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내 층이 아닌데 문이 열려 사람들이 내려갔어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내 층이 아닌데 문이 열려 사람들이 내려갔어. 처음엔 그냥 고장이나 자동 호출이 꼬인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 그 버튼 냄새랑 소리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아.
사건은 평일 저녁, 퇴근 시간이 막 몰릴 때였어. 나는 9층에서 타고 12층(사실상 사내 공용층이라 늘 사람이 좀 있어)로 가려고 했고, 손에 커피를 들고 ‘딸깍’ 소리 나는 버튼을 눌렀지. 엘리베이터는 평소처럼 위로 올라가는데, 이상하게도 2~3초쯤 정체되는 느낌이 있었어.
그런데 그 순간, 안내음이 “도착”도 아닌 애매한 톤으로 끊겼고, 문이 활짝 열리더라. 문제는 내 층이 아니라는 거였어. 화면에는 10층이라고 뜨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건 복도도, 번호도 없고 그냥… 환한 흰색 벽이었어. 마치 공사장 임시공간 같은데, 조명만 너무 고르게 켜져 있는.
사람들이 먼저 반응했어. 뒤에 서 있던 대리쯤 되는 남자 둘이 “여기 아니야?” 하면서 내려가더니, 다른 직원도 한 명 따라 내렸어. 나도 순간 멍해 있다가 “잠깐만요, 12층…”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문이 또 닫히려는 타이밍이었어.
나는 본능적으로 ‘버튼을 잘못 눌렀나?’ 싶어서 패널을 다시 봤는데, 분명히 12층 불이 들어와 있었어. 문이 닫히면서 전광판이 다시 바뀌더니, 아까는 10층이던 게 11층으로 넘어가.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때마다, 발소리 같은 게 들려. 내려간 사람들 쪽에서 들려야 할 소리가, 이상하게도 엘리베이터 안 바닥 쪽에서 ‘툭툭’ 하고 울리는 느낌이었어.
한 정거장쯤 더 올라가는 동안 주변이 너무 조용했어. 원래는 퇴근시간이라 잡담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때는 아무도 말이 없었거든. 나 혼자 숨소리 크게 들릴 정도로. 게다가 문이 닫힌 뒤에야 깨달았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분명 정원처럼 타고 있었던 사람 수가 줄어들었더라. 방금까지 서 있던 사람들 발걸음이 사라진 건 당연한데, 그게 이상하게도 ‘내려가서 복도로 갔다’ 같은 자연스러운 느낌이 아니었어.
12층에서 문이 다시 열렸어. 평소랑 똑같은 사무실 복도, 인쇄기 냄새, 복도등의 깜빡임까지도 그대로. 사람들은 거기서도 그냥 자기 갈 길 가는 표정이었고, 아까 문 열리자마자 내렸던 그 사람들은… 없었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 버튼 램프는 남아 있었어. 10층과 11층 버튼 불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12층은 내가 눌렀던 게 그대로 켜져 있었지.
그날 밤, 나는 이상하게도 엘리베이터 앞을 한참 서성였어. 관리실에 전화해서 “방금 엘리베이터가 다른 층에서 문을 연 것 같다”고 말하려다가도, 누가 들어주나 싶어서 접었거든. 대신 다음 날 출근해서 엘리베이터 내부 거울을 봤는데, 거울에 비친 내 뒤편이 평소보다 조금 어두워. 조명은 같은데 그림자만 다르게 생긴 느낌. 그리고 패널 아래쪽에, 누가 손으로 긁어놓은 듯한 아주 얕은 흰 자국이 있었어. 커피 뚜껑을 닫고 들고 있던 손에 묻은 게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마치 누군가 급하게 뭔가를 붙였다 떼어낸 자국 같았어.
며칠 뒤 같은 시간대에 다시 타게 됐고, 이번엔 내가 내 층인 9층에서 출발했어. 이번엔 문이 열릴 때 안내음이 딱딱 끊기지 않고 정상적으로 나왔는데, 이상하게도 도착층 표시가 ‘딱’ 뜨고 바로 1초 정도 늦게 반응했어. 그 1초 동안만, 문틈 사이로 바깥이 보이기 전에 흰 벽이 한 겹 겹친 것처럼 스치듯 보이더라. 나는 순간 손이 굳어서 버튼을 놓을 뻔했어. 그 다음엔 바로 복도 화면으로 돌아왔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문이 완전히 열렸지.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제일 이상한 건 ‘다른 층이 열렸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아무 의심 없이 내려갔다는 거야. 마치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 아니면 내려가면 뭔가가 해결된다는 걸 체감한 사람들처럼. 엘리베이터는 결국 1층으로 내려오고, 시간표는 정상으로 돌아가는데, 나는 가끔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내가 타고 있는 건 엘리베이터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날 문이 열렸던 흰 복도는, 아직도 누군가의 다음 출입문처럼 어딘가에 남아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