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누가 내 사진을 복사해 유격장에 붙여놨어
군대에서 내 사진이 왜 유격장에 붙어 있는지 처음엔 그냥 웃겼다. 훈련장에 누가 장난으로 뭔가 붙여놨겠지, 하고 넘기려 했는데 그게 내 사진이었고, 그것도 내가 제일 싫어하던 각도 그대로였다. 그날 아침부터 눈에 띄게 붙어 있던 걸 봤을 때,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건은 유격장 입구 쪽, 통제선 가까운 나무 기둥에 붙어 있었다. 나는 그 자리로 들어갈 때마다 사진이 시야에 걸렸고, 옆에 누군가 펜으로 짧게 써둔 문구도 있었다. 누가 봐도 “이 사람”을 지목하는 느낌이라서 장난치고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애들은 처음엔 낄낄 웃었는데, 웃음이 길어지지 않았다. 이상하게 다들 눈치를 봤다.
나는 그 사진을 떼려고 했지만, 누가 봐도 규정 위반 같아서 망설였다. 그러다 내 옆에서 훈련 통제를 하던 선임이 슬쩍 내 쪽을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 그 짧은 시선이 더 무서웠다. “아, 이건 너도 알고 있구나” 같은 느낌. 결국 나는 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사진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누군가 일부러 내가 보게 만든 것 같아서.
훈련장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계속 신경이 갔다. 유격은 몸으로 버티는 훈련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머리가 더 빨리 지쳤다. 사진은 통제선 앞에서 계속 존재하고 있었고, 그게 마치 신호처럼 느껴졌다. 누가 나를 평가하고, 누가 나를 기록하고, 누가 그걸 다른 데로 옮기는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었다. 나는 “설마 누가 내 사진을 복사했겠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사진이 유격장 근처랑 엮일 일이 없었다. 나는 행정 처리할 때 신상 사진을 제출했지만, 그건 자대 배치받고 서류로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누군가 내 사진을 뽑아내서, 그걸 어디선가 다시 인쇄해서 붙인 거잖아. 그 생각이 들자 단순 장난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누군가는 이미 내 정보가 손에 들어왔고, 그걸 “훈련장”이라는 공간에 걸어두고 싶어했다.
그날 오후, 작업을 돌리면서 한 번 물어볼 타이밍이 왔다. 내가 사진을 봤다는 걸 누군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찜찜함이 있어서, 단정은 못 하겠더라. 그래서 빙 둘러서 “유격장에 뭐 붙인 거 봤냐” 정도로만 떠봤다. 그러자 대답이 이상하게 끊겼다. “그거 누가 붙였는지 몰라” 하고 끝. 더 묻는 순간 분위기가 급격히 굳었다. 그 굳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싶어서, 내가 건드린 게 맞다는 걸 알게 됐다.
며칠 뒤에는 사진이 바뀌었다. 완전히 동일한 사진은 아니었고, 조금 다른 컷이었는데 똑같이 내가 맞았다. 얼굴 각도만 달라진 정도라서, 누가 내 사진 파일을 여러 장 갖고 있거나, 인쇄물을 여러 번 다시 만든 게 아닌가 싶었다. 더 소름이었던 건, 사진이 붙은 위치가 똑같이 “내가 들어오는 방향”에 맞춰져 있었다는 점이다. 누군가 일부러 내가 매번 보게끔 동선을 설계한 것 같았다. 그 순간부터는 장난이 아니라, 내 생활을 감시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조용히 자료를 정리했다. 사진 제출 관련해서 누가 서류를 만지고, 누가 출력물을 다루는지, 내게 직접 말 걸던 사람은 누구였는지 같은 걸 머릿속으로 되짚었다. 그런데 문제는, 군대라는 곳이 원래 “누구든 가능하다”는 게 더 무섭다는 거다. 누가 해도 이상하지 않은 구조. 그래서 특정한 한 명을 찍어낼 근거가 없었다. 대신 확실한 건, 누군가 내 사진을 가지고 있었고, 그걸 유격장에 붙였다는 사실뿐이었다. 그 사실 하나가 매일 아침마다 내 기분을 갉아먹었다.
사건이 완전히 끝난 건, 사진이 어느 날 갑자기 떼어진 후였다. 누가 떼었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유격 훈련 끝나고 나서야 통제선 쪽이 비어 있던 걸 봤고, 나는 잠깐 안도했다. 그런데 안도도 오래 못 갔다. 그 빈 자리만큼이나,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감각이 더 또렷해졌기 때문이다. 사진이 사라졌는데도 마음은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가끔 생각하면, 그때 내가 제일 두려웠던 건 누가 나를 놀렸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방식이 지나치게 계산적이었다는 점이다. 군대에서 유격장은 그냥 훈련 장소가 아니라, 사람을 시험하는 공간이잖아. 거기에 내 사진을 걸어두고 “너는 이렇게 보인다”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도 가끔 훈련장 비슷한 풍경을 보면, 누군가 내 시선을 타겟처럼 설정해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날 사진은 떼어졌는데, 소름은 아직도 안 떼어진 채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