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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천장 스피커에서 ‘다음’이라고만 반복해서 들려

2026-07-08 20:29:14 조회 1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 천장 스피커에서 ‘다음’이라고만 반복해서 들려.

처음엔 진짜로 별거 아닌 줄 알았어. 아파트 지하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데, 천장에서 낮게 “다음” 하고 한 번 나오더라. 안내방송도 아니고, 사람 목소리처럼 또렷한데 너무 짧아서 내가 오해했나 했지. 근데 그 뒤로도 엘리베이터를 타는 날이면 거의 빼놓지 않고 똑같이 들려왔다. “다음… 다음….” 마치 버튼을 누르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나는 그 아파트로 이사 온 지 한 달쯤 됐고, 엘리베이터는 늘 같은 시간대에 거의 같은 사람들만 타. 그래서 더 이상했어. 지하 1층을 출발할 때면 “다음”이 꼭 먼저 들리고, 문이 열릴 때마다 한 번 더 끊어지는 느낌이었거든.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층 안내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 단어만 귀에 꽂혀서 마음이 먼저 불편해져.

처음엔 장난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확인하려고 했어.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해봤는데, 이상하게도 녹음본엔 “다음”이 더 크게 들어가더라. 현실에서는 잘 안 들릴 때도 있는데, 녹음 파일에선 스피커가 긁어내듯 선명하게 반복됐어. 내가 타는 동안엔 계속, 내리는 순간엔 딱 끊겼고, 다른 날 다른 시간에 타도 패턴이 비슷했어.

그래서 관리사무소에 물어봤지. “방송이 이상한 것 같아요. 어떤 단어만 반복되는 것처럼 들려요.” 이렇게 말하니까 직원이 웃으면서 “고장 나면 교체해야죠. 근데 그렇게 들릴 만한 장치가 있나요?” 하더라. 그날 이후로 며칠은 잠잠했는데, 전기 점검 공지가 뜨고 나서부터 다시 시작됐어. 공지에는 “스피커 설비 점검”이라고만 적혀 있었거든.

점검 다음 날, 나는 일부러 다른 층을 눌러봤어. 7층이 아니라 3층을 눌렀는데도 천장에서는 똑같이 “다음”이 들렸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타이밍이 미묘하게 바뀌더라. 문이 닫히기 직전, 정확히 내가 버튼을 누른 뒤에 한 번 더 “다음”이 들어오고, 곧이어 천장이 아주 미세하게 들썩이는 느낌이 들었어. 소리의 방향이 내 머리 위에 고정된 것처럼 느껴져서, 시선이 자꾸 위로만 올라가더라.

나만 그런 건지 확인하려고 옆집 사람한테 가볍게 물어봤는데, 그 사람은 듣는 순간 표정이 굳더라. “그거요? 나도 들려요. 근데 말하면 더 크게 들릴까 봐… 그냥 넘겼어요.” 이런 식으로 말했어. 그 뒤로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다들 고개를 들지 않더라. 누가 먼저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스피커가 먼저 말하는 것 같아서인지 모두가 타이밍을 피하려는 분위기였어.

한 번은 내가 용기 내서 질문처럼 따라 해봤어.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천장 스피커를 향해 작게 “다음… 뭐요?” 하고 말했지. 그 순간, 스피커에서 정말로 “다음”이 아니라 “다…음”처럼 끊기는 소리가 나더니 곧바로 더 빨라졌어. “다음다음다음다음.” 마치 목록을 넘기듯 숨 가쁘게. 이상한 건, 그 소리가 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선명해지면서 내 귀 안쪽을 직접 누르는 느낌이 들었어.

그날 이후로 나는 엘리베이터를 최대한 피했어. 계단으로만 다녔고, 가끔 탈 수밖에 없는 날엔 버튼을 누르자마자 문이 닫히는 쪽을 보며 버텼지. 그런데도 가끔은, 천장 스피커가 조용히 있다가 문이 완전히 닫히는 순간에 딱 한 번 “다음” 하고 말하더라. 그 한 번이 문제였어. ‘누구 다음’이라는 뜻처럼 들렸거든. 누군가가 다음으로 호출되는 느낌, 그리고 나는 그 호출의 앞에 서 있는 느낌.

며칠 전, 야간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유난히 조용했어. 평소엔 잡소리라도 나는데, 그날은 천장 스피커 말고는 아무 소리도 없더라. 문이 닫히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다음”이 아주 낮게, 거의 속삭임처럼 들려왔어. 그리고 내 옆에 서 있던 사람이—분명히 아무 말도 안 하던 사람이—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손만 천장 쪽을 향해 잠깐 움직였어. 마치 누군가가 버튼을 누르게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 순간 내가 느낀 건 공포가 아니라 이상하게도 체념 같은 거였어. 엘리베이터 천장 스피커는 고장도, 안내도 아닌데, 우리가 너무 오래 ‘다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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