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진료 끝났는데도 처방전이 추가로 출력됐다
병원에서 진료 끝났는데도 처방전이 추가로 출력됐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나 싶었는데, 리셉션 쪽에서 “환자분 결제는 끝났고 처방전은 한 장만 드렸어요”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내 손엔 분명히 프린터에서 방금 뽑힌 종이가 한 장 더 붙어 있었다. 종이를 내려다보는 순간, 서늘한 게 목 뒤로 천천히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나는 감기 증상으로 외래를 보고 나왔어. 접수하고 진료실에서 약 처방을 받았고, 결제도 마쳤다. 처방전은 보통 한 장으로 끝나는데, 나는 계산대 앞에서 서류를 정리하면서도 이상하게 한 번 더 확인했거든. 왜냐면 손에 쥔 종이 가장자리가 새것처럼 매끈했는데, 아까 받았던 종이와 색감이 미묘하게 달랐거든. 프린터 열이 충분히 식지 않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엔 그냥 기계가 한 장 더 찍힌 거겠지, 하고 넘기려 했어. 그런데 그 추가로 출력된 처방전은 내 이름이 맞는데, 진료과와 날짜가 살짝 달랐다. 날짜는 당일로 찍혀 있지만 진료과 코드가 내가 들어간 과와 달랐고, 약 품목도 내가 들은 증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내가 진료실에서 의사에게 말한 건 기침이랑 열이었는데, 그 종이에는 위장 관련 약이 적혀 있었어. 말이 안 되지.
나는 바로 리셉션으로 돌아가서 “혹시 출력이 한 장 더 됐나요?”라고 물었어. 직원은 웃으면서 “설마요. 저희가 출력해 드리는 건 진료 종료 후 한 번만 진행돼요. 혹시 환자분이 다른 서류를 같이 받으신 건 아닐까요?”라고 하더라.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서 더 이상했어. 마치 이미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처럼, 아니면 그런 질문을 여러 번 받아 본 것처럼.
직원은 내 손에 든 종이를 보더니, 표정이 미세하게 굳는 게 느껴졌어. 대놓고 당황하진 않았는데, 손가락으로 종이를 넘기는 속도가 살짝 빨라졌고, 확인하는 동안 눈이 종이 위에만 머물렀어. 그리고 한 장을 더 가져가서 “이건 폐기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했지. “왜 그런 건가요?”라고 물으려는 순간, 직원이 고개를 젓고는 “환자분 처방은 이미 약국에 넘어갔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만 했어. 그 말도 되게 이상했어. 약국에 넘어간 처방이 ‘내 것’인데, 내가 못 받은 걸 이미 처리했다는 느낌이랄까.
나는 약국으로 바로 가서 조제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어. 약사 분은 내 처방전을 보고는 “원래 처방전은 한 장이 맞는데요?”라고 하더라. 내가 아까 받은 추가 출력 종이를 내밀자, 약사도 눈썹을 아주 살짝 찌푸렸어. 약 품목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조합이 있는데, 그 종이는 처방 구성의 흐름이 어긋나 있더라고. 그래서 약사 분이 “이건 어디서 나온 건지 확인해 보세요. 이상해요”라고 말했어. 내 손에 든 종이가 그냥 ‘오출력’ 정도가 아니라, 시스템 어딘가에서 섞인 조각처럼 보인 거지.
그때 나는 병원에 다시 연락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문제는 그 추가 출력된 종이가 ‘완전히 내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야. 내 이름, 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까지도 같은 방식으로 찍혀 있었거든. 혹시 내가 잘못 들고 온 건가 생각했지만, 내가 진료 마치고 서류를 정리한 동선이 너무 선명했어. 진료실에서 나와서 결제하고, 그 자리에서 서류를 받았고, 내 휴대폰으로 문자 알림도 확인했어. 그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의 종이가 끼어들 틈이 없었거든.
더 찝찝한 건 그 병원 프린터가 약간 ‘옛날형’이었단 거야. 버튼 누르고 출력될 때 기계음이 한번 나는데, 그때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한 장이 더 나오는 경우가 있대. 하지만 그게 가능하려면 보통은 출력 순서가 섞여야 하고, 그러면 날짜나 진료과 코드가 이렇게 미세하게 달라지진 않잖아. 나는 그 종이를 손바닥에 올려두고, 한 줄 한 줄 읽다가 이상한 문장을 봤어. “재진”이라고 적힌 항목이 있었는데, 나는 오늘이 초진이라고 들었고, 실제로도 초진이었거든. 종이엔 분명히 오늘 날짜가 찍혀 있는데, 재진이라는 단어만 딱 어긋나 있었어.
나는 그날 밤 잠이 잘 안 왔어. 혹시 내가 진료실에서 다른 이야기를 했나, 혹시 의사분이 내 증상을 잘못 들었나, 이런 생각이 돌아가면서도 결국 결론은 하나로 모였거든. ‘추가 출력’이 우연이면 이렇게까지 맞물릴 수 있나? 그리고 직원이 “폐기 처리”라고 말할 때의 태도, 약사도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거, 그 모든 게 합쳐져서 자꾸 같은 질문만 남더라. 내가 못 받았는데, 이미 시스템 어딘가에선 처리된 건가?
며칠 뒤에 병원에서 문자 알림이 왔어. “처방전 발행이 완료되었습니다. 확인 후 내원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는데, 내 상태는 이미 약을 받아서 복용 중이었거든. 나는 그 문자를 보자마자 아까 그 추가 출력 종이를 떠올렸고, 서랍 속에 있던 종이를 꺼내 봤지. 그런데 거기 적힌 날짜와 진료과 코드를 다시 확인하니, 마지막 한 줄이 아주 희미하게 지워져 있더라. 분명히 출력된 지 얼마 안 된 종이였는데도 말이야. 그날 이후로 나는 병원에서 서류 받을 때, 그 “마지막 확인”을 꼭 하게 됐어. 혹시 다음엔, 추가 출력이 아니라 내 이름이 누군가의 진료 기록에 먼저 붙어 있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