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시골집 대문 앞에 누가 매일 물을 뿌린 흔적

2026-07-08 16:29:15 조회 1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제 시골집은 논이랑 밭 사이에 끼어 있는, 말 그대로 외딴집이에요. 근데 대문 앞만 유독 이상하게 계속 젖어 있는 날이 생기더라고요. 처음엔 비가 오나보다 했는데, 하필 매번 똑같은 위치에 물이 고여요. 대문 앞 돌바닥 한가운데, 딱 사람이 손으로 물을 뿌리기 좋은 높이와 방향처럼요. 그리고 그 흔적이 매일 반복됐습니다.

제가 그걸 확 눈치챈 건 개학하고 집에 내려갔을 때였어요. 아침에 대문을 열고 마당 들어가려는데, 바짓가랑이를 스치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물기가 있었거든요. 날씨는 맑았고, 전날 저녁엔 누가 물을 뿌려둘 만한 상황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대문 앞에는 작은 물자국이 동그랗게 번져 있었고, 그 옆으로는 길쭉한 자국이 이어져 있었어요. 마치 물뿌리개나 페트병으로 쏟아부은 것처럼요.

처음엔 제가 그냥 지나쳤던 걸 수도 있으니, 며칠 관찰해봤습니다. 물이 고이는 자리는 늘 똑같았고, 물기 마르는 속도도 비슷했어요. 무엇보다 “누가 물을 뿌리면 생길 법한” 얼룩이랑 달랐어요. 바닥이 젖어 있는 정도가 일정하게 일정한 선을 그었고, 대문 앞 나무기둥 쪽으로는 튀지 않더라고요. 대문 앞에서 물을 뿌렸다면 보통은 주변에도 조금씩 번지는데, 여기는 딱 그 자리만 젖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범위를 좁히려고 시도했어요. 마당에 신문지나 얇은 종이 몇 장을 대문 가까이 바닥에 깔아두고, 물이 생기는지 확인했죠. 그리고 그 다음 날, 종이 위에 물기가 살짝 닿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종이가 완전히 젖을 정도로는 아니었어요. 종이 가장자리만 축축했고, 중심은 그대로였어요. 마치 어떤 각도에서 아주 정교하게 뿌려진 물만 들어온 느낌이랄까요. 그때부터 “사람이 대문 앞에 서서 그냥 대충 뿌렸겠지” 같은 생각이 잘 안 들기 시작했습니다.

밤에는 혹시나 싶어 창문 틈으로 바깥을 봤어요. 시골이라 어둠이 깊어서, 조그만 움직임도 다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물이 생기는 시간대에 소리나 그림자 같은 건 없었어요. 물기는 아침에 발견될 때는 분명히 “어제 밤에 생겼다”는 느낌이었는데, 그 사이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마당에는 고양이도 있고, 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는 자주 들리거든요. 근데 그날만큼은 대문 앞 쪽에서 유난히 조용했어요.

그 다음엔 단순한 물이 아니라 뭔가 “의식” 같은 게 아닐까 싶어서 더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대문 앞 물자국이 생긴 날들은 대체로 우편함 쪽이 정리돼 있더라고요. 우편물이 없는데도 우편함 안을 누군가 정돈해둔 것처럼 반듯한 상태였어요. 또 어떤 날은 마당 한쪽에 작은 짚뭉치가 놓여 있었습니다. 제가 버린 적이 없는데, 버린 적 없는 짚이 대문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보였어요. 그리고 그 짚은 다음 날이면 사라지곤 했습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결국은 CCTV를 알아봤습니다. 다만 시골이라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고, 전기 선이 대문 쪽까지 깔려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임시로 배터리로만 돌아가는 소형 카메라를 마당 구석에 설치했죠. 하루. 이틀. 사흘째. 근데 화면에는 아무도 안 잡혔습니다. 바람 때문에 움직이는 나뭇잎이나 먼지 같은 건 흔들리는데, 대문 앞에서 누가 물뿌리는 모습은 한 장도 없었어요. 그런데도 카메라 시간표에는 대문 앞에서 물이 생긴 흔적이 “프레임 단위로” 남더라고요.

그제야 저는 생각이 꼬이기 시작했어요. 누가 오고 있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 같기도 했고, 아니면 누군가가 “물만” 남기고 다른 흔적은 지우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건, 물자국이 생긴 날엔 대문 앞 바닥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거예요. 물길이 뻗는 각도가 하루에 아주 미세하게 바뀌었는데, 그 미세한 변화가 사람 손의 습관이라기엔 너무 규칙적이었어요. 저는 그걸 보면서, 누군가가 아니라 어떤 “방법”이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결국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건, 물을 뿌리는 흔적이 시작된 날의 전후로 마을 어른들의 말투가 조금 바뀌었다는 점이었어요. 제가 대문 앞 젖는 걸 얘기하면 다들 웃으면서 “그 집 앞은 원래 축축해, 논바람이 그래”라고만 했거든요. 근데 웃음이 이상하게 끊겨요. 누가 농담을 하려다 멈춘 느낌. 그리고 제가 더 묻자마자, 그 얘기는 늘 다른 이야기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소름이 돋았어요. 누가 모르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다들 알고 있는데 입을 닫는 거였다는 걸요.

그 뒤로도 물뿌리던 흔적은 계속됐습니다. 다만 어느 날부터는 대문 앞 물이 마르는 속도가 빨라졌고, 물기가 남는 자리의 크기도 점점 작아졌어요. 오늘은 동그랗게, 내일은 길쭉하게, 모레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게. 마치 누군가가 “기다리는 것”을 줄여가는 것 같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긴 건, 어느 아침에 제가 대문을 열었는데 대문 앞 돌바닥 가운데에 물자국이 없는데도 손바닥만 한 물기가 마치 방금 닦아낸 것처럼 반듯하게 남아 있던 거예요. 저는 그걸 보면서, 이 집이 물을 받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매일 확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뒤로 대문 앞에서 한 번씩 뒤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