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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받은 신발에서 먼지 대신 기름 같은 게 묻어있었다

2026-07-09 00:29:13 조회 4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받은 신발에서 먼지 대신 기름 같은 게 묻어있었다. 처음엔 “아, 보관하다가 뭘 닦았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신발을 뒤집어 보는 순간부터 머리가 서늘해지더라. 판매자는 그냥 “거의 새거”라고 했고, 사진도 딱 신발 앞부분만 찍혀 있어서 나는 더 의심할 생각이 없었다.

거래는 동네 중고앱에서 했고, 택배로 받는 방식이었어. 박스를 열자마자 신발 특유의 냄새가 아니라, 뭔가 기계 윤활유 같은 냄새가 아주 얕게 섞여 났다. 그런데 그때도 나는 물티슈로 한 번 닦으면 없어질 줄 알았지. 손으로 겉가죽을 만졌는데, 촉감이 이상했어. 먼지가 붙은 느낌이 아니라 손바닥이 아주 살짝 미끄러질 정도의 점성이 느껴졌거든.

그래서 바로 세탁 가능한지 확인하려고 깔창부터 들춰봤다. 깔창 밑면에 회색 먼지가 있어야 할 자리에, 반짝이는 막이 얇게 퍼져 있었어. 누런 기름빛이 아니라, 빛 받으면 미세하게 반사되는 종류. “이게 뭐지?” 싶어서 휴대폰 플래시를 비춰보는데, 그 막이 군데군데 눌린 자국처럼 이어져 있었다. 마치 누가 신발 밑창을 무언가에 문질러 닦아낸 뒤, 완전히 마르지 않게 다시 넣어둔 것 같았어.

판매자한테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닦고 보내신 거예요? 기름 냄새가 나고 밑에 막이 있어요.” 그랬더니 답이 너무 빨리 왔어. “아, 그거 공장 냄새 비슷해서 그래요. 신발은 자주 신어서 닦아놨는데요.” 공장 냄새라… 말이 되는 듯하면서도 찝찝했지. 사진에는 전혀 그런 흔적이 없었거든.

그래도 혹시 단순한 세정제나 왁스일 수 있겠다 싶어서, 집에 있는 전용 클리너랑 마른 천으로 겉면을 닦아봤어. 그런데 천에 묻어 나오는 게 생각보다 쉽게 번졌어. 처음에는 갈색 때 같은 줄 알았는데, 닦을수록 천이 기름막에 코팅되는 느낌이 강해졌고, 손가락 끝이 느끼하게 미끄러웠다. 특히 혀 안쪽 끝부분, 끈을 매는 자리 근처에 더 진하게 남아 있었어.

그제야 나는 신발이 “사용감 있는 중고”가 아니라, 뭔가 작업 도중에 잠깐 신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신발 밑창 가장자리에는 규칙적인 쓸림이 있었는데, 그냥 길에서 생긴 쓸림이라기보단 특정 방향으로 반복해서 쓱쓱 닦아낸 듯한 결이 보였어. 그리고 깔창을 떼어내는 순간, 안쪽 면에 아주 얇은 줄 같은 자국이 있었는데, 마치 천을 문지르다 남은 흔적처럼 길게 이어져 있었지.

여기까지는 “이상한 사람한테 걸렸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야. 신발을 다 닦고 말리려는데, 실내에서 기름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고 바닥에 살짝 닿는 부분부터 미세하게 다시 번지는 느낌이 들었어. 그러다 빨래 건조대에 얹고 한참 뒤, 신발 바닥면의 테두리에서 아주 얇은 막이 다시 고개를 들더라. 아직 완전히 흡수된 게 아니라, 겉에 남아 있다가 온도 때문에 다시 퍼진 거 같았어. 이게 단순한 왁스나 닦아낸 흔적이라면 이렇게 오래 남기 힘들잖아.

그래서 나는 결국 반품을 요구했어. 근데 판매자가 너무 이상하게 나왔지. “이미 사용했잖아요. 냄새는 습기 때문에 생길 수 있어요. 클리너로 닦았으면 문제 없어요.” 나는 “사용한 게 아니라 닦다가 확인한 거고, 사진과 상태가 다르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답이 끊겼어. 거래내역에서 신고할까 고민하다가, 혹시라도 내가 잘못 본 걸까 싶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비교를 해봤다.

예전에 신던 신발이랑 밑창의 질감이랑 냄새를 비교해 보는데, 그 기름은 그냥 “냄새”가 아니라 손에 남는 감촉이었어. 그리고 신발을 신발장에 넣어둔 다음 날, 신발 주변에 있던 다른 것들까지 살짝 미끄러운 느낌이 났다. 심지어 종이 포장지에도 아주 옅게 번진 자국이 보였고. 그때 확신이 들었어. 이건 누군가가 작업용 장비 근처에서 신었던 걸 대충 숨기고 보낸 거다. 아니면, 더 말하면 안 될 종류의 무언가가 같이 묻어 있었을 수도 있고.

결국 나는 그 신발을 신지 않았고, 그냥 겉포장해서 어딘가에 처분해버렸어. 지금도 중고거래할 때는 사진보다 “냄새”와 “손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감촉”을 제일 먼저 보게 되더라. 가끔은 누가 고의로 속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무심코 포장했는지 생각이 갈리는데… 그날 신발을 뒤집어 보던 순간의 플래시 빛이 아직도 눈에 남아있어. 먼지 대신 기름 같은 게 묻어 있던 그 광택이, 이상하게도 ‘무언가가 이미 오래 준비돼 있었다’는 느낌을 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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