고 해야 하나. 문 손잡이, 주차 카드 단말기, 트렁크 손잡이 같은 접점들. 결국 내 손이 하는 일을 따라간다는 느낌이었어.
지금도 나는 그 지하주차장에 들어가기 전에 본능적으로 손의 위치를 먼저 확인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머리로는 “자동 팬/틸트일 뿐”이라고 말해, 근데 손은 왜인지 먼저 움직이거든. 어떤 날은 CCTV 화면이 고정된 것 같다가도, 꼭 내가 손을 들고 거울처럼 확인하는 순간에만 각도가 딱 맞아져. 그래서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 카메라가 나를 따라오는 게 아니라, 내가 ‘보여주기 싫은 순간’을 준비할 때마다 그걸 먼저 알아채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