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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에선 비가 안 오는데 발자국이 젖어 있었다

2026-07-08 08:29:11 조회 1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에선 비가 안 오는데 발자국이 젖어 있었다. 처음엔 누가 물을 쏟았나 싶었는데, 그날 따라 복도 바닥이랑 계단 쪽에만 물기가 번져 있었고, 그 물기 형태가 딱 사람 다녀간 모양으로 남아 있더라.

나는 야간 근무 끝나고 아파트 지하에 차를 세워두는 편이었어. 비슷한 시간대에 항상 청소하시는 분이 계시긴 한데, 그날은 왠지 청소가 덜 된 느낌이었지. 관리실에서 “오늘은 유난히 습하네요”라고만 말하고 넘어갔고, 나는 차 열쇠로 문 열면서도 그냥 바닥이 미끄럽겠네 정도로만 생각했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주차 구역 입구 쪽 바닥에 옅은 물자국이 보였어. 동그랗게 번진 게 아니라, 앞꿈치-발가락 순서처럼 눌린 자국이 이어졌는데, 그 사이사이에 물이 묻어 번져서 반짝거리는 느낌이었어. 이상한 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흔적도 없고 배수구 쪽에서도 물이 고이지 않았다는 거야.

자세히 보니까 자국은 그냥 한 번 지나간 정도가 아니었어. 한 사람이 걸어온 것처럼 보이긴 했는데, 중간중간 속도를 늦추거나 멈췄던 것처럼 발자국이 살짝 겹치거나 간격이 달라져 있었거든. 나는 괜히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누가 장난치나” 생각했는데, 장난이라고 하기엔 물기 농도가 너무 일정했어. 어느 발자국은 선명하고, 어느 발자국은 더 진하게 젖어 있었는데 그 차이가 ‘사람이 실제로 무언가에 닿았을 때’랑 비슷했거든.

주차라인 사이로 이어지던 자국은 내가 자주 쓰는 출입문 방향으로 향했어. 그쪽은 출입구가 있는 대신 통로가 좁아서, 누가 다니면 소리가 꽤 크게 나거든. 그런데 그날 밤엔 이상하게 조용했어. 귀를 기울이면 멀리서 차단기 소리나 문 닫히는 소리 같은 건 있었는데, 발자국이 “뚝, 뚝” 하고 찍히는 소리는 없었어. 물이 묻어 있어도 소리가 나야 정상인데, 그건 그냥 자국만 남아 있는 상태 같았어.

나는 차를 세우려고 발자국 옆을 피해 걸었는데, 그 순간 내가 밟은 바닥이 차갑게 식는 느낌이 들었어. 바닥 자체가 젖어 있는 건 아닌데, 발바닥 감각이 미세하게 축축했달까. 그리고 그때 깨달았어. 발자국이 이어지는 방향 끝, 그러니까 출입구 계단으로 올라가는 쪽에 자국이 “끊겨” 있었어. 누가 점프라도 한 것처럼 딱 거기서 끝났고, 다음 구간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어.

계단을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올라가는 동안엔 아무 냄새도 안 났어. 젖은 바닥 냄새, 곰팡이 냄새 같은 것도 전혀. 그런데도 내 머릿속은 계속 그 반짝이는 물기 형상을 붙잡고 있었어. 계단 아래는 어둡고, 위로 갈수록 밝아지는데, 밝아지는 순간부터 자국이 사라지더라. 그게 더 이상했어. 빛이 비치면 물기 반사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눌린 모양 자체가 사라지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나는 결국 관리실에 전화했어. “지하에 물기 발자국 같은 게 있는데, 혹시 누가 청소하다가 물을 흘렸나요?”라고 물어보자, 관리실 아저씨는 한참 있다가 “그 시간대에 청소하신 분 오신 적 없고, 비 올 예보도 없었습니다”라고 하시더라. 그러고는 좀 낮은 목소리로 “혹시 CCTV 확인해봤어요?”라고 물었는데, 나는 그 말이 괜히 무섭더라. CCTV는 지하 출입구만 보이고, 내가 본 발자국 구간은 사각에 가까운 편이거든.

다음날 아침에 다시 내려가 보니까, 어제 분명히 보이던 자국들이 말끔히 지워져 있었어. 물기가 마른 것도 아니고, 누가 닦아낸 것처럼 형태만 정리된 느낌. 바닥에는 아무 표시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출입문 손잡이 쪽에만 손에 닿은 것 같은 번들거림이 남아 있었어. 사람 손자국? 라고 하긴 애매한데, 마치 누군가 ‘젖은 손’으로 문을 잡고 열었다가 바로 놓은 것처럼 희미했거든.

그날 이후로 난 지하주차장에 조명이 꺼질 타이밍만 되면 자꾸 멈칫하게 돼. 비가 안 오는데 발자국이 젖어 있다는 게 핵심이었는데, 사실 더 소름은 “어떻게 끊겼냐”였어. 누가 마지막으로 딱 한 발을 남기고 사라졌는지, 그게 그냥 우연인지… 아니면 누군가 이미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린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지하에선 비가 안 오는데도, 어떤 밤엔 바닥이 먼저 젖는 기분이 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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