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원룸에서 밤마다 옷장 손잡이가 천천히 돌아간다

2026-07-09 04:29:13 조회 4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밤마다 옷장 손잡이가 천천히 돌아간다. 처음엔 내가 잠꼬대라도 하나 보다 싶었어. 근데 소리가 너무 일정했어. 시계가 도는 것처럼, 딱 “천-천” 하고 느리게.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방 안 온도가 한 번씩 내려가는 느낌이 들어서, 웃기지만 자꾸 목덜미가 서늘해지더라.

사건은 이사 온 지 한 달쯤 됐을 때부터 시작됐어. 평소엔 옷장 문을 잘 안 여는 편인데, 유독 밤 2시쯤이면 손잡이 쪽에서 작은 금속 마찰음이 났거든. 처음엔 바람이 문을 건드리나 싶었지. 그런데 창문도 꼭 닫혀 있고, 내 방에 붙은 환기구도 바람이 강한 편이 아니었어.

나는 무서우면 더 확인하고 싶어지는 성격이라, 그날은 일부러 깨어 있으려고 했어. 침대에서 눈만 감고 귀를 기울였는데, 진짜로 2시 7분쯤부터 소리가 났어. 손잡이가 돌아가는 건데, 열쇠처럼 확 돌려버리는 게 아니라 손으로 아주 천천히 비틀어 꺼내는 느낌이랄까. 그 리듬이 계속 이어지다가, 문이 “딱” 하고 멈추는 지점이 있거든. 마치 거기까지가 누군가의 허락인 것처럼.

다음 날 낮에 옷장 손잡이를 만져봤어. 나사 풀린 데 없고, 헐렁한 것도 없고, 손잡이 자체는 정상처럼 보여. 그래서 더 이상했지. 그리고 내가 이상한 걸 하나 더 발견했는데, 그 소리가 나고 나면 침대 옆 바닥에 늘 가늘고 마른 먼지 같은 게 떨어져 있어. 옷장 안에서 떨어지는 먼지라고 보기엔 양이 딱 “한 번 열었다가 닫았을 때” 정도였어.

처음엔 “누가 장난 치나?”라고 생각했어. 원룸 건물이라도 공용복도는 누가 오가니까. 그래서 관리실에 물어봤는데, CCTV는 복도만 잡고 내 방 출입은 확인이 어렵다고 하더라. 그 말 듣고도 별 생각 없었는데, 그날 밤에 또 똑같이 일어났어. 이번엔 손잡이 돌아가는 소리가 더 가까웠어. 내가 침대에서 똑바로 누워 있을 때 손잡이가 보이는 각도였는데, 마치 내 쪽을 향해서 천천히 돌아가는 것 같았거든.

그 소리를 들으면서 웃음이 나오는 게 아니라, 이상하게 “기다리게” 돼. 몸이 먼저 반응을 하더라. 숨을 쉬는 것도 조심하게 되고,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게 되고. 그리고 소리가 멈춘 뒤에는 아주 잠깐 정적이 와. 그 정적이 너무 짧지 않아. 10초도 안 되는 것 같은데, 괜히 길게 느껴져. 그 사이에 옷장 안쪽에서 옷이 스치는 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나고, 그 다음에야 손잡이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그래서 나는 결국 옷장 문을 아예 닫아두는 게 아니라, 손잡이 쪽에 실을 걸어놓고 확인해보자고 했어. 문이 움직이면 실이 당겨질 테니까. 그런데 이상한 게, 실을 걸어둔 날엔 소리가 났는데도 실은 단 한 번도 당겨지지 않았어. 손으로 돌리는 느낌은 있는데 실제로는 문이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았거든. 결국 그날은 늦게까지 버티다가 새벽에 결국 잠깨어버렸고, 아침에 보니 옷장 문틈에 먼지만 얇게 모여 있었어.

그때부터는 “옷장 문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손잡이만 돌아가는 거다”라고 생각하게 됐어. 근데 왜 하필 손잡이인지, 왜 매번 같은 시간대인지, 그게 계속 걸렸어. 나는 혹시 누가 나 몰래 열고 닫나 싶어서, 밤에 거울 앱으로 방을 비춰보려고 하기도 했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그 시간에 이상하게 빨리 닳더라. 충전기 꽂아도 금방 떨어지고, 알람도 한번씩 늦게 울렸어. 마치 그 시간만은 내 주변 전기 같은 게 불안정한 것처럼.

지금도 가끔 그래. 어느 날은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지나가고, 어느 날은 또 똑같이 2시 즈음에 천천히 돌아가. 다만 요즘엔 소리가 들리기 전에 꿈이 먼저 와. 꿈에서는 내가 옷장을 열려는데, 손잡이가 안 잡히고 손만 미끄러져. 손가락 끝이 차가운 금속에 닿아 있는데도, 감각은 이상하게 무덤덤해. 그리고 눈이 떠지면, 내 손이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경우가 많아. 가끔은 아예 내 손바닥이 옷장 손잡이 방향을 향하고 있어. 나는 그때마다 생각해. 내가 열고 싶어서 잠결에 손을 내밀었나, 아니면 반대로 손잡이가 내 쪽으로 사람을 부르는 건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소리가 나서 내가 결국 옷장 문을 열어본 적은 없어. 문이 열리는 걸 확인하는 순간, 그 다음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대신 문 앞에 가만히 서서 숨만 죽이고 듣다가, 손잡이가 멈추는 그 지점에서 그냥 뒤로 물러나. 그리고 집이 조용해진 뒤에도 옷장 안쪽은 계속 눅눅한 공기로 차 있는 것 같아. 밤마다 손잡이가 천천히 돌아간다는 건, 분명 누군가가 “지금이 시간”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들려. 근데 그 ‘누군가’가 나를 보려는 건지, 내 자리를 확인하려는 건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서.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