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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창고에 걸린 열쇠가 내가 본 적 없는 모양이었다

2026-07-07 00:29:22 조회 1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창고에 걸린 열쇠가 내가 본 적 없는 모양이었다. 처음 그걸 봤을 때는 그냥 “아, 집주인이 바꿨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이상하게도 그 열쇠는 내 기억에 없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창고는 늘 같은 열쇠로 열고 닫았거든. 그런데 그날 저녁, 어머니가 “필요한 거 좀 가져와” 하시면서 창고 문 앞에 걸린 걸 가리켰는데, 걸려 있는 열쇠가 하나 더 있었고… 그게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김새였다.

그날은 여름이었고, 창고 바깥은 햇빛이 좀처럼 안 들어서 늘 서늘했다. 창고 문 옆 나무 판자에 열쇠 고리가 여러 개 달려 있었는데, 평소엔 둥근 고리들만 반짝였거든. 근데 새로 달린 건 조금 길쭉한데, 끝이 갈라진 모양이었고 금속 표면이 유난히 반질반질했다. 마치 누가 일부러 ‘여기다’ 하고 걸어둔 것처럼 위치도 정갈했어. 내가 그 자리에 손을 얹는 순간, 손바닥에서 미세하게 서늘함이 올라오는 게 느껴져서 괜히 손을 뗐다.

어머니는 “저거는 예전에 누가 달아놨다고 들었어” 하시면서 대충 웃으셨다. 솔직히 나는 그 말이 잘 안 믿겼다. 우리 집에서 누가 창고 열쇠를 만질 일은 거의 없고, 열쇠는 보통 내가 알던 것들로만 정리돼 있었으니까. 게다가 어머니 말대로라면, 그 열쇠가 걸린 시점이 ‘예전에’라는 건데도 나는 왜 아무 기억이 없을까. 그 생각을 하자마자 이상하게도 방 안의 시계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창고 안을 볼 생각은 없었는데, 자꾸 시선이 그 열쇠로 갔다. 열쇠 자체는 크게 낯설지 않은데, 낯선 건 모양보다 ‘감각’이었다. 금속이 차갑게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손을 뻗으면 무언가가 나를 막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래서 어머니가 다른 일로 잠깐 부엌에 들어가신 사이, 나는 조심스럽게 열쇠를 고리에서 빼 보려 했다. 근데 빼는 순간, 딱 한 번 “툭” 하고 어딘가에 걸리는 소리가 났다. 소리는 작았지만, 그 소리가 이상하게 창고 문 안쪽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열쇠를 끝까지 빼지 못한 채 손에 쥐었는데, 그때야 보였다. 열쇠 고리 말고도 창고 문 옆 철제 판에, 아주 얇은 잔흠집이 여러 개 나 있었다. 누군가 열쇠로 맞춰보듯이 여러 번 시도한 흔적 같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 판을 손으로 쓸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정도 흠집은 없었다. 그리고 흠집 사이사이로 아주 희미한 가루 같은 게 끼어 있었는데,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니 검은색이 아니라 회색이었다. 먼지치고는 너무 일정했고, 오래 묵은 것처럼 굳어 있었다.

어머니가 다시 돌아오시자 나는 얼른 “이 열쇠는 뭐예요? 새로 생긴 거죠?” 하고 물었다. 어머니는 잠깐 말을 멈추시더니, “그거… 네가 어릴 때부터 있던 거 아니었나?” 하셨어.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내가 기억하는 창고 열쇠는 분명히 둥근 고리에 달린 것들이었고, 손때 묻은 위치도 뻔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네가 어릴 때부터’라고 했고, 그 말이 너무 쉽게 나와서 오히려 더 이상했다. 나는 “아니요. 저는 처음 봤어요”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그제야 얼굴이 굳는 걸 숨기지 못했다.

그러고는 어머니가 창고 문을 열려고 하셨다. 나는 그냥 같이 서 있기만 했는데, 그때 창고 안쪽에서 아주 약한 마찰음이 들렸다. 누가 안에서 문고리를 건드린다기보다, 금속이 금속을 스치듯이 나는 소리였다. 어머니가 열쇠를 끼우는 순간, 그 낯선 열쇠가 손에서 미끄러지듯 가볍게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 바깥에서 밀어준 것처럼. 어머니가 깜짝 놀라 열쇠를 다시 잡는 사이, 창고 문은 생각보다 쉽게 열렸다. 평소엔 잠금이 뻑뻑해서, 늘 쿵 하고 힘을 줘야 했거든.

문을 열자마자 이상한 냄새가 확 올라왔는데, 곰팡이 같은 건 아니었다. 오래된 천이나 종이가 눅눅해질 때 나는 냄새에 가까웠고, 그 위에 아주 미세하게 ‘기름기’ 같은 게 섞여 있었다. 안에는 평소랑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낡은 상자, 잡동사니, 겨울옷이 담긴 비닐… 그런데 한쪽 구석에, 내가 본 적 없는 얇은 철제 통이 놓여 있었다. 그 통 위에는 종이로 덮여 있었고, 종이 위에는 반쯤 긁힌 글씨가 남아 있었는데, 읽으려 하면 자꾸 초점이 흐려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이거, 누가 놓은 거예요?”라고 묻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잘 안 나왔다. 어머니도 똑같은 표정이었고, 종이 위를 손끝으로 건드리려다 멈칫했다. 그 순간, 방 바깥에서 바람이 확 불어 창문이 살짝 흔들렸는데, 그 바람에 창고 쪽에 매달린 열쇠들이 아주 조용히 서로 부딪혔다. 나는 그 소리가 ‘딸깍’이 아니라 ‘딱…딱…’처럼 들렸다고 느꼈다. 마치 어떤 순서대로 눌러보는 느낌으로.

그날 밤, 어머니는 그 낯선 열쇠를 다시 제자리에 걸어두지도 못한 채, 작은 쟁반에 담아 식탁 위에 올려놓으셨다. 그리고 한참 동안 말을 아끼다가, “너 어릴 때에… 네가 거기 열어본 적이 있긴 하다”라고 아주 낮게 말했어.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떠오른 게 하나 있었다. 창고 앞에서 내가 손을 뻗었는데, 누가 등 뒤에서 이름을 부르던 장면. 뒤돌아보지 않았던 이유가… 그때는 ‘문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느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건 내가 정한 이유가 아니라 누군가가 만든 이유 같더라. 그 열쇠 모양을 지금도 기억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는 창고 안쪽에서 나는 소리가, 가끔은 꿈속에서만 들린다. 그리고 열쇠가 있는 자리엔 늘… 내가 알던 열쇠만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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