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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목소리로 ‘기사님 여기까지요’라고 말했어

2026-07-09 16:29:13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목소리로 ‘기사님 여기까지요’라고 말했어.

그날도 그냥 평범하게 집에 가는 길이었어. 비가 오락가락해서 택시 잡는 것도 귀찮았고, 목적지도 익숙한 동네라 기사님이랑 특별히 대화할 일은 없었지. 나는 뒷좌석에 앉아서 휴대폰 화면만 보고 있었고, 기사님은 거울로 한 번씩만 슬쩍 보면서 조용히 운전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 내 귀에 딱 “기사님 여기까지요”라는 말이 꽂혔어.

처음엔 내 입에서 나온 줄 알았어. 이유는 간단해. 그 문장이 내가 평소에 하는 말투랑 똑같았거든. 나는 그날도 타기 전부터 생각해둔 목적지가 있어서 기사님한테 내릴 곳을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그냥 참고 휴대폰을 더 봤거든. 그래서 그 타이밍이랑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아 내가 방금 말했나?” 하고 어깨를 움찔했지. 근데 옆에서 기사님이 아니라, 바로 앞 좌석 방향에서 내 목소리가 들린 거야.

기사님은 잠깐 놀란 표정으로 핸들을 잡은 채로, 입을 다물고 있었고, 나는 급하게 “네? 제가…?”라고 되물었어. 그러자 기사님이 천천히 웃으면서 “아, 손님이 말하신 줄 알았는데요”라고 하더라. 나는 그 순간에 더 이상하게 느꼈어. 분명히 방금 전까지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내 목소리가 먼저 들렸으니까. 게다가 내가 말한 것처럼 들렸던 그 문장 끝에, 아주 미세하게 내 숨소리까지 따라붙었어.

나는 얼른 확인하듯 휴대폰을 봤고, 녹음 같은 거 켜놓은 적도 없는데 통화 중이거나 음성 입력 상태도 아니었어. 주변 소리를 확인하려고 창밖을 보는데, 빗방울 소리랑 타이어 소리 사이로 방금 들었던 말이 계속 잔잔하게 되감기는 느낌이 들었어. 기사님은 어색하게 계속 운전만 했고, 나는 “혹시 기사님이 제 말을… 들으신 건가요?”라고 물어봤지. 그 질문에 기사님은 잠깐 침묵하다가 “아뇨. 저도 그 순간에 손님이 뒤에서 말하신 줄 알았어요”라고 했어.

문득, 차 안에 있던 공기 자체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어.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가 원래는 그냥 거리인데, 그때는 왠지 내가 뒷좌석에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았거든.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내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는 게 자꾸 이상해서 기사님에게 목적지를 다시 말하려 했어. “여기서—” 하고 입을 열었는데, 그 순간 또 “기사님 여기까지요”가 들렸어. 이번엔 더 또렷했고, 말의 리듬이 아예 처음이랑 똑같았어.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고, 기사님은 급브레이크는 안 밟았지만 속도를 더 줄였어.

기사님이 “손님 괜찮으세요?”라고 묻는 말에 나는 그제야 목이 마른 걸 알아차렸어. “네, 괜찮아요. 근데 방금… 제가 말을 안 했는데요.”라고 말하자 기사님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계기판 쪽을 잠깐 봤다가, 다시 앞을 봤어.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혹시 뒤에서… 다른 분이 계세요?”라고 묻더라. 나는 당연히 없다고 했지. 그런데 기사님 말이 맞았던 게, 그 순간 내 시야 끝자락에 ‘누군가가 타고 앉아 있을 자리’ 같은 게 생기는 느낌이 있었어. 정확히 사람처럼 보인 건 아니고, 빛이 꺾이는 방식이 이상했달까.

정류장도 아닌데 차가 갑자기 멈춘 건 그 다음이었어. 기사님은 문을 열기 전에 잠깐 차 내부를 훑어보더니, 내 쪽을 보며 “저기… 손님, 내리실 곳이 어디였죠?”라고 말했어. 나는 처음에 그냥 내가 생각한 그 동네 주소를 말하려 했고, 그 순간 입 안에서 단어가 먼저 튀어나오려다가 멈췄어. 이상하게도, 내가 말하려는 단어보다 “여기까지요”라는 문장이 더 먼저 머릿속에 올라왔거든. 그래서 나는 그냥 입을 닫고 고개만 끄덕였어. 기사님은 그걸 내린 의사로 받아들였는지, 별말 없이 문을 열었고, 나는 젖은 바닥 위로 한 발을 내디뎠지.

내가 택시에서 내린 뒤에도, 뒤쪽에서 문장 하나가 또 들렸어. 이번엔 더 작았고, 마치 차 안 어딘가에서 재생되는 것처럼 들렸어. “기사님 여기까지요.” 나는 돌아보지 못했어. 돌아보면 그 목소리가 정말 내 것이 맞는지 확인하게 될 것 같았고, 확인하는 순간부터는 더 큰 일이 생길 것 같았거든. 대신 나는 뛰지도 않고 천천히 걸었어. 비가 내리는데도 등줄기가 식지 않았고, 휴대폰 화면이 계속 떠 있는데도 배터리 잔량이 이상하게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어.

집에 도착해서 녹음 파일이나 음성메모를 확인했는데 아무것도 없더라. 통화 기록도 정상이고, 음성인식 같은 걸 켜둔 적도 없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며칠 뒤부터, 내가 길을 걷다가 누군가 택시에서 내리는 걸 들을 때마다 내 입이 먼저 움직이려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누가 내 목소리를 입 안에서 대신 끌어당기는 것처럼. 그리고 가장 소름이었던 건, 아직도 그 문장을 떠올리면 정확히 같은 숨소리까지 따라오는 거야. 택시 안에서 들린 내 목소리, 그 다음에 나는 어떤 방향으로도 돌아볼 수 없었는데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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